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선박, 올해 두 차례나 작전구역 침범… 北경비정 2척 NLL 북쪽 지역에서 포착
⊙ 언론사 최초로 P-3CK 타고 1800km ‘난기류’ 비행… 北 대공미사일 피해 150m 超저고도 기동
⊙ 중국 구축함 ‘루디’, 러시아 정보함 ‘비슈냐’, 일본 해상보안청 함정 등 출현
⊙ 北 장거리미사일 ‘은하3호’ 1단 추진체 산화제통도 초계비행으로 발견
⊙ 언론사 최초로 P-3CK 타고 1800km ‘난기류’ 비행… 北 대공미사일 피해 150m 超저고도 기동
⊙ 중국 구축함 ‘루디’, 러시아 정보함 ‘비슈냐’, 일본 해상보안청 함정 등 출현
⊙ 北 장거리미사일 ‘은하3호’ 1단 추진체 산화제통도 초계비행으로 발견
지난 7월 10일 오전 11시30분 제주공항. 해군 제6항공전단 소속 제615 비행대대의 해상초계기(이하 P-3CK)가 관제탑의 이륙허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P-3CK의 이날 비행임무는 NLL(북방한계선)상의 북한·중국 어선 등을 감시하고, 영해(領海)를 침범하는 북한·중국·러시아 함정과 잠수함을 탐색하는 것.
《월간조선》은 해군의 협조로 2011년 1월 실전배치한 개량형 해상초계기 P-3CK를 탑승하는 기회를 얻었다. 이륙 직전, 제615 비행대대 조종사들과 승무원들은 비상장구를 착용하고 30분간 긴박하게 ‘플레인 사이드 브리핑(plane side briefing)’을 가졌다.
승무원들은 ‘수중 적은 일발필중, 수상 적은 초전격침’이라고 적혀 있는 출입구 앞에 모여 임무지휘관이자 조종사인 오강민 소령(해사 56기)을 중심으로 임무 점검을 마쳤다. 오 소령은 “오늘 비행한계선(FLL·Flight Limited Line)까지 260마일(418km)을 비행할 것이다. 서해 시정(視程)이 불량하니 각별히 주의하라”고 말했다. 승무원들은 “안전비행”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각자 위치로 돌아갔다.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 연평도 포격 도발 등 잇따른 북한의 서해상 도발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통해 국민들의 관심이 NLL에 쏠려 있다는 것을 의식한 듯 한 치의 틈도 보이지 않겠다는 결의가 느껴졌다.
최인근 대대장(중령·사관후보 86기)은 “천안함 피격 이후 대잠전(對潛戰) 능력을 집중적으로 강화해 운용 중”이라며 “P-3CK와 링스 헬기 등을 증강해 항공초계를 대폭 강화했다”고 했다. 해군은 모두 16대의 해상초계기를 보유, 휴전선 길이의 9.5배, 남한 넓이의 3.3배에 이르는 30만km²의 작전해역에 대한 상시 감시와 주요 해상교통로를 보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P-3CK, 하푼 미사일로 對地 공격능력 보유
해군은 현재 P-3C 8대와 한국형 P-3CK 8대 등 16대를 보유하고 있다. 해군은 천안함 폭침 사건에 따라 잠수함 탐지 능력을 높이기 위해 2011년 1월부터 한국형 해상초계기(P-3CK) 8대를 작전 배치했다. 2010년까지 록히드마틴의 P-3C 8대를 운용하던 해군은 천안함 사건이 발생하자 ‘전투기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미국 애리조나주의 퇴역항공기보관소(AMARC)에서 중고 P-3B 8대를 구입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대당 600억원을 투입해 P-3CK 모델로 개량작업을 벌였던 것이다.
P-3CK는 최대속도 761km/h, 작전반경 3835km, 터보프로펠러 엔진 4개가 장착돼 있다. P-3CK는 기존 P-3C에 비해 더욱 강화된 능력을 갖춰 질적인 면에서도 우리 해군의 전력을 향상시켰다. P-3CK는 기존의 레이더(APS-137 ISAR) 대신, 해상도가 강화된 이스라엘 엘타사(社)의 레이더(EL/M-2022A)를 장착해 영상 이미지와 이동목표 탐지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고 한다. P-3C가 넓은 바다에 있는 표적만 탐지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P-3CK는 항구에 정박 중인 함정과 움직이는 육상표적을 식별할 수 있는 다목적 레이더, P-3C 대비 5배 이상 향상된 고배율 적외선 및 광학카메라, 디지털 음향수집·분석장비, 자기탐지장비를 갖추고 있다.
김정도 중령(사관후보 89기)은 “P-3CK는 대지공격이 가능한 하푼 블록Ⅱ미사일을 무장해 우리 함정에 큰 위협이 되는 적의 해안포와 미사일 이동 발사대 등을 사정권 밖에서 타격이 가능하다”면서 “실시간 전술정보 전송 시스템을 통해 KF-16이나 헬기 등 공격기에 대한 정밀 표적정보 제공과 전술통제 기능을 보유해 우리 군의 합동작전 수행에도 큰 몫을 담당할 것”이라고 했다. 김 중령은 “P-3C의 탑재장비들이 286 컴퓨터 수준이었다면 P-3CK는 486 컴퓨터를 탑재한 셈”이라고 했다. 그는 “적외선 영상장비(EO/IR·Electro Optical Infra-Red)를 장착한 P-3CK는 야간에도 적의 함정을 고선명도로 식별해낼 수 있어 비행 안전성이 훨씬 높아졌다”며 “육상 표적 분석 능력도 우리 군이 운용하는 금강정찰기에 필적할 만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이륙 전 P-3CK 기체 아래에서는 무장정비사들이 토페도(어뢰)와 대함능력을 갖춘 AGM-84 하푼 미사일을 장착했다. 이 미사일은 최신형 공대함 및 공대지 미사일로 항구에 정박해 있는 적 함정을 타격할 수 있다. P-3CK는 하푼 대함 유도탄 6발, 기뢰(K-701C) 9발, 어뢰(MK-44) 8발, 대잠폭탄, 소노부이(sonobuoy·음향탐지 부표) 84발, 마린마크(조난 시 사용하는 해상표시판) 등으로 무장했다.
2주당 10여 차례 초계임무 수행
P-3CK 조종사들이 엔진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정(正)조종사 정진곤 대위(해사 59기)가 “노멀 스타트 넘버투(2번 엔진 점화)”라고 외치자, 기관조작사 강동호 중사가 항공기의 4개 엔진을 차례로 점화했다. 부조종사석에 앉은 교관조종사(임무지휘관) 오강민 소령은 고개를 돌려 오른쪽 날개의 3, 4번 프로펠러가 정상적으로 회전하는 것을 확인했다.
