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7.02 01:30
[일본의 경제보복]
징용 판결땐 "사법부 결정"이라더니 이번엔 "산업부 등이 대응"
산업부 긴급회의 "상식에 반한 경제 보복… WTO에 제소할것"
일본 정부가 1일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을 이유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 소재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에 나섰지만 청와대는 이날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강제징용 판결 이후 한·일 관계 악화를 사실상 방치해왔던 청와대와 외교부는 '경제 문제'라는 이유로 대응을 경제 부처들에 떠넘기고 뒤로 빠졌다. 청와대는 징용 판결 때는 "사법부의 결정이라 정부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니 일본이 사실상 '경제 보복'으로 나오자 "담당 부처가 대응한다"는 논리를 폈다.
강제징용 판결 이후 한·일 관계 악화를 사실상 방치해왔던 청와대와 외교부는 '경제 문제'라는 이유로 대응을 경제 부처들에 떠넘기고 뒤로 빠졌다. 청와대는 징용 판결 때는 "사법부의 결정이라 정부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니 일본이 사실상 '경제 보복'으로 나오자 "담당 부처가 대응한다"는 논리를 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산업부 등 관련 부처가 앞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며 "별도의 입장이 없다"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일본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폐막 직후 우리를 상대로 내린 조치인 만큼 '보복 조치'라고 보고 있지만, 여기에 청와대가 직접 나서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내부 정리가 있었다"고 했다.
청와대는 최근 한·일 양국의 기업들이 기금을 조성한 뒤 그 돈으로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일본에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청와대는 "현실적 제안"이라고 했지만, 한·일 정상회담 무산을 염두에 둔 '면피용' 대책 발표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 문제는 시간을 두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특정 사안에서 성과가 나오면 앞에 나서고, 책임이나 뒤처리 문제가 있으면 소관 부처에 맡기는 모습을 몇 번 보여왔다. 청와대는 지난달 16일 리비아에서 납치된 우리 국민이 315일 만에 풀려났을 때 외교부가 발표하는 관례를 깨고 직접 브리핑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에게 특별히 부탁했다. UAE 지원이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지난 5월 EU(유럽연합)에 의약품 수출 때 의무적으로 첨부하는 서류를 면제받은 결정이 나왔을 때도, 청와대는 해당 부처들보다 더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반면 북한 목선 입항 귀순 사건은 국방부에 대응을 일임했다. 이번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날 일본 정부 부대변인 격인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 부장관(차관급)은 브리핑에서 "이번 조치는 수출 관리 제도의 운용에 필요한 개정이며 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수출 규제 발표는 경제산업성이 맡았다.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작전'을 편 것이다. 그러나 이날 일본의 조치가 강제 징용 판결에서 시작된 만큼 '경제'에 국한된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
이날 우리 외교부가 취한 조치는 조세영 제1차관이 이날 오후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하는 정도였다. 정작 분주해진 것은 경제 부처였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수출상황점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조치를 발표했다. 성 장관은 "정부는 향후 WTO 제소를 비롯해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거,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가 열려 대책이 논의됐으며, 그 결과를 성 장관이 발표한 것이다. 이 자리에는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도 참석했다. 성 장관은 "일본 정부가 발표한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결을 이유로 한 경제 보복 조치"라며 "상식에 반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산업부는 이날 오후 정승일 차관 주재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업계 관계자들과 긴급 현안점검 회의도 열었다.
통상 전문가들은 WTO에 제소할 경우 승소할 가능성은 크지만 실익(實益)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WTO에서 결론이 나려면 2년 정도가 걸린다"며 "2010년 일본이 중국의 희토 류 수출 금지 조치에 대해 WTO에 제소해 3년 만에 승리했지만, 그 기간 일본 산업계는 이미 막대한 피해를 본 뒤였다"고 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외교 갈등"이라며 "청와대와 정부가 우리 산업계의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최근 한·일 양국의 기업들이 기금을 조성한 뒤 그 돈으로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일본에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청와대는 "현실적 제안"이라고 했지만, 한·일 정상회담 무산을 염두에 둔 '면피용' 대책 발표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 문제는 시간을 두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특정 사안에서 성과가 나오면 앞에 나서고, 책임이나 뒤처리 문제가 있으면 소관 부처에 맡기는 모습을 몇 번 보여왔다. 청와대는 지난달 16일 리비아에서 납치된 우리 국민이 315일 만에 풀려났을 때 외교부가 발표하는 관례를 깨고 직접 브리핑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에게 특별히 부탁했다. UAE 지원이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지난 5월 EU(유럽연합)에 의약품 수출 때 의무적으로 첨부하는 서류를 면제받은 결정이 나왔을 때도, 청와대는 해당 부처들보다 더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반면 북한 목선 입항 귀순 사건은 국방부에 대응을 일임했다. 이번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날 일본 정부 부대변인 격인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 부장관(차관급)은 브리핑에서 "이번 조치는 수출 관리 제도의 운용에 필요한 개정이며 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수출 규제 발표는 경제산업성이 맡았다.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작전'을 편 것이다. 그러나 이날 일본의 조치가 강제 징용 판결에서 시작된 만큼 '경제'에 국한된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
이날 우리 외교부가 취한 조치는 조세영 제1차관이 이날 오후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하는 정도였다. 정작 분주해진 것은 경제 부처였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수출상황점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조치를 발표했다. 성 장관은 "정부는 향후 WTO 제소를 비롯해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거,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가 열려 대책이 논의됐으며, 그 결과를 성 장관이 발표한 것이다. 이 자리에는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도 참석했다. 성 장관은 "일본 정부가 발표한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결을 이유로 한 경제 보복 조치"라며 "상식에 반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산업부는 이날 오후 정승일 차관 주재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업계 관계자들과 긴급 현안점검 회의도 열었다.
통상 전문가들은 WTO에 제소할 경우 승소할 가능성은 크지만 실익(實益)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WTO에서 결론이 나려면 2년 정도가 걸린다"며 "2010년 일본이 중국의 희토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 치졸한 보복… 日내부서도 "센카쿠열도 분쟁때 中의 희토류 수출금지와 같아" 도쿄=이하원 특파원
- 美 국무부 "한미일 3자 협력 강화에 전념" 이정민 기자
- 아베 "한국 수출 규제 WTO 규칙 따른 것" 전효진 기자
100자평
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