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끼리) 좋아서 하면 성폭력 아니다” 얼빠진 교육청

2010-04-03 22:30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가해자 및 피해자 등 관련된 학생만 40여 명에 이르는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해당 학교 교사들은 이미 지난해 12월 이를 상부기관인 시ㆍ구교육청에 익명으로 보고했지만 “교장을 설득해 문서로 보고하라” “자기들끼리 좋아서 한 경우는 성폭력이 아니니 학교폭력으로 보고하라”는 등 어처구니없는 대처로 사건을 키웠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구시 학부모단체, 전교조, 여성단체 등으로 이뤄진 ‘학교폭력 및 성폭력 예방과 치유를 위한 대구시민사회공동대책위’는 30일 오전 10시 대구시 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소위 학교 ‘짱’인 학생으로부터 시작된 상급생의 하급생 성폭력 사건이 교사에게 인지돼 교장ㆍ교감에게 보고했지만 당시 교장은 “내가 학부형에게 알리고 다 하겠다”며 상부기관인 교육청 등에 알리지 않았다.

이어 12월, 해당 학교 교사가 익명으로 시교육청에 보고 했지만 시교육청에서는 “교장을 설득해 문서로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남부교육청 역시 “자기들끼리 좋아서 한 경우는 성폭력이 아니니 학교폭력으로 보고하라”며 딴소리를 했고 여성가족부 역시 “소관사항이 아니다”며 외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교장은 주동자로 알려진 학생 한 명을 교장실로 불러 책을 읽게 하는 등 이른바 ‘독서치료’를 시켰으며 음란물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가정통신문으로 4~6학년 학부모에게 발송하고 학교 방송으로 성교육을 진행하는 한편, 학부모 상담을 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상부기관에 대한 보고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대책위는 주장했다.

결국 시교육청에서 학교에 조사차 나온 것은 사건이 발생한 지 4개월 만인 지난 3월 5일께였지만 이미 남학생의 동성간 성폭력 사건으로 시작된 초등학교의 성폭력 사건은 여학생에게까지 번져가 방학 중 여학생들이 집단으로 성폭행을 당하는 등의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는 이와 관련해 “결국 시교육청은 문제를 보고받고도 은폐하면서 문제 해결의 시기를 놓쳐 피해가 확산됐다”며 “교육감은 지난 2월 첫 보고를 받고도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책임자를 문책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직은 보고체계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얘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해당 학교에서 교육청으로 보고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또 보고가 됐다면 처리를 제대로 했는지 등을 검토한 뒤 보고 처리에 문제가 있다면 관련자들을 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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