관제탑으로부터 “제로세븐(zero seven・방위각 70도상의 활주로)으로 이동하라”는 지시를 받자, P-3CK는 유도로를 따라 주(主) 활주로로 이동했다. 활주로에서 도움닫기를 하던 P-3CK가 시속 217km에 이르자 오강민 소령이 “로테이트(기수를 들어 이륙)”를 외쳤다. 순간, 정조종사가 조종간을 힘껏 당겼고, P-3CK는 활주로를 박차고 이륙했다. 4개의 프로펠러 엔진으로 움직이는 P-3CK는 제트엔진 항공기보다 기체의 소음과 진동이 심했다.
이륙 직후 조종사는 연료누설 여부를 확인하고 랜딩기어를 접었다. 정·부 조종사 사이에 앉은 기관조작사 강동호 중사는 엔진 계기판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연료는 6시간분, 무게로 따지면 4만2000파운드(18.9t)이다.
조종석과 마주한 최신형 계기판인 ‘전술화면 전시기’(TCD·Tactical Crew Display)에는 레이더상에 나타난 목표물과 항공기의 기동경로, 임무구역에 대한 정보사항들이 컬러영상으로 실시간 떠올랐다. 이전 P-3C의 원형 계기판인 MPD(다목적 시현기·Multi-Purpose Display)에는 목표물과 항공기의 기동경로만 흑백화면으로 간단하게 나타났었다.
제주기지를 이륙한 해상초계기는 구름 한 점 없는 한라산을 선회해 서해상으로 진입했다. 서해 바다는 평화롭기만 했다. 고도를 400여m로 낮추자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화물선, 어선들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선박들의 ‘경호’ 임무를 수행 중인 해군함정도 보였다.
P-3CK는 최대 시속 761km로 14~15시간 체공(滯空)하며, 4400km 주변 지역을 감시할 수 있다. 이날은 NLL 아래 30~40km에 설정된 비행한계선(FLL)까지 비행해 북측 함정과 어선들의 동태를 감시할 예정이었다.
조종사 정진곤 대위는 “조종사 10명, 전술장교 8명, 조작사 24명 등 약 50여 명의 인력이 4개조로 짜여 주당 약 10차례 해상 초계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하3호’ 잔해물 수거에도 참가
P-3CK가 450m 상공에 이르자, 김정도 중령은 “P-3CK는 이착륙 시는 민항기와 동일하게 계기비행(IFR)을 하지만, 임무비행에 돌입하면 시계비행(VFR)을 한다”고 했다. 김 중령은 “서해는 북한 어선과 선박, 중국과 러시아의 전투함들이 오가는 살벌한 해역”이라며 “방공식별구역 내 허가받지 않은 외국 선박이 들어오면 근접 감시기동을 통해 60m 상공까지 저공(低空) 비행해 영해 밖으로 퇴거조치를 한다”고 했다.
“잠수함의 동향을 파악한 적이 있느냐”고 하자, 김 중령은 “1997년 11월 소흑산도 해상에서 중국의 밍(明)급 잠수함을 발견, 소노부이(音探機)를 투하하는 등 11시간35분 동안 추적해 부상(浮上)시킨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제615 비행대대는 올 들어 두 차례나 서해상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단 항행하는 선박을 작전인가구역(AO·Areas of Operation) 밖으로 몰아냈다고 한다. 북한 선박 진송호(4월 18일), 신진2호(5월 1일). 작전인가구역은 평시 아군의 해상 및 공중 전력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합참의장이 설정하는 구역을 말한다.
서해상과 동해상에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의 전투함과 정보함도 출몰한다. 제615 비행대대는 작전인가구역을 침범한 중국의 하이난급(3월 19일), 루다급(4월 1일), 루양급(4월 5일) 구축함, 러시아 정보함 쿠릴리(3월 22일), 비슈냐(작년 6월 22일), 독도 근해에 접근한 일본 해상보안청의 함정 PL-01(2월 3일), PL-103(1월 28일) 등을 추적해 영상·전자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615 비행대대 박지훈 대위(해사 63기)는 “최근 AO지역에서 중국 잠수함이나 작전 반경이 짧은 북한 군함은 발견되지 않고 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계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해군 6전단은 지난해 12월 북한의 은하3호 장거리 미사일 1단 추진체 산화제통을 발견해 소해함(기뢰탐색함)에 인계했다”며 “지난해 4월에도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잔해 부유물을 초계비행을 통해 찾아냈다”고 했다.
P-3CK의 최고 작전지휘관 ‘태코’
김태호 대위(사관후보 99기)는 ‘태코(Tacco)’라 불리는 ‘전술통제관’이다. P-3CK 내부에서 최고의 작전지휘관인 셈이다. 조종석 바로 뒤에서 복잡한 TCD를 통해 P-3CK가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적 잠수함과 함정을 공격하는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윈도 기반의 TCD를 통해 터치패드 패널에 표시된 각종 무장들을 손가락으로 터치해 가면서 감시정찰에 필요한 각종 데이터 화면들을 컬러영상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그는 “전후방 레이더나 소노부이 등 음향수신 장비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분석하고 무장을 발사한다”고 했다.
항법통신관(네브캄·Navcomm) 나기삼 대위(해사 64기)는 HF, VHF 등 5대의 통신기를 운용, 함정 및 지상기지와 전술통신을 하고, 항공기의 경로를 유지하는 항법 임무를 담당한다. 나 대위는 “평소에는 북한 함정의 교신 내용이 들리기도 한다”며 “북한 함정을 파악하기 위해 국제 상선 검색망에 연결해 행선지 등 정보를 분석한다”고 했다.
장윤진 중사는 비음향조작사다. 200마일(320km) 밖의 600여 개 표적을 동시에 탐지해 추적할 수 있는 레이더를 이용, 수상·공중 표적을 감시한다. 그는 전후방 레이더와 적외선 열상장비(EO/IR) 등을 사용해 목표물을 탐지하기 때문에 ‘P-3CK의 눈’이라 불린다.
장 중사는 “레이더 근거리에 의심 표적이 나타나면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식별기동’에 들어간다”면서 “목표물이 정확하게 보이지 않으면, 비음향조작사가 소노부이를 투하해 잠수함 여부를 판별한다”고 했다.
레이더상에 나타난 항적(航跡)을 보니 P-3CK는 소흑산도 서쪽 50km 상공을 날고 있었다. P-3CK 레이더 영상에 작고 희미한 어선군(群)과 소형화물선들이 나타났다. 그 사이로 150m 길이의 큰 물체가 눈에 띄자, 장 중사는 레이더파를 발사해 물체의 정체를 분석했다. 서해상에 작전 배속을 나온 해군 작전사령부 직속 구축함 이순신함이었다.
