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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금융, 금융無경력 한 전 靑 행정관 임원 선임 '논란'

메리츠금융 "인사권자가 어떤 판단으로 한 상무 영입했는지 좀더 지켜봐야"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9-03-12 16:04

▲ ⓒ페이스북
메리츠금융지주가 한정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사진·40>을 브랜드 담당 임원으로 선임해 논란을 빚고 있다. 금융사 경력이 전무한 한 전 행정관이 메리츠그룹 전반의 브랜드 포지셔닝과 전략을 맡게 되어서다.
 
시장에서 친문(親文) 인사의 낙하산 취업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정치권과 기업 간의 유착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12일 공시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은 8일자로 한 전 행정관을 브랜드전략본부장(상무)으로 임명했다. 임기는 이달 1일부터 오는 2022년 2월 말까지다.
 
한국경제TV와 SBS에서 활동해온 한 신임 상무는 경제부 및 정치부 기자를 거쳐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근까지 3급 수준의 행정관을 지내다 지난 1윌 퇴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상무는 이달부터 메리츠금융에서 지주·종금증권·화재해상보험 등 3개사의 브랜드전략을 맡게 된다. 메리츠금융 측은 "그룹 차원의 브랜드 전략과 언론 홍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본부장 직책을 신설했다"며 "한 상무를 적임자로 판단해 영입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상무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금융 및 정치권 일각에서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청와대 행정관 퇴직 이후 사실상 공백 없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통과해 바로 민간 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데다 시장에서 실적이 검증된 경력자만 발탁했던 메리츠금융의 기존 인사 방향과는 전혀 다른 선택이어서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한 상무의 전문성을 놓고 우려를 내놨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한 상무는 금융 출입기자 시절 이슈의 본질을 들여다보기 보다는 논란이 되는 이슈의 일부만 발췌해 취재에 담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특히 기자정신을 가졌다기보다는 욕심과 야망이 많은 인물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고 회고했다.  

실제 메리츠금융은 한 상무를 위해 브랜드전략본부장 자리를 신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메리츠금융 관계자는 "지주사에 브랜드전략 및 홍보 파트가 없어 신설한 것"이라면서 "기존 인사방향과 다른 인사인 만큼 인사권자가 어떤 판단으로 한 상무를 영입했는지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반발도 강하다. 자유한국당 측은 "금융기관 근무 경력이 전혀 없는 청와대 전 행정관이 수억원의 연봉을 보장받고 성공한 취업"이라고 성토했다.

일부에서는 메리츠금융이 정치권에서 내려보낸 인사를 받은 '피해기업'이라고 봤다. 금융권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이를 마다할 기업은 없을 것"이라면서 "기업은 앞으로 받을 도움을 생각해서라도 정치권의 채용 요구를 거절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의 채용 청탁을 수용한 강원랜드가 채용청탁을 거절하지 못한 경우다. 지난 11일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은 "회사 현안이 있을 때 부탁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채용 청탁에 응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공직자가 자본금 10억원 및 연매출 100억원 이상의 기업에 취업하려면 공직자윤리위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한 상무의 경우 정무위 행정관 근무와 메리츠금융 간의 업무연관성이 없기 때문에 심사 결과 취업이 가능하다는 게 공직자윤리위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