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조작 파문]
댓글 조작 부실수사 의혹 확산
경찰, "민주당원" 진술 받고도 언론이 나선 후에야 당적 확인
검찰엔 '김경수 부분' 빼고 넘겨
드루킹 인터넷 카페들 속속 폐쇄… 수사 미적대는 사이 증거 사라져
더불어민주당 당원 김모(49·필명 드루킹)씨 등의 인터넷 댓글 추천 수 조작 사건은 지난 1월 31일 민주당의 경찰 수사 의뢰로 시작했다. 민주당은 "네이버에서의 댓글 조작 방식이 국정원 댓글 부대와 매우 흡사하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 1월 17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평창 단일팀' 기사에 붙은 댓글의 추천 수가 단시간에 급격히 올라간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3월 21일 경찰은 김씨 등이 근무하는 경기도 파주의 출판사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 수색했다. 그 과정에서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변기에 버리는 장면을 목격했다. 증거 인멸을 우려해 현장에서 김씨 등을 체포했다. 경찰은 3월 30일 김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출판사 직원 2명을 불구속 기소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24일 동안 경찰은 무슨 일을…
지난 13일 한겨레의 첫 보도 후 언론들은 김씨 등 피의자 3명이 민주당 당원이 맞는지 경찰에 확인을 요청했다. 김씨 등은 스스로 "민주당 당원"이라고 밝혔고, 당적은 해당 정당에 문의하면 쉽게 확인된다. 하지만 경찰은 처음에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언론이 "이름을 알려주면 우리가 확인하겠다"고 나서고서야, 경찰은 "민주당원이 맞다"고 했다. 당적 확인에 체포 후 24일, 구속 후 2주일이 걸린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문 등 절차를 밟아 확인하려다 보니 늦어졌다"며 "피의자 진술의 신빙성도 떨어졌다"고 했다.
경찰은 자신들이 확보한 증거를 검찰에 제대로 넘기지 않았다. 처음 사건을 송치할 땐 김경수 의원 관련 자료는 뺐다. 이후 자료를 넘겼지만 부실했다. 경찰은 지난주 두 차례 김 의원과 관련된 보고를 검찰에 했다. 지난 9일 저녁에 A4 용지 두 쪽과 컴퓨터 화면 출력지 등 5장을 제출했다. 지난 13일에는 퇴근 무렵에 '김씨의 텔레그램에서 나왔다'며 몇백 쪽 자료를 던지듯 놓고 갔다고 한다. 검찰도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경찰 수사 상황만 지켜볼 뿐 김 의원 등과 관련된 수사에는 제대로 손대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16일 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씨에게 소환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지만 김씨는 불응했다. 검찰은 이르면 17일 김씨 조사 없이 김씨와 공범 2명을 기소할 예정이다.
◇사라지는 증거들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사이 증거는 계속 사라지고 있다. 김씨는 소액주주 운동을 하겠다며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라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했다. 회원 수 2000여명의 이 모임이 '댓글 공작'의 진원지 역할을 했다. '경공모'의 한 회원은 지난 14일 '김경수 의원 기자회견 직후 (회원들을) 탈퇴시켰다. 카페는 임시 폐쇄하겠다고 한다'고 썼다. 경공모 회원에 대한 수사가 어려워진 것이다. 김씨는 비누를 만들어 '세이맘'이라는 커뮤니티를 통해 판매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 '세이맘' 카페도 지난 15일 폐쇄한다는 쪽지를 회원들에게 보냈다.
이번 수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경찰의 수사력을 가늠하는 잣대라는 분석이다. 이율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수사력의 핵 심은 권력에서 독립해 공정하게 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경찰에 수사권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권력 눈치를 보며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줄줄이 사법 처리되고 있다"며 "그걸 잘 알기 때문에 수사 실무선에선 어물쩍 덮고 가선 안 된다는 의견이 계속 나온다"고 말했다.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 인터넷카페 운영비 年11억… 드루킹의 수상한 자금 파주=이영빈 기자
- 검찰, '민주당원 댓글 조작' 드루킹 등 3명 기소 오경묵 기자
- "우리가 피해자" "선관위가 정치" 남탓하는 靑-與 박정엽 기자
- '드루킹'의 파주 집 가보니… '문 따지 말라'는 경고만 파주=김명진 기자
100자평
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