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신임 법무부 차관 / 사진제공=외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과 관련해 검찰 재수사가 본격화한 가운데 김 전 차관의 뇌물 수수 혐의를 입증할 장소로 고(故)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소유한 시그너스컨트리클럽(CC)이 수사 선상에 떠올랐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 수사를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고 관련자 소환 및 관련 장소 압수수색을 검토 중이다. 

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2005~2012년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교류하며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 및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씨는 수 차례에 걸친 대검 진상조사단 조사에서 '성접대 동영상' 장소인 강원도 원주 별장 외에 시그너스CC에서 골프 등의 접대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그너스CC는 행정구역상 충청북도 충주시에 위치한다. 그러나 윤씨의 원주 별장과는 직선거리는 1.5km에 불과해 강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이웃하고 있다. 윤씨는 시그너스CC가 원주 별장에서 차로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골프 라운딩 후 별장에서 뒷풀이를 하는 방식으로 접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그너스CC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한 것으로 유명한 강금원 회장이 직접 대표를 맡아 노무현정부 인사들의 왕래가 잦았던 장소다. 강 회장은 2009년 당시 검찰 수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을 시그너스CC 고문과 직원 등으로 등재시켜 놓고 급여 명목으로 돈을 지급하고 승용차를 지원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당시 윤씨와 가깝게 지낸 지인 등에 따르면 윤씨는 골프장과 별장 인근인 충주와 원주 지역의 유력 인사들과 친분을 쌓는 통로로 시그너스CC를 적극 활용했다. 윤씨가 골프 라운딩과 함께 돈봉투를 전달했다는 정황도 포착돼 향후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와 관련해 중요한 수사 지점이라는 것이 윤씨를 조사해온 진상조사단의 판단이다. 

진상조사단은 윤씨로부터 이 시기에 노무현정부 유력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모 병원장을 통해 김 전 차관의 승진을 부탁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은 2007년 2월 검사장급인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승진했다.  

진상조사단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한 검찰 '김학의 수사단'은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윤씨에 대한 소환 조사와 압수수색 등을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의뢰를 받은 두 가지 중 김 전 차관과 직접 연관된 것은 뇌물 혐의이기 때문에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물증을 확보해야 김 전 차관의 신병 확보 등으로 수사를 진척시킬 수 있다"며 "공소시효 문제 등 법리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신속한 수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골프 접대를 포함한 뇌물 액수와 인사 청탁과 관련한 대가성 입증이 가능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히 많다. 관련 법에 따르면 뇌물액수가 1억원 이상이면 공소시효가 15년이고 3000만~1억원이면 10년이다. 뇌물 수수 시점이 2008년 이전으로 밀리게 되는데다가 여러 번 나눠 뇌물을 받은 경우엔 이를 묶어 하나의 뇌물죄로 판단해 일괄 공소시효를 늘리는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모든 뇌물이 하나의 청탁을 위한 것이었다고 입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김 전 차관의 승진 청탁에 대한 윤씨의 진술이 얼마나 신빙성을 갖느냐도 의문이다. 

당시 노무현정부 검찰 인사에 밝은 한 인사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윤씨와 김 전 차관의 존재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며 "윤씨의 허언일 가능성이 있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