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텔 동상: 인도, 세계서 가장 큰 동상 건립에 뿔난 농민들...'사람이 굶는데'

182m 높이의 동상은 인도 독립운동가 사르다르 발라바이 파텔을 기념해 만들었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182m 높이의 동상은 인도 독립운동가 사르다르 발라바이 파텔을 기념해 만들었다

10월 31일, 인도 구자라트주에 세계에서 가장 큰 동상이 들어선다.

'통합의 상(Statue of Unity)'이라 불리는 조각상은 높이가 무려 182m 높이로, 인도 독립운동가 사르다르 발라바이 파텔을 기념해 만들었다.

그러나 현지에선 동상 및 기념관 건립에 지나친 예산을 낭비했다는 비판도 있다. BBC 구자라트어 서비스의 록시 가그데케르가 직접 지역 주민들을 만나 동상 건립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농민들의 입장

올해 39살의 농부 비젠드라 타드비는 1.2헥타르가량 되는 농지에 필요한 물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추, 옥수수, 땅콩 등을 재배하는 인도의 수백만 농가와 마찬가지로 장맛비나 지하수로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하지만 올여름은 인도 농민에게 어려운 해였다.

가뭄과 함께 비가 불규칙으로 내려 농작물 재배가 쉽지 않았다.

반면, 2015년부터 동상 건설 현장에 운전기사로 고용된, 비젠드라 타드비는 현장에서 받는 보수로 생활하고 있다.

이미지 캡션 올해 39살의 농부 비젠드라 타드비는 동상이 아닌 농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동상 건립에 무려 4억 3000만 달러 (4900억 원)이상이 투입됐다.

예산의 절반 이상은 구자라트주 정부가 부담했고, 나머지는 중앙정부의 보조금 그리고 기부금으로 충당했다.

타드비는 BBC에 인도 정부가 "거대한 동상에 돈을 쓸 게 아니라 지역 농민들을 위해 써야 한다"고 비판했다.

동상 건립의 목적

동상의 주인공 발라브바이 파텔 전 부총리는 구자라트주에서 태어나 간디와 함께 독립운동을 펼쳤고, 독립 정부에서 네루 총리하에 부총리 겸 내무장관으로 재직했던 인물이다.

그는 여러 세력으로 나뉜 인도를 연방 깃발 아래 뭉치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그 때문에 그의 동상도 '통합의 상'으로 명명했다.

처음 동상 건립은 제안은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2010년 주 총리직을 역임할 당시 지시했다.

일각에서는 모디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이 네루 초대 총리의 업적에 가려진 파텔의 업적을 부각하고, 자신들을 파텔의 후계자로 명분을 세워 야당을 견제하기 위해 동상 건설을 지시했다고 본다.

인도국민당과 맞서는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는 네루 초대 총리의 후손들이 요직을 맡고 있으며, 3명의 총리를 배출했다.

네루의 후손들이 이끄는 INC는 인도의 독립이후 71년 중 49년을 통치할 만큼 인도 근대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하지만 집권당 BJP는 야당인 INC를 겨냥해 네루 총리 후손들을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모디 총리 역시 2013년 총선 유세 과정에서 파텔이 총리가 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발언한 바 있다.

동상이 세워질 파텔 기념관에는 3성급 호텔, 박물관, 연구소 등도 함께 건설될 예정이다.

연구소는 파텔이 추구한 "훌륭한 통치"와 "농업 개발"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파텔 기념관은 타드비가 사는 마을에서 약 10km 떨어진 나루무다 지역에 세워진다.

정부가 2016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굶주림 속에 살아가고 있으며 초등학교 진학률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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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올초 인도의 농민들은 융자금 상환 면제와 농작물 가격 안정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했다

정부는 파텔 동상과 기념관을 건립으로 연간 25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동상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산딥 쿠마르는 "지역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지역 관광산업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회의적이다.

동상 건립에 반대하는 한 농부는 "정부에게 묻고 싶습니다. 왜 농부들을 지원하고, 삶의 수준을 향상하는 프로젝트에는 지원하지 않는지"

피팔리야 지역은 인근 댐에서 물을 제공받기로 되어 있지만, 타드비를 비롯한 농민들은 여전히 물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타드비는 관개수로가 없어 빗물에만 의존하다 보니, 재배량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관개 시설을 갖춘 농민들은 1년에 3번 작물을 재배하는데 우린 1년에 한 번 밖에 재배하지 못한다."

한편, 지역 정부 관계자는 BBC에 농민들에게 물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미지 캡션 잇따른 가뭄으로 피해를 본 농가가 늘고 있다

2011년 인구 조사에 따르면, 타드비가 거주하는 지역 인구의 약 85%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인도 인구의 절반이 농업에 종사하지만, 농업이 전체 GDP에 기여한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또, 최근 농업 성장률은 1.2%로 감소했다.

농장은 고용 인원과 비교하면 생산량이 너무 적고, 수만 명의 농부는 융자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때문에 올 초 마하라슈트라 지역의 농부들은 융자금 상환 면제와 농작물 가격 안정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또, 타밀 나두주에서는 시위에 참여한 농민들이 사람의 두개골을 들고, 살아있는 생쥐를 입에 물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동상 건립 뒤에는 물을 훔쳐야만 살 수 있는 농민들이 있다.

이들은 눈앞에서 물이 댐에서 운하를 통해 흐르고 있지만, 물을 끌어다 쓰는 것이 불법이다 보니 훔칠 수밖에 없다.

한 농민은 그를 포함해 지역의 거의 모든 농민이 살아남기 위해서 지하 파이프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적으로 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달리 물을 얻을 곳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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