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많이 수입하는 정유·철강
다른 나라에서 대체재 찾기 쉬워
WTO 제소 의식 ‘맞대응’ 언급 피해
12일 한국 정부가 일본을 화이트 국가(안보 우호국)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한 데 대한 한·일의 엇갈린 해석이다. 이번 조치의 영향과 의미를 따져봤다.
◆‘맞대응’ 맞나=일본 조치가 대법원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인 것처럼 한국의 이번 조치는 ‘맞대응’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점상 일본 조치 이후 내놓은 데다 한국 정부가 “화이트 국가 제외 등 대응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수차례 공언해 왔다는 점에서다.
그러면서도 ‘맞대응’이란 언급을 피한 건 WTO 제소 시 역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9월 시행할 조치를 ‘사전 통보’하고 언제든 양자 협의에 응할 수 있다는 식의 협상 여지를 두는 등 ‘절차’를 지킨 것은 WTO 제소를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가’와 ‘나’ 지역을 나누는 기준은 4대 국제 수출통제 체제를 준수하느냐 여부인데 일본은 이를 지키고 있다”며 “그렇다고 일본을 ‘다’로 두면 ‘나’에 속하는 북한만도 못하다는 반박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가의 2’로 두면 명분을 지키면서 실리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타격 ‘동급’일까=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일본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한국산 비중은 4.1%다. 중국(23.2%)·미국(11.1%)·호주(6.4%)에 비해 비중이 작다. 한국산 수입 의존도가 80%를 넘는 정유제품·철강 등은 범용이라 이번 한국 조치를 실행하더라도 일본이 대체품을 마련하기 쉽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소비재 위주로 일본에 수출하고 있어 이번 조치가 일본에 피해를 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일본이 이미 수출을 규제한 반도체 소재 외에 규제 가능성이 거론되는 기계·금속 등은 대일 수입 의존도가 높고 대체가 어려워 타격이 ‘비대칭’이다. 되려 일본으로 수출하는 절차가 까다로워져 우리 수출 기업에 애꿎은 피해가 돌아갈 수도 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는 “한·일 경제전쟁으로 양국이 다른 나라 거래처를 찾게 되면 반도체 등 첨단산업 외의 분야에서 한국을 턱밑까지 추격한 동남아 국가만 유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태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국내 수출 기업이 받는 영향이 최소화하도록 제도를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노리는 효과=일본은 한국에 대한 추가 규제도 언제든지 실행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뒀다. 반도체·탄소섬유·이차전지 등 국내업체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본의 ‘확전’을 막기 위한 ‘경고 카드’ 성격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5대 그룹 임원은 “한·일 갈등 확산으로 대일본 수출입에 불확실성이 늘어난 것이 가장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한국은 물론 일본 기업에도 ‘불확실성’이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세종=김기환·손해용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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