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군사령부가 평택으로 옮겨가는 것은 단순한 위치 변동을 넘어 군사동맹의 성격을 변화시킬 정도로 ‘보이지 않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한·미 양국 국방부는 3일 서울 용산기지의 연합사를 경기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미군 기지로 이전한다는 데 합의했다. 전시 작전통제권이 한국군으로 넘어온 뒤에는 연합사령관도 한국군이 맡기로 했다. 연합사가 사실상 수도권도 벗어난 위치로 남하(南下)하는 것은 미군 지휘부라는 최고의 ‘인계철선’이 서울에서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동두천의 210화력여단만 빠지면 한강 이북에 주둔하는 미군 부대가 없어지는데, 이 부대도 남쪽으로 이전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안보 위협에 ‘자동 개입’이 아니라 ‘헌법상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는데, 미군의 한강 이북 주둔은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해 왔다. 그리고 대한민국 심장부를 반드시 방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과시이기도 했다. 북한의 핵무기나 장사정포 등이 서울에 떨어지면 미군 고위 장성들도 희생될 수 있다는 사실은 미국의 자동 참전을 보증한다. 이 때문에 북한에 대해서는 그 자체로 엄청난 억제력을 발휘해 왔다. 그런 상징이 사라지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0월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연합사를 국방부 영내로 옮기기로 합의하고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연합사 본부의 국방부 용지 내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뒤집혔다. 군사기밀과 첩보의 유출을 미국이 우려하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문 정부는 전작권이 전환되면 연합사령관을 한국인이 맡게 된다는 점을 자랑으로 여기는 듯하나 상황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결국 한국 안보에서 한 발 빼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문 정권 내부의 공허한 자주 국방론이나 반미·친북 기류가 맞아떨어진 결과일 수 있다. 이런 동상이몽 때문에 동맹의 주요 축(軸)이 흔들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