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보유한 식민지는 서서히 사라지고 시작했다. 식민주의에 비판적인 서양인과 유럽의 지배에 적대적인 토착민 민족주의자의 저항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더 중요한 점은 유럽인이 수익성 있게 정복할 만한 영토가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식민주의 반대론은 2차 대전 이후 점점 강해졌다 서유럽의 군사력은 무너진 상황이었고, 서유럽 정치 지도자들은 경제 회복과 국내의 사회적 지출에 집중했으며, 국내에서나 식민지에서나 제국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리고 냉전을 계기로 유럽제국들은 사실상 사라졌다.
서유럽이 세계를 정복하던 시절은 그렇게 끝났다. 그들은 군사적 우위를 확고히 다졌고, 19세기 들어 격차를 더욱 벌려나갔다. 그들의 기술적 위력 이면에는 막대한 군사비를 조달한 개혁이 있었다.
산업화를 거치며 소득이 증가하자 군대에 자금을 투입하기가 한결 더 쉬워졌다. 유럽이 세계를 정복한 궁극 원인은 자연지리나 호전적인 국민성 때문이 아니었다. 누구는 유럽의 섬멸전을 강조하는 문화가 지속적으로 존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그게 서양의 전유물이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여하튼 코르테스와 피사로, 다가마와 그들의 부하들은 그들의 탐욕만을 위해 사우지 않았다. 근대 초기 용병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추구한 것은 민주주의의 확대와 그들의 신념을 세계로 확대시키고 싶은 바램이었다.
유럽 정복의 궁극 원인은 문화도 지리도 전쟁도 아닌 정치사였다.
그렇다면 한 가지 물음이 남아 있다. 서유럽인은 세계를 정복하고 화약 기술의 온갖 혁신을 추진하여 결국 이익을 얻었는가? 분명 그들은 정복과 식민화를 통해 라틴아메리카의 은, 노예가 생산한 설탕, 커피를 비롯한 전리품을 차지했다. 또한 옥수수와 감자 같은 신세계 작물도 얻었다. 하지만 유럽인 정복자들이 질병을 가져오고 기존 사회 전체를 바꾸어 버린 결과로 유럽인은 나름의 대가를 치렀다.
유럽 군주들은 아메리카에서 실어온 은의 태반을 그저 군사적 모험에 따르는 부담없이 전쟁을 더 많이 치르기 위한 자금으로 써버렸다. 그리고 이건 무역까지 제약했다. 19세기 식민주의도 그리 나을 바가 없었다. 십중팔구 평균적인 유럽인에게 피해를 입혔다. 사실 영국 제국은 보조금을 받아야 하는 상태였고, 결국 중간 계급 납세자들의 소득을 상층 계급에게 재분배하는데 그쳤다.
이처럼 세계 정복이 수반한 손실을 상쇄할 만한 것은, 적어도 평균적인 유럽인의 안녕을 고려하면 유럽 안에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유럽의 제국 건설은 영국 산업혁명이라는 혜택을 촉발하는 데 일조했다. 제국주의는 역설적으로 실제로 세계에서 최초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촉발했다. 만약에 제국주의가 없었다면 산업혁명은 수십 년 이상 지연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50년이나 100년쯤 지연되었을 것이고, 전세계의 경제성장도 그만큼 정체되었을 것이다.만약에 제국주의가 없었다면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인류는 현재의 절반수준의 평균수명(세계에서 평균수명이 제일 낮은나라가 절반정도이다. 아프리카도 현재 평균수명이 60은 넘는다.)과 낙후된 인프라와 의학 그리고 빈곤으로 고통받았을 것이다. 또한 인류는 아직도 마차 시대의 끝자락에서 벗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영국이 원주민들에게 패전하여 서인도 제도와 아시아 무역을 상실했다면, 도시화와 임금 수준 모두가 타격을 받았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임금과 도시화 수준이 올라가지 않았다면, 영국은 산업화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반사실적 악몽이 옳다면, 기계화와 산업화를 통해 엔진으로 기능한 영국 경제를 다른 어떤 경제도 대신하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