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한국판 노벨상 프로젝트
정부가 국제적으로 공언한 것과 달리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비를 깎아 논란이다. 사진은 IBS 중이온가속기 건설 현장. [사진 IBS]
[권혁주 논설위원이 간다]
세계 최고 수준 과학자 초빙해
노벨상급 거대 연구 프로젝트
“10년 자율 연구 지원” 공언 깨고
내년도 연구비 10% 이상 삭감
연구 인력 감축 시작한 연구단도
이전 정부 사업 지우기라면 곤란
암흑물질 실험 장비다. [중앙포토]
그렇게 2011년부터 순차적으로 28개 연구단이 설립됐다. 연구단이 자리를 잡으면서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발표 논문이 폭증해 세계 최고의 학술지 ‘네이처’는 2016년 IBS를 ‘떠오르는 별(rising star)’로 지정했다. 연구의 질을 보여주는 ‘피인용 상위 1% 논문 비율’은 지난해 7.7%로 막스플랑크연구소(4.6%)를 눌렀다. 정부는 약속대로 연구비를 지원해 이런 결과를 뒷받침했다. 연구비 항목을 일일이 심사하지 않고 통으로 예산을 배정했다. ‘자율 연구’ 약속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정부가 태도를 바꿨다. ‘장기 자율 연구 및 연간 최대 100억원 연구비 보장’이라던 약속과 달리 연구비 내용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내년도 예산을 깎았다.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대로면 올해 1개 연구단 평균 73억원이었던 연구비는 내년에 65억원으로 11% 줄어든다.
대전 IBS 본원. [사진 IBS]
외국인 연구단장 9명은 공동으로 편지를 작성해 청와대와 과기정통부에 보냈다. 이들은 서한에서 “우리가 고향을 떠날 때 한국 정부가 했던 약속이 존중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예산 삭감 때문에 지금까지 해온 주요 연구 일부를 중단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고, 유능한 과학자들이 한국을 떠날 수 있으며, 한국 정부의 신뢰 또한 떨어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답신은 오지 않았다. 서한을 공동 작성한 스티브 그라닉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장은 “장기·자율 연구라는 IBS의 비전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편지를 썼다”고 말했다.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였던 그는 IBS 제안으로 2015년 한국에 왔다.
- 질의 :왜 장기·자율 연구가 중요한가.
- 응답 :“그 비전 때문에 톱 레벨 과학자들이 한국에 오지 않나. ‘내년 연구비를 걱정할 필요 없이 장기적으로 야심 찬 연구를 할 수 있다’고 하면 모두 부러워한다.”
- 질의 :계약서에 지원 약속이 담겨 있었나.
- 응답 :“계약서 내용은…. 처음엔 정부가 내 연봉만 얘기하더라. 나는 ‘연봉 때문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연구단(center of international excellency)을 만들기 위해 한국에 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결국 나는 한국 정부를 믿고, 그들은 나를 믿기로 했다. 하지만 그때 우리가 동의했던 재정 지원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 질의 :정부가 애초 약속을 지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꿀 것 같은가.
- 응답 :“한국은 이제 원래의 목표를 갖고 있지 않은 듯하다. 정말 걱정되는 건 내년 초 우리 연구단에 대한 성과 평가다. 평가 패널 3분의 2가 외국 학자다. 평가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게 국제적으로 알려질 것이다. 그건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worst possible case)다.”
지난해 가족과 함께 미국에서 한국으로 온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장은 한창 시설을 만드는 초기에 예산이 삭감됐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새로 연구센터를 만드는 데 3년쯤 걸리고 성과를 내려면 몇 년이 더 필요하다. 장기간 안정적인 연구비 지원이 필수다. 처음부터 흔들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당장 내년도 실험시설 구축 계획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 나도 연구와 관련해 한국에 한 약속(우수한 연구단을 만드는 것)을 지킬테니 한국도 나에게 한 약속을 지켰으면 한다.”
한국인 연구단장들 역시 노심초사다. 현택환 단장은 “연구비가 부족해 박사급 연구원 절반 이상에게 나가달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연구비 심의에도 일부 불만이 나온다. 지난해까지 계속 예산을 통배정하다가, 내년도 연구비부터 정부가 항목별로 일일이 들여다보기 시작해서다. 연구단장들 역시 소중한 세금이 새지 말아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그러면서도 “기초과학의 자율성을 인정해 달라”고 한다. 국제 학술회의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얻거나 성능 뛰어난 연구 장비를 발견했는데, 때를 기다려 예산 신청하고 심의받아 관련 연구를 시작하면 뒤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IBS가 모델 삼은 막스플랑크연구소는 연구비를 ‘지난해보다 몇 % 증가’식으로만 결정해 연구단에 주고 있다. 세부 집행은 연구단이 알아서 한다.
