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굴지의 식품기업인 대상그룹(임창욱 회장)이 분뇨수거 차량으로 식품 원료를 운송한 것이 밝혀지면서 소비자들에게 공분을 하고 있다.
4일 군산시는 전날 오후 대상식품 군산공장에서 분뇨수거 차량으로 당밀을 운반하는 현장을 적발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대상 측은 식품원료 운송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식품 업체가 ‘분뇨차’와 엮인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신뢰감을 잃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중소기업과의 상표 소송에서도 패소하며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대상그룹의 식자재 유통 자회사 대상베스트코는 원산지와 유통기한을 조착한 축산물을 납품하다 적발돼 논란을 일으키며 임창욱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상 “찌꺼기 일 뿐 원료 아냐”vs시민 “찝찝해”
중소기업 상표소송서도 패소하며 ‘망신살’ 논란
지난 4일 식품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북 군산경찰서는 대상 군산공자에서 분뇨수거 차량으로 조미료 원료인 당밀 37톤을 운반해 수사에 들어갔다. 군산시 조사 결과, 운반 차량은 군산지역 분뇨수거 업체인 W환경 소유로 대상의 요청에 따라 당밀 원료를 지하 저장고로 운반하다가 적발됐다. 식품 원료를 분뇨수거 차량으로 운반하는 것은 식품위생법 위반이다.
분뇨차료 원료 옮겼다?
군산시에 따르면 분뇨수거 업체인 W 환경의 소유차량인 이 차량은, 당밀 원료를 지하 저장고로 운반하다가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군산시는 ‘조미료의 원료로 쓰이는 당밀을 분뇨 차량을 통해 옮기려고 한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고, 현장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시는 대상이 고농축인 당밀을 운반키 위해 흡입력이 강한 분뇨수거 차량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공장 직원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이에 대해 대상 측은 <스페셜 경제>와의 통화에서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없는 당밀 찌꺼기 였다. 당밀 찌꺼기가 반고체처럼 진득한 상황이 된다. 당밀 찌꺼기가 바닥에 늘러 붙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흡착력이 강한 분뇨차량을 이용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상 측은 “해양 폐수처리가 전면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환경 보호 차원에서 대상은 2014년부터 따로 폐기를 하고 있다. 저장고로 옮긴 후 비료 등으로 쓰려고 했는데, 옮기던 중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식품 원료를 옮겼다는 일부의 이야기는 말도 안 된다. 당밀 슬러지였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이런 변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찝찝함’을 좀처럼 버릴 수가 없다. 대상의 주장대로 폐기 목적으로 들어온 차량이라 해도 식품회사에 분뇨차가 오고간다는 것 자체로도 인식이 좋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대상이 ‘청정원’을 통해 그동안 깨끗하고 깔끔한 이미지를 구축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더욱이 이러한 논란은 쉽게 떼 낼 수 없다.
중소기업에 상표 소송 패소
이 뿐 아니라 지난 7일에는 중소기업과의 소송에서 패소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화미제당이 “상표 ‘화미미정’은 이미 등록해 놓은 상표인 ‘미정’을 사용한 것이라고 평가해야 한다”며 식품업체 대상을 상대로 낸 권리범위확인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이미 등록해 놓은 상표에 도형이나 문자를 추가했더라도 상표의 동일성이 인정된다면 같은 상표라고 봐야한다는 대법원 판결인 것.
재판부는 ‘거래 통념상 등록상표가 상표로서의 동일성과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는 한 등록상표에 다른 문자나 도형 등을 추가한 형태의 상표라도 등록상표와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봐야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상표 ‘화미미정’은 등록상표인 ‘미정’과 글자체와 바탕색에서 차이가 있지만 동일하게 볼 수 있는 정도의 변형에 불과하다”며 “‘미정’에 ‘화미’라는 부분을 단순히 추가한 것이므로 ‘화미미정’ 상표는 ‘미정’ 상표와 동일성 있는 상표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중소기업인 화미제당은 지난 2001년 ‘미정’이라는 상표를 조미료 제품 등에 사용하겠다고 출원했고, 대상은 2002년 산과 물 사이에 해가 떠있는 모습 아래 ‘미정’이란 글씨가 적힌 상품을 출시했다.
그 이후 화미제당은 ‘화미 미정’이라는 상표로 액상조미료를 생산, 판매했고 대상은 이에 반발해 자사 상표, 제품과 유사하다고 주장해 2012년 특허심판원에 권리범위 확인 심판을 요구했다.
대상은 화미제당의 ‘화미미정’ 상표가 자신들이 등록해 놓은 또 다른 ‘미정’ 상표와 유사하다며 특허심판원에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고, 특허심판원은 “화미미정 상표는 대상 측의 '미정' 상표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며 대상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불복한 화미제당은 이 상표가 자신들이 등록해 놨던 또 다른 '미정' 상표를 사용한 것이라고 봐야한다고 주장하며 특허법원에 소를 제기했지만 “동일한 상표라고 볼 수 없다”며 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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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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