일본 수출 규제: 일본의 반도체 무역 규제가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까

반도체 공장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일본이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품목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규제의 원인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대체로 전문가들은 일본강점기 강제노역자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보고 있다.

이번 조치가 실제로 강력하게 이행될 경우 한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

일본은 한국에 가한 수출 규제는 무엇인가?

일본의 산업과 무역을 관장하는 경제산업성은 1일 대한민국을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 가스의 세 가지 품목에 대한 포괄적 수출 허가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들 품목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사용되는 주요 소재다.

이전까지 한국은 포괄적 수출 허가 대상에 있었기 때문에 이들 품목의 수입에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일본 기업은 한국에 해당 품목을 수출할 때마다 일본 정부에 허가를 신청하고 심사를 받아야 한다.

왜 지금 시점에서 규제를 가했나?

경제산업성은 규제를 가한 까닭에 대해 "한일 간의 신뢰가 심각하게 손상되었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번 조치를 일본강점기 강제노역 피해자에 대한 한국 법원의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보고 있다.

작년 10월 한국 대법원은 강제노역 피해자 4명이 일본 기업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인정하고 신일철주금에게 피해자 1인당 1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일본은 1965년 한국과 일본 정부가 맺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은 사라졌다는 입장을 줄곧 고수해왔다. 대법원의 판결은 이를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다.

이후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에 협의를 요청해왔으나 한국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 5월 일본제철이 한국 내에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 대한 강제매각 절차가 시작됐다.

한국 경제가 받는 영향은

이 품목들에 대한 수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될 경우 반도체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문제의 품목들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리지스트는 감광액으로 실리콘 웨이퍼 위에 회로를 인쇄하는 공정에 사용되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LCD와 회로기판 생산에 사용되며 에칭 가스는 반도체 회로 제조 공정에 사용된다.

한국 기업은 이들 품목을 거의 전적으로 일본에 의존해왔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작년 수입한 리지스트의 93.2%가 일본산이고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84.5%가 일본산이었다.

한국의 작년 반도체 수출액은 1267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20%를 차지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반도체 메모리(D램)는 전 세계 판매량의 70%가량을 차지한다.

일본의 규제로 한국의 반도체 생산과 수출에 차질이 생길 경우 전 세계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이 실제로 강력한 규제를 가하지는 못하리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도 있다.

앞으로의 전망은?

한국 정부는 대책 마련에 서두르고 있으나 당장 취할 수 있는 대책은 별로 없다.

한국 산업통산부 장관 성윤모는 1일 수출상황 점검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향후 WTO 제소를 비롯해서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거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WTO 제소에서 한국이 이길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번 조치가 포괄적 수출 허가라는 기존의 '혜택'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 밖에도 ▲수입선 다변화 ▲국내 생산설비 확충 ▲기술개발을 통한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짧은 시간 안에 이루기는 어려운 과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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