국제적으로 신뢰도가 떨어질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IBS에 대한 애초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이유는 무얼까. 여러 해석 가운데 하나는 현 정부가 내건 ‘풀뿌리 기초과학’이다. 연구비를 집중하기보다 대학 등에 골고루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IBS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자들이 모여 최고 수준의 연구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런 마당에 IBS의 연구비를 줄이는 것은 나라의 혁신 경쟁력을 깎아 먹는 일이 될 수 있다.
행여 전 정부의 업적인 IBS를 지우기 위해 ‘풀뿌리 기초과학’을 내세웠다면 더욱 안 될 말이다. 대학의 연구를 육성하는 것도 좋지만 그 때문에 세계가 탐내는 기초과학 연구 역량을 훼손하지는 말아야 한다.
권혁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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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은 약속이다. 정부에서 약속한 대로 이행을 해야 한다. 기초과학의 투자는 정권과 이념의 문제로 귀결해서는 안된다. 우리, 국가의 미래이며, 인류의 미래이다. 제발 노벨상 운운하지 말고 노벨상이 나올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답글달기이놈에 설치류는 안건든곳이 없네. 말로만 하고 실천은 뒷사람들ㅇ
답글달기종북좌파정권의 마수가 뻗치고 있구나. 인원 줄이지 말고 해산하세요. 어차피 파탄나게 되어있습니다.
답글달기넓게 보는 안목이 부족하다고 보기보다는...이것도 하나의 당쟁이 아닐까 싶네요.
답글달기한국정부가 원래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듯 보이는 부분은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외국인 단장들이 회합하여 탄원을 하였다 하는데, 과연 외국인 단장들이 엄청난 연구비와 연봉을 받으면서 이행한 약속은 무엇이 있나요? 한국 정부가 과감하게 외국인 단장들도 끌여 들이며 기초과학을 육성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함은, 한국 과학 발전에 기여하고 한국인 과학자들을 육성하기를 바랬기 때문입니다. 근데 과연 몇명의 외국인 단장이 한국과학 발전에 실제 관심을 두고 있을까요?? 그저 실적 없이 외국인만 가득한 연구센터도 있습니다. 기초과학 발전은 실은 젊고 혈기만 가득해 보이는 힘이 없는 젊은 과학자들에 대한 육성에서 부터 이루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한국 과학 발전에 제대로 기여하는 단장을 구분하고 평가가 명확히 이루어져 국민 혈세가 제대로 쓰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답글달기다른 것도 아니고 일자리 예산 만으로 무려 83조를 처발라 쓰고도 이전 정권보다 눈꼽만큼이라도 좋아지기는커녕 역대 최악의 고용 참사를 불러운 무능 지존 문재인 정권. 기초과학 연구단 100억원 ? 83조 중에서 단 1 조원, 그 1조원 중의 1백분의 1이면 되는 예산이다. 그걸 안 주겠다고 그러다니, 이 한심한 정권아. 네가 헛되이 낭비한 일자리 예산의 8,300분의 1인데 그걸 안 쓰겠다고 ?
답글달기평생을 케케묵은 수구좌파 이념에 쩌든 좌파쟁이들 뇌구조 속에서 기초과학 예산이 성에 차겠나. 아무 효용 없는 좌파포퓰리즘 유지비도 엄청나고 조만간 대북 퍼주기도 천문학적으로 해야하니, 예산이 많이 필요하겠지.
답글달기당초 IBS예산을 100% 정부가 부담하는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기업과 정부 지자체 1/3씩 부담하고 그 운영관리를 기업에 맡겼으면 철저히 관리되면서 효율도 향상되고 정부의 약속도 지켜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남는 정부예산으로 IBS에 참여하지 못하는 다수 연구자들에게도 개별과제로 지원하면 좋을 것이다.
답글달기쥐박이넘이 했던 것들은 하나같이 부실이고 낭비였다. 노벨상이 예산으로만 따지다던? 쥐박이넘이 했던 것이니 면밀히 조사하고 분석해서 30조 국세 낭비에 추가 알파가 있는 지를 봐야 한다. 썩을넘의 쥐박이 새이...
답글달기확실히 미래가 없는 나눠먹기에 '미'친' 정부야! 대한민국의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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