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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질 기다리던 박연차 “盧, 빨리 사실 인정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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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질 기다리던 박연차 “盧, 빨리 사실 인정했으면”

입력 2009-05-02 02:57수정 2009-09-2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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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가 끝나고 난 뒤… 임채진 검찰총장(오른쪽)은 다음 주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지, 불구속기소할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1일 오전 조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노 전 대통령이 엷은 미소를 띤 반면 이날 자정 무렵 대검 청사를 나서는 임 총장의 얼굴 표정은 다소 무거워 보인다. 사진공동취재단

檢 “소기의 성과 거뒀다” 盧측 “객관적 증거 없었다” 기싸움

盧측 “박연차도 대질 원치 않아… 조서에 그런 내용 있어”

檢 “朴, 대질 불발된 뒤 盧가 거부했다고 확인서까지 썼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의 대질을 제외하고는 충분히 조사가 됐고,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홍만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

“검찰이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인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조사가 마무리된 뒤인 1일 검찰과 노 전 대통령 양측은 조사 결과에 흡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 양측에 모두 유리한 방향으로 조사가 진행됐을 확률은 거의 없어 어느 한쪽은 조사 때 입은 ‘상처’를 축소하거나 숨기고 있다는 얘기다.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의 대질조사가 무산된 원인을 놓고 양측은 날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와 법정 다툼을 앞두고 양측이 장외 기 싸움에 나선 것이다.

○ 대질 불발 논란

검찰은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반경 “노 전 대통령 측이 ‘대질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아니고 시간도 늦었다’는 이유로 거부해서 대질이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대질이 무산된 지 불과 10여 분 만에 검찰이 대질 무산과 그 이유까지 상세히 공개한 것. 통상적으로 뇌물 사건에서 대질을 거부한 쪽은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고, 수사기록에 이 같은 내용이 남으면 법정에서도 불리할 수 있다.

그러나 문 전 실장은 1일 오전 “(노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박 회장도 대질을 원하지 않았다. 조서에 그런 내용이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날 오후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조서를 확 공개해 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홍 기획관은 이어 대질 무산 당시의 상황을 낱낱이 공개했다.

전날 오후 11시 10분경 수사 검사가 노 전 대통령에게 대질을 권하자 노 전 대통령은 “그만합시다”라고 거절했다는 것. 검사가 다시 “(그런 뜻을) 박 회장에게 직접 말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은 “네, 그러겠습니다. 그럼 인사나 하죠”라고 해 박 회장이 변호인과 함께 조사실로 들어왔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이 “내가 대질 안 한다고 했어요. 내가 박 회장에게 이런저런 질문하기 고통스러워서. 거참…”이라고 하자 박 회장이 “대통령님, 저도 괴롭습니다. 건강 잘 챙기십시오”라고 답한 사실도 공개했다.

박 회장의 변호인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회장이 오후 3시부터 대기하면서 ‘언제든지 대질하겠다’는 뜻을 검찰에 전달했다. 구치소로 다시 돌아가기 전 ‘대질에서 진실이 드러나기를 희망한다. 노 전 대통령이 거부해 대질을 못했다’는 내용의 사실 확인서도 제출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오후 3시부터 장시간 대질조사를 기다리는 동안 “(노 전 대통령이) 빨리 인정하고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왜 이렇게 시간을 끄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박 회장 진술 확실” vs “결정적 증거 없어”

소환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박 회장 진술의 신빙성을 놓고도 노 전 대통령 측과 검찰은 시각차를 드러냈다. 문 전 실장은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증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과 통화했다면 기록이 있을 텐데 검찰이 그것도 확보하지 못한 것 같다. 박 회장의 진술을 뒷받침할 물증이 없다면 결국 믿을 수 없는 진술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검찰이 박 회장 진술 외에 다른 증거를 갖고 있지 않은 만큼 노 전 대통령의 ‘무혐의’를 이끌어낼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검찰은 뇌물사건에서는 돈을 건넨 쪽의 진술이 가장 직접적인 증거이고, 박 회장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는 것을 입증할 여러 정황증거가 매우 구체적이고 도저히 지어낼 수 없다고 판단된다면 공소유지가 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 100만 달러 용처, 막판 변수?

검찰과 노 전 대통령 측은 박 회장이 2007년 6월 말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을 통해 청와대 관저에 갖다 준 100만 달러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데 모두 동의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이 돈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만큼 용처를 확인하면 돈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가 더욱 명확해진다는 것.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소환조사 때 “권양숙 여사가 개인적인 빚을 갚기 위해 돈을 받아 썼다”는 노 전 대통령 측의 기존 해명이 맞지 않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보고 있다. 100만 달러가 전달된 며칠 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 등 미국에 유학 중인 자녀에게 대통령 부인을 보좌하는 대통령제2부속실 행정관 등을 통해 수십만 달러가 송금된 자료도 제시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자녀들의 생활비 명목으로 달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는 박 회장과의 진술과도 맞아떨어진다. 여기까지는 검찰에 다소 유리해 보인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측은 그렇다 하더라도 이 돈의 실체를 노 전 대통령이 전혀 몰랐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정계 입문 뒤 생활비 등을 권 여사가 직접 챙겼다고 주장하고 있고, 권 여사 역시 지난달 11일 부산지검에서 조사받을 때 “노 전 대통령이 정치 활동을 하느라 생긴 채무를 갚고 생활비 등으로 썼다”고 진술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1일 ‘생활비 등’에 자녀 학비도 포괄적으로 포함돼 있다고 밝히면서 노 전 대통령은 몰랐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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