그는 “통상 상선이나 대형 선박들, 심지어 북한 상선까지 선박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해사기구(IMO)가 추천하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갖고 있어 P-3CK가 국적, 톤수, 침로(針路) 등을 인식할 수 있다”면서 “AIS를 달고 있지 않은 대형선박이 영해로 들어오면 P-3CK는 즉각 작전에 들어간다”고 했다.
그가 TCD를 마우스를 통해 가리키자, 경도 124도 위도 33도에 파나마 화물선이 방위각 23도 방향으로 11.8노트(시속 22km)로 운항하고 있다는 정보가 나타났다.
NLL 이북에 북한 경비함 2척 포착
기자가 탑승한 P-3CK는 FLL을 향하고 있었다. P-3CK는 NLL 남쪽 30km 해상에서 기수(機首)에 있는 레이더와 적외선 열상장비(EO/IR) 등으로 NLL을 감시했다. 레이더는 320km 떨어진 목표물을 포착할 수 있어 북한 쪽 수역을 감시하는 데 유용하다. 특히 이미지 모드(image mode)도 있어 형상까지 잡아낼 수 있다. P-3CK 데이터에는 한국 측에 운항통보를 한 싱가포르, 홍콩, 중국, 파나마 선적(船籍) 배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김정도 중령은 북측 지역인 장산곶을 영상으로 바라보며 “레이더에 덩어리처럼 보이는 것이 100~150척에 이르는 북한 어선들”이라며 “이곳에서 장산곶의 실제거리는 약 64km 정도”라고 했다.
그때, NLL 이북에서 북한 경비함 2척이 P-3CK의 첨단 레이더에 포착됐다. 레이더는 북한 경비함은 물론 원거리의 우리 해군 함정들도 찾아내 대수상함 세력, 대잠세력, 공중세력으로 표시했다.
TCD에 나타난 위치는 위도 37도, 경도 125도 지점이었다. P-3CK 승무원들은 “이순신함으로 전장이 150m로 표시되고 있다”고 했다. P-3CK 승무원들은 17마일 해상에 있는 진해함도 포착해 기자를 진해함이 있는 인근 해상으로 인도했다. 진해함이 하얀 포말(泡沫)을 일으키며 북쪽으로 항해하고 있었다.
김 중령은 “현재 북한 함정은 NLL 북방에 위치하고 있다”며 “북한 함정은 항로대를 준수하고 있고, 북한 어선을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도발징후는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해주의 지대공(地對空) 미사일, 옹진반도의 해안포를 감안해 저(低)고도 회피기동으로 전환한다”고 했다. 합참 정보본부에서 펴낸 《북한 선박 식별집》을 꺼내 식별요령을 설명했다.
P-3CK는 NLL을 따라 비행고도를 150~200m로 더욱 낮게 유지했다. 북한의 구(舊)소련제 지대공 미사일(SA-5)과 견착식 지대공 미사일(SA-7, 16)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SA-5는 사정거리 250km로, 지대공 미사일 중 사정거리가 가장 긴 것으로 알려졌다. SA-7, SA-16의 사거리는 각각 3.7km, 4.5km다.
그는 “북한의 지대공 미사일 발사, 북한 전투기의 공격을 감지하면 오산의 연합공군참모와 한국항공우주작전본부(KAOC), 공군작전사령부의 중앙방공통제소(MCRC)의 지원을 받아 해군 구축함과 함께 공동작전을 펼치게 된다”며 “P-3CK도 자체적으로 미사일 기반장비인 채프/플레어를 장착하고 있다”고 했다.
음향조작사와 잠수함의 ‘숨바꼭질’
P-3CK의 꽃은 수중의 음파를 탐지해 잠수함을 추적, 격침하는 일이다. 그 일을 맡은 사람을 ‘음향조작사’라고 한다. P-3CK 음향조작사인 송재영 원사는 “P-3CK는 소노부이를 통해 잠수함의 음향을 가려내고, 자기탐지장비(MAD)를 사용, 금속의 자성(磁性)이 흐트러지는 원리를 이용해 잠수함을 찾는다”고 했다.
P-3CK와 잠수함의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은 음향조작사와 잠수함 간의 ‘게임’이다. 음향조작사는 ‘P-3CK의 귀’에 해당한다. 동료인 장재현 하사는 “우리 해군의 209급 잠수함은 정숙성이 높아 P-3CK 옆으로 지나가도 모를 정도지만, 북한 잠수함은 소음이 커 탐지하기가 수월하다”고 했다.
그는 “사람마다 목소리가 다르듯 각국 잠수함마다 음문(音紋)이 다르다”며 “해군은 숙련된 음향조작사들을 보유하고 있어 북한을 포함해 주변국 잠수함의 프로펠러음, 엔진음, 연료펌프음 등의 특성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 순간, 서해상에서 작전 중인 함정에서 미식별 수중 접촉물을 발견했다는 정보가 접수됐다. 해상초계기는 기수를 틀어 현장으로 향했다. 육안 식별을 위해 고도를 100여m까지 낮췄다. 기체는 요동쳤고, 조종석 전방 방풍창은 바다에 빠질 정도로 해수면과 맞닿았다.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 초계기는 레이더와 적외선 영상수색 장비를 이용해 감시·추적을 시작했다.
전술통제관(TACCO)은 ‘공격 인가(認可) 요청’을 하고, 수중 물체를 식별하기 위해 MAD로 자기장을 탐지하기 시작했다. 무장조작사 이승민 중사가 소노부이를 발사하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낙하산을 펴며 해상으로 떨어졌다.
승무원들은 “set battle condition!”이란 지시에 따라 ‘봄베이도어(bomb bay door)’를 열고 토페도 발사 준비에 들어갔다. 소노부이와 MAD의 데이터를 분석한 전술통제관은 “적 잠수함이 아니다”며 임무를 ‘해지’했다.
김정도 중령은 “P-3C는 소노부이를 투하해 8발을 동시 감청할 수 있었으나, P-3CK는 32발의 소노부이를 동시 감청할 수 있다”며 “각종 첨단 장비 덕분에 대잠전에서 필수적인 탐색→식별→추적→공격에 이르기까지 지휘관이 신속하게 결심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미국은 해군성 산하 해양전술연구단에서 음향 전문요원을 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美) 해군정보국(ONI)에는 음향팀이 따로 있어 각국의 잠수함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있다. 우리 해군은 림팩 훈련을 통해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의 잠수함 특성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도 중령은 “우리 해군은 일본 해상자위대에 해상초계기 정기 교류를 제의했지만, 해상자위대는 노하우 유출 우려 때문인지 응답이 없다”면서 “해군은 미 7함대와 매년 두 차례 서로 기지(基地)를 오가며 해상초계기 운용 전술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연합작전을 위한 협조사항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이웃 나라 일본도 얼마 전까지 록히드마틴이 생산한 P-3C를 사용해 왔으나 2007년 9월 가와사키(川崎)중공업이 대잠초계기 P-1을 개발, 2010년 70여 대를 실전배치했다. 미국은 차세대 해상초계기 P-8(포세이돈)을 개발, 2012년부터 작전에 투입하고 있다.
