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손혜원 요구 거부한 국박 학예실장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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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요구 거부한 국박 학예실장 교체

조선일보
  • 송혜진 기자
  • 입력 2019.01.22 03:00

    문체부·중앙박물관 관계자 증언
    "손혜원의 나전칠기 구입 종용에 현대미술관과 겹친다며 반대하자 중앙박물관, 작년 10월 인사 조치"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나전칠기 미술품 구입을 종용하자 이에 반발했던 학예연구실장 A씨가 전격 교체됐다는 증언이 21일 문화체육관광부·국립중앙박물관 복수의 관계자들로부터 나왔다. 학예연구실장은 유물의 구입, 관리 등을 총괄하는 학예직의 최고위직으로 국립중앙박물관 2인자에 해당한다. 이후 국정감사에서 손 의원이 특정 장인을 실명으로 극찬하며 나전칠기 현대 공예품 구입을 다시 거론하자 박물관 실무자들이 장인들과 접촉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문체부·국박 관계자들 증언에 따르면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재작년 7월 부임한 직후부터 "나전칠기를 비롯한 현대 공예 미술품을 구입하라"는 주문을 직원들에게 수차례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임 학예연구실장 A씨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본래 고고학·역사학·미술사 연구와 전시를 표방하는 기관인 만큼 현대 미술품 구입을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대한민국역사박물관·국립민속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과 유물 수집 범위가 겹친다는 이유를 들며 구입해선 안 된다며 반대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A씨는 2018년 10월 지방 박물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 다른 국박 관계자는 "'박물관이 구매하는 작품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배 관장의 주문에 관내에 반발하는 분위기가 컸고 특히 A씨가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배 관장이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소장품 수집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나전칠기를 포함한 현대 공예품을 구입할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들었다"고도 했다.

    A씨가 국립중앙박물관을 떠난 직후 열린 10월 국정감사에서 손 의원은 배 관장에게 "우리나라 박물관에서 어느 누구도 현대 것을 사지 않는다는 말씀을 재작년에도 드렸다"며 나전칠기 분야의 특정 작가를 칭찬하는 발언을 했다. 이후 박물관 측이 이 분야 장인들의 작품 매입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내부에서 "전(前) 정권의 블랙리스트 같은 사건을 또 만들고 싶은 거냐"며 반발하자 타협점으로 나전칠기가 아닌 금속공예품 4점을 사들이기로 했다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작품을 사들이면 해당 작가는 '국립박물관 소장 작가'라는 수식어를 얻고 그 작품가도 함께 올라간다.

    손 의원이 작년 10월 국립중앙박물관 국감에서 "유물 수리에 최고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가진 인재"라며 치켜세웠던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사 B씨가 조선시대 나전칠기 작품 보존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원형을 훼손한 것을 두고 그 책임을 묻는 자문회의가 열렸던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도쿄예대 박사 출신의 B씨가 2012 ~2013년 국립민속박물관에 있는 조선시대 나전칠기 작품 여러 점의 보존 처리를 잘못해 원형을 크게 훼손했고, 이에 박물관에서 이 문제를 논하는 자문회의를 열었다는 것. 당시 자문회의 기록에는 '작업자의 기술력이 너무 떨어져서 최악의 보존처리를 보여주었다'고 적혀 있다. 민속박물관 관계자는 "당시 자문위원 6명 중 5명이 '(B씨는) 기술력과 경험 부족으로 유물 원형을 훼손했고 이에 대한 보존처리자의 태도는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향후 보존 처리 작업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B씨는 이후 유물과학과에서 섭외교육과로 옮겨갔다.

    그런데도 손 의원은 작년 6월 보좌관 조모씨와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와 "12월에 개막하는 '대고려전'에 전시할 '고려시대 나전경함'을 복원하는 데 최고의 전문가가 있다. B씨를 받으라 "고 3시간에 걸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갔다는 증언도 나왔다. B씨는 21일 본지 통화에서 "자문회의 위원들이 악의적으로 나를 매도한 것이고, 제대로 된 전문가가 본다면 내가 복원한 유물은 문제가 없다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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