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업체, 애플에 OLED 납품 추진… 반도체용 불화수소도 수출 채비
대만은 대규모 채용·기술 투자
중국이 한·일 갈등 격화로 생긴 틈을 치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업체가 일본으로부터 소재·부품을 원활하게 공급받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중국 업체가 그 빈자리를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는 애플에 아이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납품을 추진하는 것으로 4일 알려졌다. 그동안 애플 아이폰용 OLED 패널은 100%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해왔다. 하지만 한·일 갈등으로 일본산(産) 소재·장비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 생산을 제대로 못할 수 있다. 애플이 안정적으로 부품을 공급받기 위해 BOE를 납품 업체로 추가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BOE 주가는 일본이 한국에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단행한 이후 한 달간 14% 올랐다.
중국 반도체 기업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중국 D램 업체인 푸젠진화반도체는 최근 "10년 이상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엔지니어들을 뽑겠다"고 채용 공고를 냈다. 한국 엔지니어들을 영입해 D램 미세공정 기술 개발에 투입하기 위해서다. 중국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은 최근 D램 사업부를 신설하고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지난달 26일 반도체 장비·공정 엔지니어와 연구·개발(R&D) 인력 3000여명을 연말까지 뽑겠다고 밝혔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신규 채용이다. 또 올해 110억달러(약 13조원)를 투자해 7나노·5나노(㎚·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등 초미세공정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반면 한국 반도체 기업의 신규 투자는 멈췄다. SK하이닉스는 당초 예정됐던 충북 청주의 M15 공장 증설과 경기도 이천의 M16 공장 장비 반입 시기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유지 보수 외에 추가 증설 계획이 없다. 일본에서도 한국 수출길이 막힌 소재 업체의 실적 악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지난 3일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로 인해 소재 업체들이 실적 악화의 공포감에 사로잡혔다"고 보도했다.
전기차용 배터리·소재 산업에서도 중국이 한·일 갈등의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 분야에서는 세계 1위 업체인 중국 CATL이 경쟁 업체와의 격차를 더 벌릴 가능성이 높다. 한국 LG화학·SK이노베이션 등이 일본에서 들여오는 핵심 소재인 배터리용 파우치 필름을 공급받지 못하는 경우, 자동차 업체의 주문이 CATL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CATL은 중국 전기차 업체뿐만 아니라 독일 BMW·폴크스바겐 등에 납품하면서 기술력과 양산 능력을 인정받은 상태다. 이 회사는 독일에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아직 기술 격차가 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달리 배터리는 사실상 격차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소재 수급 문제가 생기면 자동차 업체들은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한국 대신 중국 배터리 업체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불화수소를 전문으로 하는 카이성푸화학, 빈화그룹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산 불화수소를 대체할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국내 불화수소 업체들뿐만 아니라 중국 업체들의 소재도 들
일본 내부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한국과 일본이 모두 피해만 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는 "한국과 일본이 '루즈-루즈(lose-lose)'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는 양국 경제계에 전혀 원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유일한 승자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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