소노부이, 투하 3분 후부터 신호 보내와
P-3CK가 FLL 상공을 날고 있을 때 갑자기 음향조작사 송재영 원사가 “특이 신호가 포착됐다”면서 소노부이 투하를 전술통제관에게 요청했다. 특이신호란 해수(海水)의 흐름과는 달리 어떤 물체가 수중에서 이동하면 해수를 매개체로 분자운동이 활발해져 음파(音波)의 진행경로가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술통제관 김태호 대위는 즉시 방향과 거리를 계산해 해양환경(수중 온도, 수중 소음) 측정용 소노부이 발사를 지시했다. 소노부이를 통해 적 잠수함 표적의 예상 탐지거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무장조작사 이승민 중사가 소노부이를 보관함에서 꺼내 발사관에 장전했다. 전술통제관이 “나우, 나우, 나우(now, now, now)”를 외치며 발사단추를 눌렀다.
고도 200m로 낮게 날고 있던 P-3CK로부터 요란한 소음과 함께 수동형 소노부이 6기가 3~4초 간격으로 발사됐다. 소노부이는 낙하산에 매달린 채 바닷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화약연기가 기내(機內)에 자욱했다. 소노부이가 투하된 구멍으로 공기가 밀려와 순간적으로 귀가 먹먹했다. 소노부이를 투하한 투하구를 통해 외부 압력이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즉시 투하된 구멍을 막았다. 항공기에는 공기의 압력을 높여 기내 압력을 지상과 같이 유지시키는 여압 조절기(Pressurizasion System)가 있다. 이러한 조절기가 없으면 조종사와 승객들은 항공기가 높은 고도에 도달할 때 의식을 잃는다.
소노부이는 탐지방식에 따라 능동형(active)과 수동형(passive) 두 가지로 나뉜다. 능동형은 소노부이에서 소리를 내보내 잠수함에서 반사되는 음향을 탐지하는 방식이고, 수동형은 잠수함·수상함정의 스크루 등에서 나오는 소리를 은밀하게 듣는 방식이다.
투하된 소노부이는 약 3분 후부터 신호를 보내기 시작해 30분~8시간가량 바닷속 소리를 잡아 P-3CK로 보낸다. 김 중령은 “수동소나는 은밀하게 적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능동소나는 먼 곳의 적 잠수함을 탐지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송 원사는 “소노부이가 전해오는 음향을 통해 표적신호가 군함인지, 잠수함인지, 어선인지를 판별한다”면서 “상선은 프로펠러 소리가 큰 반면, 군함은 프로펠러 소리가 작다”고 했다.
P-3CK에 탄 2명의 음향조작사는 소노부이가 보내온 물속의 소리를 정밀 분석했으나, 잠수함으로 추정되는 물체는 탐지되지 않았다. 송 원사는 “망망대해(茫茫大海)의 바닷속 해류의 소음 속에서 잠수함의 기계음을 포착한다는 것은 시끄러운 디스코텍에서 헤드폰을 끼고 명곡(名曲)을 감상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승무원들, 만성적인 위염에 시달려
2005년 8월 남북이 쌍방의 항구를 개방하고, 남한이 북한 상선에 제주해협을 개방하기로 함에 따라 북한 선박이 ‘남북해상항로대’를 따라 운항한 적이 있었다. 현재 북한 선박들은 우리의 작전구역(AO) 외곽의 동해와 서해상으로 운항하고 있다. 김 중령은 “북한 상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과거에는 고도 200피트 이하로 접근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언제 휴대용 무기로 공격당할지 모르는 아찔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P-3CK는 남동쪽으로 기수를 돌려 태안반도 서쪽 144km 해상 부근을 비행했다. 중국 어선 세 척의 오성홍기(五星紅旗)가 육안으로 보였다.
P-3CK는 여객기를 개조한 해상초계기지만 요동이 심해 민항기처럼 일반 식단으로 식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자조작사 박상훈 중사가 냉장고와 온장고를 뒤져 준비한 김밥과 오므라이스를 내놓았다. 전자조작사는 기내 전자장비의 결함을 수정하고, 항공기의 좌측면의 육안관측을 담당한다.
김정도 중령은 “P-3CK 승무원들은 비행 중 식사를 제대로 하기 힘들어 만성적인 위염, 척추질환에 시달린다”며 “임무 특성상 북한 잠수함이 침투하는 일몰(日沒)이나 일출(日出)을 전후한 시간에 장시간 비행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악천후가 잦은 겨울철 야간비행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했다. P-3CK가 300m 이하로 내려오면 조종사들은 화장실도 갈 수 없다고 한다.
P-3CK 조종사는 해군에서 조종사 요원을 선발, 공군에 위탁한다. 초급과정은 공군의 청원비행장에서 러시아 T-103 기종으로 훈련하고, 중급은 공군 사천비행장에서 KT-1으로, 고등훈련 과정은 해군에서 캐러번(프랑스제 훈련기) 기종으로 훈련한다.
정조종사 한 명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5년의 시간과 40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P-3CK 조종사 양성과정을 통해 파일럿이 된 김정도 중령은 “국내 민항기 회사들이 고난도의 난기류 비행에 탁월한 조종능력을 가진 P-3CK 조종사들을 스카우트해 가는 바람에 작전운용에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NLL은 정전협정 준수 위한 ‘하위법’ 개념
초계기는 서해 5도를 앞에 두고 비행한계선(FLL)까지 올라갔다가 기수(機首)를 남쪽으로 돌렸다. 김 중령은 “서해상의 NLL까지 접근하면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노출되기 때문에 비행 안전을 위해 FLL 선을 설정한 것”이라고 했다.
NLL 가까운 상공에서 P-3CK가 소노부이 수신호를 분석하느라 주변 해역을 선회하는 동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게 “NLL은 이상하게 생겨 무슨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이라고 한 말이 생각났다.
