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5일 내놓은 지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보면, 2분기 GDP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1%를 기록했다. 전기와 비교하면 1.1% 늘었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나빴던 만큼, 기저효과로 인한 반등이 있었다는 평가다.
이는 시장의 예상에 부합한 것이기도 하다. 일주일 전 한은이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것에 따르면 2분기 2.1% 성장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분기 성장률을 뜯어보면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성장률 거의 전부를 정부가 담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졌던 지난 2009년 이후 정부 존재감이 가장 컸다. 민간의 존재감이 그만큼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 소비는 1년 전보다 7.3%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2분기(+8.3%) 이후 꼬박 10년 만에 정부가 가장 급하게 소비를 늘린 것이다. 물품을 구매하거나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을 대폭 늘렸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정부의 투자도 대폭 확대됐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 등을 포괄하는 것이 ‘총고정자본형성’인데, 정부의 총고정자본형성 기여도는 0.6%포인트였다. 2016년 1분기(0.7%포인트)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의 경제성장률 기여도도 10년 만에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1.8%포인트를 나타내며 전체 성장률 2.1%의 거의 대부분을 정부가 만들어낸 것으로 기록됐다. 2009년 3분기(3.1%퐁니트) 이후 가장 높은 값이다.
정부의 ‘역대급’ 성장기여도는 민간의 성장기여도가 그만큼 낮았다는 뜻과 같다. 민간의 성장기여도는 0.3%포인트에 불과했다. 이 역시 2009년 3분기(-0.7%) 이후 볼 수 없었던 레벨이다.
한편 전체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설비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7.8%를 기록했고, 건설투자는 1년 전보다 3.5% 줄었다.
그 와중에 우리 국민들의 구매력도 후퇴한 것으로 파악됐다.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0.5%였다. 실질 GDI는 국내에서 생산된 최종생산물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주는 지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분기(-2.5%) 이후 가장 많이 줄어든 것이다.
실질 GDI가 줄어든 것은 수출액은 줄어드는 데 반해 수입액은 늘어서다. 전체 수출액으로 살 수 있는 수입품이 쪼그라들었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도체 수출액이 감소하고,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수입액은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