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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영해 철통경계 '이상무'…세종대왕함 동승 취재

남북 군사합의 석달…'바다·하늘'에서 철통감시
"北 상시 감시"…서해 완충구역서 임무수행한 해상초계기

(진해·제주 해상=뉴스1) 성도현 기자 | 2018-12-23 12:00 송고
지난 22일 취역 10주년을 맞은 세종대왕함의 모습. 2018.12.23/뉴스1 © News1 성도현 기자

남북 군사당국이 '9·19 군사분야 합의서'에 상호 적대행위 중단을 명시한지 석달이 지났다. 남측의 일방적인 무장해제라는 지적도 있지만 군사적 긴장을 누그러뜨렸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남북은 특히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일정구역을 완충수역으로 설정해 우발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데 합의했다. '분쟁의 바다' 대신 '평화의 바다'로 바꾸자는 것이었다.

취재진은 지난 20~21일 이같은 남북 평화 분위기 속에서 군의 대비태세를 느껴보고자 국내 첫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DDG·7600톤급)과 해군이 운영하는 해상초계기 'P-3C'에 올랐다.

◇세종대왕함…적 위협상황 가정한 '전투배치훈련'

"삐~삐~삐, 총원 전투배치, 총원 전투배치"

지난 20일 서남해 일대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세종대왕함에서 전투배치 훈련 명령이 하달되자 함교에 배치된 장병들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2018.12.23/뉴스1 © News1 성도현 기자

20일 오후 4시15분, 세종대왕함 함교(지휘공간)로 함장인 이구성 대령(46·해사 49기)의 명령이 발령되자 비상벨이 울렸다. 장병들은 구호를 반복하며 일사불란하게 지정된 위치로 달려갔다.

근무복 차림의 장병들은 분주하게 전투 헬맷과 구명조끼, 방독면 등을 바로 입고 제 자리에 섰다. 280명의 승조원이 전투준비 태세를 갖추는데 걸린 시간은 2분30초였다.

전투배치 훈련은 전투가 긴박할 때 전투준비태세를 갖추는 훈련인데 승조원 전원이 전투 위치에 배치된다. 세종대왕함의 경우 보통 임무수행을 위해 나가면 하루에 한번 정도 실시한다.

특히 함교 근무 장병들은 적과 바로 마주하는 위치라서 총탄으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부력방탄복을 입는다. 이들은 육안으로 의심 물체를 살피는 동시에 레이더를 통한 관측 업무도 한다.

함교 장병들은 세종대왕함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전투지휘실(CCC·Combat Command Center)과 통신을 이어가며 상황을 즉각 보고했다. 이 함장은 CCC에서 전체 상황을 총지휘했다.

지난 20일 서남해 일대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세종대왕함 견시병이 전투배치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함교 좌우에 2명씩 배치된 견시병들은 육안으로 특이사항을 관찰한다. 2018.12.23/뉴스1 © News1 성도현 기자

함교 장병들은 훈련 상황이 아니더라도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다. 함교 좌우에 각각 2명씩 육안으로 특이사항을 관찰하는 '견시병' 역시 마찬가지다. 철저한 근무를 위해 의자도 놓지 않는다.

'신의 방패'로 불리는 이지스 전투체계를 갖춘 세종대왕함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2분 내에 가장 먼저 포착한다. 해상 전력의 핵심으로 평가받는다.

세종대왕함은 2008년 12월 실전배치돼 지난 22일 정확히 10년이 됐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이지스함은 총 3척인데 2번째인 '율곡이이함'과 3번째인 '서애유성룡함'이 있다.

세종대왕함은 지시·임무에 따라 동서남해 전 해역에서 해양수호 임무를 하며 국토의 최남방인 이어도까지 작전을 한다. 이어도 남방에서의 해상기동은 영해 수호와 해양권익 보호를 위해서다.

이 함장은 "세종대왕함은 지난 10년간 강도 높은 훈련으로 대비태세를 확립하며 불철주야 우리의 바다를 지켜왔다"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맡겨진 임무를 완수해 우리의 바다를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대왕함장인 이구성 대령이 지난 21일 세종대왕함 합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12.23/뉴스1 © News1 성도현 기자

◇해상초계기 P-3C…서해완충수역 수호 '해군의 눈'

21일 오후 2시45분 제주국제공항 내 활주로에서 해군6항공전단 산하 615비행대대 소속 해상초계기 'P-3C'가 짙게 깔린 구름을 뚫고 이륙했다. 귀마개 사이로는 끊임없이 엔진 소리가 크게 들렸다.

취재진을 태운 P-3C는 남해를 빠져나가 곧바로 서해로 접어들었다. 30여분을 날자 남북 군사당국이 서해 해상에서의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합의한 완충수역에 도착했다.

기내의 레이더 화면에는 주변 해역을 지나는 선박들이 포착됐다. 정확한 관측을 위해 관측 요원 2명은 좌우에서 육안으로 화물선과 어선 등을 살폈다. 레이더보다 사람의 눈이 더 정확할 때도 있다고 한다.

P-3C는 서해 완충수역에서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함정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공대함유도탄인 '하푼'과 기뢰 및 어뢰 등으로 무장돼 있다.

해군의 해상초계기 'P-3C'가 지난 21일 서해 완충수역에서 초계비행을 하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2018.12.23/뉴스1 © News1 성도현 기자

정조종사인 이어령 대위와 부조종사인 지왕진 대위 등 대원 10여명은 결연한 표정으로 서해 완충수역을 비행했다. 남북 평화 분위기이지만 해상대비태세를 철저히 하겠다는 의지가 묻어났다.

P-3C는 백령도 부근까지 올라갔다가 주변을 살핀 뒤 덕적도 등을 지나 2시간반쯤 비행 후 경기 성남의 서울공항에 착륙했다. 통신 담당 대원은 쉴새없이 지상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임무를 완수했다.

이날 초계비행에서 특이사항은 없었다. P-3C는 잠수함 탐지·식별과 해상경계 활동을 모두 할 수 있는데 평상시에는 해상경계를 위주로 작전을 수행한다. 비행 횟수는 하루에 1회 이상이다.

P-3C는 보통 한번 이륙하면 6시간 정도 비행을 한다. 보통 1000~1500피트(304~457m)에서 임무를 수행하는데 정밀 식별이 필요할 때는 200~300피트(61~91m)까지도 내려와 비행을 한다.

중국 어선들은 한·중 잠정조치 수역을 넘어 서해 쪽으로 불법 조업을 오곤 하는데 이 역시 P-3C가 감시한다. 이날은 육안이나 레이더상으로 중국 어선이나 군함이 눈에 띄지 않았다.

6전단 61해상초계기전대장인 김정태 대령(48·해사 47기)은 "동·서해 완충구역에서 상시 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며 "어떠한 도발에도 즉각 대처할 수 있는 대응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군6항공전단 산하 615비행대대 소속 61해상초계기전대장인 김정태 대령이 지난 21일 서해 완충수역 위 P-3C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12.23/뉴스1 © News1 성도현 기자



dhspeop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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