NLL은 1953년 7월 27일 남북 간 육상경계선을 설정한 정전협정 직후 마크 클라크 유엔군사령관이 정전협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8월 30일 선포한 해상경계선이다. 최인근 중령(대대장)은 “유엔군 측은 남북 간의 해상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서해 5도와 북한 지역 간의 중간을 연결해 NLL을 설정했다”며 “마치 국회에서 만든 법률에 대해 시행기관에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들어 집행하듯 NLL은 정전협정을 준수하기 위한 하위법의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최 중령은 “2007년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군사경계선’과 남측이 주장하는 NLL 사이 수역을 평화구역 및 공동어로구역으로 설정하고 평화수역 내에서 쌍방 군대는 모두 철수하고 경찰이 관리하는 문제를 협의했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영토보전 책무를 차치하고라도 ‘NLL의 서해안에서의 남북한 간 공식적인 군사경계선으로서의 지위’를 무효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서해공동어로구역에 합의하면 서해상 2개의 경계선을 인정함으로써 북한이 주장해 온 NLL의 ‘불법성·무법성’을 우리 스스로 수용하는 결과가 된다”며 “1·2차 연평해전과 대청해전 등 NLL 해역에서의 북 도발을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했다.
“NLL 양보하면 수도권 방어 곤란”
초계기에 탑승한 승무원들은 “NLL은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의 말처럼 수많은 젊은이가 피로 지키고, 죽음으로 지킨 영토선”이라며 “영토선 NLL은 단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고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말했다.
그들은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수역 및 공동어로구역 설정의 ‘군사적’ 문제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김정일의 정상회담 당시 NLL 아래에 ‘서해평화지대’를 설치하자는 제안은, 위장평화공세,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일거에 무력 침략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술수에 불과합니다. 최근 10여 년간에 벌어진 연평해전, 대청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이 북한의 검은 속내를 증명하죠. 평화수역 설정은 우리의 NLL 수호의지가 약화된 것으로 비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서해 NLL 해역이 마치 중립수역인 것으로 오인하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릅니다.”(김정도 중령)
“북한이 휴대용 대공미사일과 GPS 교란기를 어선에서 운용할 경우, 인천공항 취항 항공기와 인천항 취항 선박이 사실상 북한의 테러위협에 그대로 노출되고, 우리 어선 납북 가능성은 매우 높아집니다. 게다가 인천항, 평택항까지 군사적 위협이 늘어나 자유로운 항만 이용을 거의 못하게 됩니다.”(오강민 소령)
“지리적 특성상 서북도서는 유사시 북한의 목과 허리를 겨냥하는 비수(匕首) 역할을 할 수도 있으나, 평화수역이 설정되면 군수·병력 지원에 차질을 빚게 돼 전략거점으로서의 효용가치가 떨어질 겁니다. 실제로 인천-덕적도 북방 이북의 영해를 포기하는 것으로, 동시에 우리 영토인 서북 5도의 군대(해병대)까지 철수하게 되면, 비무장지대 내의 ‘대성동 마을’ 주민과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돼 도서(島嶼)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게 될 겁니다.”(김태호 대위)
“유엔군사령관에 의해 설정된 NLL을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부인했다는 오해를 불러올 것이고, 한미동맹의 균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대외적으로 북한의 정전협정 무효화 주장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비쳐 평화협정 체결공세의 빌미를 제공할지도 모릅니다. 향후 일본이 독도 주변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지정해 공동으로 이용할 것을 제의할 수도 있는 선례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나기삼 대위)
“경제적으로도 북한이 무분별한 조업과 북한으로부터 조업권을 구입한 중국 어선들의 무차별 남획으로 어장이 조기에 황폐화될 겁니다. 게다가 북한 어부는 사실상 북한해군 소속 군인들로서 무장군인들이 우리 덕적도 코앞까지 침입해 오는 것을 허용하는 꼴이 됩니다. 평화수역 내의 쌍방 군대는 모두 철수하고 경찰이 관리하자고 하는데, 북한의 경찰에 해당하는 인민보안부는 남한 내 탈북자를 제거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북한군이나 다름없습니다.”(정진곤 대위)
可居島 저공 초계비행
임무지휘관인 오강민 소령은 전남 신안군 흑산리 가거도(可居島)에 도달하자 기수를 더욱 낮췄다. 오 소령은 “현재 가거도 공해상에서 중국 어선 200여 척이 조업 중이다”며 “저공비행을 통해 우리 어민들이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구름에 휩싸인 가거도, 중국의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국토 외 최서남단 가거도는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했다.
어느덧 P-3CK는 기수를 남쪽으로 돌려 이어도(離於島)를 향하고 있었다. 제615 비행대대는 최근 동북아 지역의 영토분쟁 가능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이어도도 초계비행 구역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어도는 한국 최남단 섬인 마라도에서 149km, 중국 측에서 가장 가까운 유인도인 서산다오(蛇山島)에서는 287km 떨어져 있는 수중 암초(underseas feature)로 한국과 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 중첩되는 곳이다. 유엔 해양법협약상 이어도 자체는 수중 암초여서, 영해나 EEZ를 갖지 못한다.
한중 양국은 지난 1996년부터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획정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중국 측의 미온적인 태도로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중국이 EEZ 획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중국 어민들의 조업 필요성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양국 간 중간선 원칙에 따라 EEZ 경계획정을 하면 이어도는 자연히 우리 측 수역에 들어온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이어도에 대한 관할권 확장 의지를 수차례에 걸쳐 드러낸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해양수산부 윤진숙(尹珍淑) 장관은 지난 5월 “이어도에 연구원들을 365일 상주시킬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이어도 관할권 행사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정도 중령은 “이어도 초계비행은 중국에 우리의 영토수호 의지를 확고하게 심어주고 있다”며 “중국의 함정들이 주변 해상을 초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이 지역을 방어하기 위해 항공세력의 증강이 절실하다”고 했다.
해경정 離於島 밀착 경계 중
그때 갑자기 조종석에서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다!”라는 소리가 들렸다. 조종석의 오 소령은 “이어도를 초계하기 위해 합참의 승인을 거쳐 오산의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의 출입 승인을 받았다”며 “우리 국토의 최남단에 오신 소감이 어떠냐”고 물었다.
2003년 6월 세워져 올해로 준공 10년을 맞은 ‘이어도 해양과학기지’가 제주 마라도 서남쪽 149km 지점에 우뚝 솟아 있었다. 기지 완공 직후 강력한 태풍 ‘매미’가 강타했고, 이후 10여 개의 태풍이 통과했지만 거뜬히 견뎌냈다는 사실에 대견하기만 했다.
파랑도(波浪島)라고도 불리는 이어도의 유인 기지화를 앞두고 최근 국립해양조사원은 5년마다 실시되는 정밀 안전진단에 나섰다고 한다. 오 소령은 “P-3CK로 이어도를 초계 비행한 것은 언론으로는 처음일 것”이라고 했고, 기자는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자세히 촬영하기 위해 4차례나 조종사에게 선회를 부탁했다.
