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티벌 현장에서 '이문덕(이게 다 문재인 덕분이다)' 깃발을 들고 있는 유모(32) 씨 / 유씨 인스타그램 캡쳐 |
(서울=코리아타임스) 우지원 인턴기자 = 세계 최대 음악 페스티벌 중 하나인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서 ‘이문덕(이게 다 문재인 덕분이다)' 깃발을 든 주인공의 정체가 밝혀졌다. 바로 현직 방송사 PD로 일하고 있는 유모(32)씨다. 영국 현지에서 공연을 만끽하는 중이던 유 씨와 메신저상으로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유씨는 코리아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이 벌써 세 번째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참여"라고 밝혔다. 알고 보니 유씨는 ‘프로깃발러'였다. 지난해 페스티벌에 참여했을 때는 ‘엄마 나 여기 있어'라고 적힌 깃발을 들었다. 이 깃발 역시 당시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타며 화제가 됐다.
주위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유 씨는 올해 새로운 깃발에 도전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각) 영국의 유명 락스타 리암 갤러거의 ‘락 앤 롤 스타' 공연 도중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일명 ‘이문덕' 깃발이 그것이다.
유씨는 ‘이문덕' 깃발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작년에) 한글 깃발을 들고 다니니 외국인들이 뜻을 많이 물어봤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촛불정국, 탄핵 등 우리 한국의 민주주의를 자랑하고 싶어 만들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는 실제로 오래된 문재인 지지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유씨는 "실제로 한글 깃발만 보고 와서 자기도 문재인을 좋아한다며, 굿 가이라고 축하한다는 말을 건넨 영국사람도 있었다"며 후문을 전했다.
왜 하필 깃발이었을까? 유씨는 "글래스톤베리에는 수천 개의 깃발이 있다. 텐트마다 각자표식으로 꽂아놓기도 한다. 큰 의미 없이 SNS에 쓰는 말과 비슷한데 단지 그 방식이 깃발일 뿐이다. 재미와 관심사가 반영된 외침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저는 그저 우리나라 대통령 선출 과정부터 현재까지를 자랑하고 싶었던 것뿐"이라고도 했다.
유씨는 이어 "음악 페스티벌에 정치적 메시지를 들고 갔다고 뭐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 곳은 전쟁, 트럼프, 김정은 등을 비난하는 깃발과 스피치가 난무하는 곳이다. 종교와 정치를 넘어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페스티벌에서 가장 기대한 공연으로 국민적 인기를 자랑하는 영국의 인디 팝 밴드‘The XX'와 90년대를 풍미한 영국 락밴드 ‘오아시스' 출신의 락스타 리암 갤러거의 무대를 꼽았다. 좋아하는 밴드를 보기 위해 10여 킬로그램에 달하는 짐을 이고 20여 시간을 날아가는 고생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유씨. 그 열정을 증명하듯 현장에서 찍어 올린 SNS 영상 속에는 웃음과 음악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매년 영국 남부의 서머싯 주 농장에서 5일간 열리는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은 세계 최대 규모의 야외 페스티벌이다. 전세계의 유명 뮤지션들이 총출동해 밴드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꿈의 페스티벌'로 여겨진다. 매년 4월경 출연진을 공개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블라인드 티켓 판매는 순식간에 전면 매진된다. 올해 페스티벌에는 ‘피터팬 컴플렉스'가 유일한 한국 밴드로 무대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