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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업데이트2019-06-13 01: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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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총리 집권 4년, 인도 교과서 '역사왜곡' 논란

'네루·간디 암살' 교과서서 삭제…관광책자서 타지마할도 없애
이슬람·기독교도는 '외래자'로 간주…학계, "나치와 겹쳐 보인다" 경고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나렌드라 모디 총리 집권 4년이 지나면서 인도에서 역사왜곡 논란이 일고 있다.

인도 서부 라자스탄주에서는 재작년 공립학교 사회교과서에서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에 관한 내용이 삭제됐다.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하트마 간디 암살사건에 대한 언급도 없다.

'힌두교도가 아니면 인도인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기울어 신화와 역사적 사실을 혼동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모디 총리 집권 후 이뤄지고 있는 교과서 개편은 이슬람교도 등 소수파 배척의식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8일 전했다.

라자스탄주 아즈메르에 사는 주부 미나 카풀(45)은 "간디와 네루에 대해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배웠는데 아이들도 확실하게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리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한 모디 총리(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파리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한 모디 총리(EPA=연합뉴스 자료사진)

간디와 네루는 모디 총리가 이끄는 여당 인도국민당의 라이벌 정당인 인도국민회의 소속이었다.

인도국민회의 총재는 현재 네루의 증손자인 라훌 간디가 맡고 있다.

인도국민당 지지 모체로 모디 총리의 출신단체이기도 한 '민족봉사단(RSS)'은 힌두교 전통에 따른 사회통합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모디 총리 자신은 간디를 겉에 나서서 비판하지 않고 있으나 RSS는 "간디도, 네루도 이슬람교도에 저자세를 보이면서 힌두교도를 핍박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네루에 관한 내용이 삭제된 새 교과서에는 RSS 사상에 영향을 미친 사바르카르에 관한 내용이 대신 들어갔다. '힌두교 국가'를 주창한 인물로 간디 암살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연방제인 인도에서 교과서 내용은 주정부가 결정한다.

교과서 개정은 라자스탄주를 비롯, 인도국민당이 정권을 장악한 각 주로 확산하고 있다.

교과서를 먼저 개정한 주(州)는 모디 총리가 2014년 연방 총리가 되기 전까지 주 총리를 지낸 구자라트주다.

구자라트주는 교과서에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를 '외래자'로 규정하고 RSS의 애창가를 추가로 집어 넣었다. 2014년 인도의 한 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교과서 개편 지지여론이 69%에 달했다.

모디 총리는 "가네사는 성형외과가 고대 인도에 알려져 있었던 증거"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가네사는 시바신(神)의 아들로 긴 코와 코끼리 얼굴, 사람 형상을 한 힌두교의 지혜와 학문의 신이다.

힌두교 신들이 등장하는 고전에는 아버지 시바신에게 목이 잘려 코끼리 머리에 옮겨 붙여진 가네사신의 이야기가 나온다. 모디 총리는 이 이야기를 진짜로 받아들였다. 역사학회는 "역사와 신화의 혼동"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학계 비판에도 2016년 고대사재검토위원회를 설치했다.

마헤슈 샬마 문화장관은 "신들의 이야기는 신화가 아니라 사실"이라면서 "고전 내용과 고고학 사료 및 자료의 차이를 메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역사 개편 파도는 세계문화유산에도 밀어닥치고 있다.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는 작년에 제작한 관광 가이드북에 타지마할을 아예 싣지 않았다.

타지마할은 17세기 이슬람계 무굴제국 5대 황제인 샤 자한이 먼저 별세한 아내를 위해 세운 묘다.

힌두교 승려 출신으로 인도국민당 소속인 요기 주 총리의 영향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요기 총리는 "(침략자가 세운) 타지마할은 인도문화를 대표할 수 없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힌두교 지상주의의 침투에 이슬람교도는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 산하 마이노리티위원회의 자훌르 칸 위원장은 "모디 정부는 힌두교도가 '본래 인도인'이고 이슬람교도와 소수파는 '외래자'로 치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13억 인구의 약 80%가 힌두교도다.

인구의 15%정도인 이슬람교도는 유력한 전국 정당이 없어 인도국민회의를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모디 총리를 배출한 인도국민당은 2014년 총선에서 제2당인 인도국민회의를 큰 차로 따돌렸다.

차기 총선은 이르면 내년에 실시된다. 칸 위원장은 "정권은 표를 많이 얻고자 우리 소수파에 대한 증오를 더욱 조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산제이 스리스타버 델리대 교수는 "모디 총리는 고대 인도의 우월성을 강조해 힌두교도의 자존심을 자극한다"면서 "인도의 국제적 존재감 향상과 경제성장이 이를 더 조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 헌법은 모든 종교를 평등하게 취급하는 '세속국가'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국민당에서는 이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하는 각료도 있다.

교과서 개편은 헌법개정을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의 역사교과서 편찬 책임자로 개정 교과서 1권은 출판했지만 모디 정부 출범 후인 2015년 2권 출판을 금지당한 역사학자 알준 데브(82)씨는 "현재의 움직임은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을 강조하면서 유대인을 박해한 나치와 겹쳐 보인다"고 경고했다.

lhy5018@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8/06/19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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