해양과학기지 왼쪽으로 우리의 3000t급 해경정(3006호)이 다급하게 지나가는 모습이 관측됐다. 측면에 ‘KOREA COAST GUARD’라는 글씨가 선명했다. 그때 해양과학기지 오른쪽 1마일 떨어진 해상에 국적 불명의 선박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중국의 해양감시선인 줄 알고 기자는 흥분했다. 지난 7월 1일 일본의 센카쿠 열도 근방 12해리 해역에 진입했던 해양감시선과 동일한 함정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 보니 측면에 검은 줄무늬를 표시한 해양 과학기지 전용선인 ‘해양누리호’였다.
김정도 중령은 “이어도는 지리적으로 우리 측에 더 근접해 있으므로 EEZ 경계획정 이전이라도 명백히 우리의 EEZ 내에 속한다”며 “만일의 사태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P-3CK는 제주공항으로 기수를 돌렸다. 기관조작사가 잔여연료가 1만4329파운드(6.5t), 1시간10분 분량이 남았다고 보고했다. 오후 4시40분 P-3CK는 4시간30분의 비행임무를 마치고 제주공항 활주로에 안착(安着)했다.
이날 P-3CK가 비행한 거리는 서울-도쿄를 왕복한 거리에 육박하는 1800km. 임무 성격상 5시간 가까이 저고도 비행과 적 미사일 회피기동을 반복하는 바람에 활주로에 내리는 순간, 현기증이 일었다.⊙
《월간조선》은 해군의 협조로 2011년 1월 실전배치한 개량형 해상초계기 P-3CK를 탑승하는 기회를 얻었다. 이륙 직전, 제615 비행대대 조종사들과 승무원들은 비상장구를 착용하고 30분간 긴박하게 ‘플레인 사이드 브리핑(plane side briefing)’을 가졌다.
승무원들은 ‘수중 적은 일발필중, 수상 적은 초전격침’이라고 적혀 있는 출입구 앞에 모여 임무지휘관이자 조종사인 오강민 소령(해사 56기)을 중심으로 임무 점검을 마쳤다. 오 소령은 “오늘 비행한계선(FLL·Flight Limited Line)까지 260마일(418km)을 비행할 것이다. 서해 시정(視程)이 불량하니 각별히 주의하라”고 말했다. 승무원들은 “안전비행”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각자 위치로 돌아갔다.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 연평도 포격 도발 등 잇따른 북한의 서해상 도발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통해 국민들의 관심이 NLL에 쏠려 있다는 것을 의식한 듯 한 치의 틈도 보이지 않겠다는 결의가 느껴졌다.
최인근 대대장(중령·사관후보 86기)은 “천안함 피격 이후 대잠전(對潛戰) 능력을 집중적으로 강화해 운용 중”이라며 “P-3CK와 링스 헬기 등을 증강해 항공초계를 대폭 강화했다”고 했다. 해군은 모두 16대의 해상초계기를 보유, 휴전선 길이의 9.5배, 남한 넓이의 3.3배에 이르는 30만km²의 작전해역에 대한 상시 감시와 주요 해상교통로를 보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P-3CK, 하푼 미사일로 對地 공격능력 보유
P-3CK 전방 조종석 정조종사 자리에 앉은 기자. |
P-3CK는 최대속도 761km/h, 작전반경 3835km, 터보프로펠러 엔진 4개가 장착돼 있다. P-3CK는 기존 P-3C에 비해 더욱 강화된 능력을 갖춰 질적인 면에서도 우리 해군의 전력을 향상시켰다. P-3CK는 기존의 레이더(APS-137 ISAR) 대신, 해상도가 강화된 이스라엘 엘타사(社)의 레이더(EL/M-2022A)를 장착해 영상 이미지와 이동목표 탐지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고 한다. P-3C가 넓은 바다에 있는 표적만 탐지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P-3CK는 항구에 정박 중인 함정과 움직이는 육상표적을 식별할 수 있는 다목적 레이더, P-3C 대비 5배 이상 향상된 고배율 적외선 및 광학카메라, 디지털 음향수집·분석장비, 자기탐지장비를 갖추고 있다.
김정도 중령(사관후보 89기)은 “P-3CK는 대지공격이 가능한 하푼 블록Ⅱ미사일을 무장해 우리 함정에 큰 위협이 되는 적의 해안포와 미사일 이동 발사대 등을 사정권 밖에서 타격이 가능하다”면서 “실시간 전술정보 전송 시스템을 통해 KF-16이나 헬기 등 공격기에 대한 정밀 표적정보 제공과 전술통제 기능을 보유해 우리 군의 합동작전 수행에도 큰 몫을 담당할 것”이라고 했다. 김 중령은 “P-3C의 탑재장비들이 286 컴퓨터 수준이었다면 P-3CK는 486 컴퓨터를 탑재한 셈”이라고 했다. 그는 “적외선 영상장비(EO/IR·Electro Optical Infra-Red)를 장착한 P-3CK는 야간에도 적의 함정을 고선명도로 식별해낼 수 있어 비행 안전성이 훨씬 높아졌다”며 “육상 표적 분석 능력도 우리 군이 운용하는 금강정찰기에 필적할 만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이륙 전 P-3CK 기체 아래에서는 무장정비사들이 토페도(어뢰)와 대함능력을 갖춘 AGM-84 하푼 미사일을 장착했다. 이 미사일은 최신형 공대함 및 공대지 미사일로 항구에 정박해 있는 적 함정을 타격할 수 있다. P-3CK는 하푼 대함 유도탄 6발, 기뢰(K-701C) 9발, 어뢰(MK-44) 8발, 대잠폭탄, 소노부이(sonobuoy·음향탐지 부표) 84발, 마린마크(조난 시 사용하는 해상표시판) 등으로 무장했다.
2주당 10여 차례 초계임무 수행
오강민 소령(맨 왼쪽) 주도로 승무원들이 사전 전술토의와 임무숙지를 위한 ‘플레인 사이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관제탑으로부터 “제로세븐(zero seven・방위각 70도상의 활주로)으로 이동하라”는 지시를 받자, P-3CK는 유도로를 따라 주(主) 활주로로 이동했다. 활주로에서 도움닫기를 하던 P-3CK가 시속 217km에 이르자 오강민 소령이 “로테이트(기수를 들어 이륙)”를 외쳤다. 순간, 정조종사가 조종간을 힘껏 당겼고, P-3CK는 활주로를 박차고 이륙했다. 4개의 프로펠러 엔진으로 움직이는 P-3CK는 제트엔진 항공기보다 기체의 소음과 진동이 심했다.
이륙 직후 조종사는 연료누설 여부를 확인하고 랜딩기어를 접었다. 정·부 조종사 사이에 앉은 기관조작사 강동호 중사는 엔진 계기판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연료는 6시간분, 무게로 따지면 4만2000파운드(18.9t)이다.
