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한국인 비자 제한 등 전망도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문제 삼아 경제 보복에 나선 데 맞서 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내 기업의 피해를 신속하게 막을 만큼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WTO 결론이 나오기까지 몇 년이 걸리는 데다 우리 정부의 승소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WTO는 ‘제소 접수→당사국 협의→패널 설치(협의 실패 시)→당사국에 패널 보고서 제출→당사국 회람→상소 보고서 제출(한 국가가 패널 보고서 채택에 반대해 상소할 경우)→상소 보고서 채택→패소국에 최종 결정 보고’ 순서로 국가 간 무역 분쟁을 해결한다. 물론 ‘양 당사국 협의’ 때 의견이 일치하면 비교적 빨리 분쟁이 마무리되지만 상소 이후까지 가면 일반적으로 4, 5년이 걸린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겨냥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사실상 ‘경제 보복’으로 읽히는 데다 현시점에서 양국 간 접점을 찾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WTO에 제소해도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대상으로 삼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DP) 일부 품목의 국내 재고량이 WTO의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충분하게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수출 규제 품목으로 정한) 리지스트와 에칭가스 재고량은 앞으로 2, 3개월 사용 가능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우리 정부의 승소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정부가 그동안 반도체와 DP 관련 품목의 한국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우대 조치를 해왔다가 이번에 규제하는 것인 만큼 냉정한 시각으로 볼 때 이를 국제법 위반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앞으로 상황을 보면서 (후속 대책을) 연구해야 할 것 같다”고 신중론을 편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WTO 분쟁 해결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일본이 다른 분야에서 추가 규제를 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가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엄격화 등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