조종석과 마주한 최신형 계기판인 ‘전술화면 전시기’(TCD·Tactical Crew Display)에는 레이더상에 나타난 목표물과 항공기의 기동경로, 임무구역에 대한 정보사항들이 컬러영상으로 실시간 떠올랐다. 이전 P-3C의 원형 계기판인 MPD(다목적 시현기·Multi-Purpose Display)에는 목표물과 항공기의 기동경로만 흑백화면으로 간단하게 나타났었다.
제주기지를 이륙한 해상초계기는 구름 한 점 없는 한라산을 선회해 서해상으로 진입했다. 서해 바다는 평화롭기만 했다. 고도를 400여m로 낮추자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화물선, 어선들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선박들의 ‘경호’ 임무를 수행 중인 해군함정도 보였다.
P-3CK는 최대 시속 761km로 14~15시간 체공(滯空)하며, 4400km 주변 지역을 감시할 수 있다. 이날은 NLL 아래 30~40km에 설정된 비행한계선(FLL)까지 비행해 북측 함정과 어선들의 동태를 감시할 예정이었다.
조종사 정진곤 대위는 “조종사 10명, 전술장교 8명, 조작사 24명 등 약 50여 명의 인력이 4개조로 짜여 주당 약 10차례 해상 초계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하3호’ 잔해물 수거에도 참가
이륙 직전 기관조작사와 함께 P-3CK의 엔진을 점화하면서 프로펠러 회전을 확인하는 조종사들. 왼쪽이 교관조종사 오강민 소령, 오른쪽이 기관조작사 강동호 중사다. |
“잠수함의 동향을 파악한 적이 있느냐”고 하자, 김 중령은 “1997년 11월 소흑산도 해상에서 중국의 밍(明)급 잠수함을 발견, 소노부이(音探機)를 투하하는 등 11시간35분 동안 추적해 부상(浮上)시킨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제615 비행대대는 올 들어 두 차례나 서해상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단 항행하는 선박을 작전인가구역(AO·Areas of Operation) 밖으로 몰아냈다고 한다. 북한 선박 진송호(4월 18일), 신진2호(5월 1일). 작전인가구역은 평시 아군의 해상 및 공중 전력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합참의장이 설정하는 구역을 말한다.
서해상과 동해상에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의 전투함과 정보함도 출몰한다. 제615 비행대대는 작전인가구역을 침범한 중국의 하이난급(3월 19일), 루다급(4월 1일), 루양급(4월 5일) 구축함, 러시아 정보함 쿠릴리(3월 22일), 비슈냐(작년 6월 22일), 독도 근해에 접근한 일본 해상보안청의 함정 PL-01(2월 3일), PL-103(1월 28일) 등을 추적해 영상·전자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615 비행대대 박지훈 대위(해사 63기)는 “최근 AO지역에서 중국 잠수함이나 작전 반경이 짧은 북한 군함은 발견되지 않고 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계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해군 6전단은 지난해 12월 북한의 은하3호 장거리 미사일 1단 추진체 산화제통을 발견해 소해함(기뢰탐색함)에 인계했다”며 “지난해 4월에도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잔해 부유물을 초계비행을 통해 찾아냈다”고 했다.
P-3CK의 최고 작전지휘관 ‘태코’
‘태코(TACCO)’라고 불리는 전술통제관 김태호 대위. P-3CK의 군사작전을 총괄한다. |
그는 윈도 기반의 TCD를 통해 터치패드 패널에 표시된 각종 무장들을 손가락으로 터치해 가면서 감시정찰에 필요한 각종 데이터 화면들을 컬러영상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그는 “전후방 레이더나 소노부이 등 음향수신 장비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분석하고 무장을 발사한다”고 했다.
항법통신관(네브캄·Navcomm) 나기삼 대위(해사 64기)는 HF, VHF 등 5대의 통신기를 운용, 함정 및 지상기지와 전술통신을 하고, 항공기의 경로를 유지하는 항법 임무를 담당한다. 나 대위는 “평소에는 북한 함정의 교신 내용이 들리기도 한다”며 “북한 함정을 파악하기 위해 국제 상선 검색망에 연결해 행선지 등 정보를 분석한다”고 했다.
장윤진 중사는 비음향조작사다. 200마일(320km) 밖의 600여 개 표적을 동시에 탐지해 추적할 수 있는 레이더를 이용, 수상·공중 표적을 감시한다. 그는 전후방 레이더와 적외선 열상장비(EO/IR) 등을 사용해 목표물을 탐지하기 때문에 ‘P-3CK의 눈’이라 불린다.
장 중사는 “레이더 근거리에 의심 표적이 나타나면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식별기동’에 들어간다”면서 “목표물이 정확하게 보이지 않으면, 비음향조작사가 소노부이를 투하해 잠수함 여부를 판별한다”고 했다.
레이더상에 나타난 항적(航跡)을 보니 P-3CK는 소흑산도 서쪽 50km 상공을 날고 있었다. P-3CK 레이더 영상에 작고 희미한 어선군(群)과 소형화물선들이 나타났다. 그 사이로 150m 길이의 큰 물체가 눈에 띄자, 장 중사는 레이더파를 발사해 물체의 정체를 분석했다. 서해상에 작전 배속을 나온 해군 작전사령부 직속 구축함 이순신함이었다.
그는 “통상 상선이나 대형 선박들, 심지어 북한 상선까지 선박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해사기구(IMO)가 추천하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갖고 있어 P-3CK가 국적, 톤수, 침로(針路) 등을 인식할 수 있다”면서 “AIS를 달고 있지 않은 대형선박이 영해로 들어오면 P-3CK는 즉각 작전에 들어간다”고 했다.
그가 TCD를 마우스를 통해 가리키자, 경도 124도 위도 33도에 파나마 화물선이 방위각 23도 방향으로 11.8노트(시속 22km)로 운항하고 있다는 정보가 나타났다.
NLL 이북에 북한 경비함 2척 포착
‘네브캄(NAVCOMM)’이라고 불리는 항법통신관 나기삼 대위. P-3CK와 함정 또는 지상기지와 통신을 담당하고 항공기의 경로를 유지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
김정도 중령은 북측 지역인 장산곶을 영상으로 바라보며 “레이더에 덩어리처럼 보이는 것이 100~150척에 이르는 북한 어선들”이라며 “이곳에서 장산곶의 실제거리는 약 64km 정도”라고 했다.
그때, NLL 이북에서 북한 경비함 2척이 P-3CK의 첨단 레이더에 포착됐다. 레이더는 북한 경비함은 물론 원거리의 우리 해군 함정들도 찾아내 대수상함 세력, 대잠세력, 공중세력으로 표시했다.
TCD에 나타난 위치는 위도 37도, 경도 125도 지점이었다. P-3CK 승무원들은 “이순신함으로 전장이 150m로 표시되고 있다”고 했다. P-3CK 승무원들은 17마일 해상에 있는 진해함도 포착해 기자를 진해함이 있는 인근 해상으로 인도했다. 진해함이 하얀 포말(泡沫)을 일으키며 북쪽으로 항해하고 있었다.
김 중령은 “현재 북한 함정은 NLL 북방에 위치하고 있다”며 “북한 함정은 항로대를 준수하고 있고, 북한 어선을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도발징후는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해주의 지대공(地對空) 미사일, 옹진반도의 해안포를 감안해 저(低)고도 회피기동으로 전환한다”고 했다. 합참 정보본부에서 펴낸 《북한 선박 식별집》을 꺼내 식별요령을 설명했다.
P-3CK는 NLL을 따라 비행고도를 150~200m로 더욱 낮게 유지했다. 북한의 구(舊)소련제 지대공 미사일(SA-5)과 견착식 지대공 미사일(SA-7, 16)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SA-5는 사정거리 250km로, 지대공 미사일 중 사정거리가 가장 긴 것으로 알려졌다. SA-7, SA-16의 사거리는 각각 3.7km, 4.5km다.
그는 “북한의 지대공 미사일 발사, 북한 전투기의 공격을 감지하면 오산의 연합공군참모와 한국항공우주작전본부(KAOC), 공군작전사령부의 중앙방공통제소(MCRC)의 지원을 받아 해군 구축함과 함께 공동작전을 펼치게 된다”며 “P-3CK도 자체적으로 미사일 기반장비인 채프/플레어를 장착하고 있다”고 했다.
음향조작사와 잠수함의 ‘숨바꼭질’
음향조작사 송재영 원사(앞쪽)와 장재현 하사. 수중 음파를 탐지해 잠수함을 추적, 격침하는 일을 담당한다. |
P-3CK와 잠수함의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은 음향조작사와 잠수함 간의 ‘게임’이다. 음향조작사는 ‘P-3CK의 귀’에 해당한다. 동료인 장재현 하사는 “우리 해군의 209급 잠수함은 정숙성이 높아 P-3CK 옆으로 지나가도 모를 정도지만, 북한 잠수함은 소음이 커 탐지하기가 수월하다”고 했다.
그는 “사람마다 목소리가 다르듯 각국 잠수함마다 음문(音紋)이 다르다”며 “해군은 숙련된 음향조작사들을 보유하고 있어 북한을 포함해 주변국 잠수함의 프로펠러음, 엔진음, 연료펌프음 등의 특성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 순간, 서해상에서 작전 중인 함정에서 미식별 수중 접촉물을 발견했다는 정보가 접수됐다. 해상초계기는 기수를 틀어 현장으로 향했다. 육안 식별을 위해 고도를 100여m까지 낮췄다. 기체는 요동쳤고, 조종석 전방 방풍창은 바다에 빠질 정도로 해수면과 맞닿았다.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 초계기는 레이더와 적외선 영상수색 장비를 이용해 감시·추적을 시작했다.
전술통제관(TACCO)은 ‘공격 인가(認可) 요청’을 하고, 수중 물체를 식별하기 위해 MAD로 자기장을 탐지하기 시작했다. 무장조작사 이승민 중사가 소노부이를 발사하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낙하산을 펴며 해상으로 떨어졌다.
승무원들은 “set battle condition!”이란 지시에 따라 ‘봄베이도어(bomb bay door)’를 열고 토페도 발사 준비에 들어갔다. 소노부이와 MAD의 데이터를 분석한 전술통제관은 “적 잠수함이 아니다”며 임무를 ‘해지’했다.
김정도 중령은 “P-3C는 소노부이를 투하해 8발을 동시 감청할 수 있었으나, P-3CK는 32발의 소노부이를 동시 감청할 수 있다”며 “각종 첨단 장비 덕분에 대잠전에서 필수적인 탐색→식별→추적→공격에 이르기까지 지휘관이 신속하게 결심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미국은 해군성 산하 해양전술연구단에서 음향 전문요원을 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美) 해군정보국(ONI)에는 음향팀이 따로 있어 각국의 잠수함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있다. 우리 해군은 림팩 훈련을 통해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의 잠수함 특성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도 중령은 “우리 해군은 일본 해상자위대에 해상초계기 정기 교류를 제의했지만, 해상자위대는 노하우 유출 우려 때문인지 응답이 없다”면서 “해군은 미 7함대와 매년 두 차례 서로 기지(基地)를 오가며 해상초계기 운용 전술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연합작전을 위한 협조사항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이웃 나라 일본도 얼마 전까지 록히드마틴이 생산한 P-3C를 사용해 왔으나 2007년 9월 가와사키(川崎)중공업이 대잠초계기 P-1을 개발, 2010년 70여 대를 실전배치했다. 미국은 차세대 해상초계기 P-8(포세이돈)을 개발, 2012년부터 작전에 투입하고 있다.
소노부이, 투하 3분 후부터 신호 보내와
무장조작사들이 전술통제관의 지시에 따라 소노부이를 투하하고 있다(위). P-3CK는 음향탐지부표인 소노부이를 84발 장착하고 이륙한다(아래). |
전술통제관 김태호 대위는 즉시 방향과 거리를 계산해 해양환경(수중 온도, 수중 소음) 측정용 소노부이 발사를 지시했다. 소노부이를 통해 적 잠수함 표적의 예상 탐지거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무장조작사 이승민 중사가 소노부이를 보관함에서 꺼내 발사관에 장전했다. 전술통제관이 “나우, 나우, 나우(now, now, now)”를 외치며 발사단추를 눌렀다.
고도 200m로 낮게 날고 있던 P-3CK로부터 요란한 소음과 함께 수동형 소노부이 6기가 3~4초 간격으로 발사됐다. 소노부이는 낙하산에 매달린 채 바닷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화약연기가 기내(機內)에 자욱했다. 소노부이가 투하된 구멍으로 공기가 밀려와 순간적으로 귀가 먹먹했다. 소노부이를 투하한 투하구를 통해 외부 압력이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즉시 투하된 구멍을 막았다. 항공기에는 공기의 압력을 높여 기내 압력을 지상과 같이 유지시키는 여압 조절기(Pressurizasion System)가 있다. 이러한 조절기가 없으면 조종사와 승객들은 항공기가 높은 고도에 도달할 때 의식을 잃는다.
소노부이는 탐지방식에 따라 능동형(active)과 수동형(passive) 두 가지로 나뉜다. 능동형은 소노부이에서 소리를 내보내 잠수함에서 반사되는 음향을 탐지하는 방식이고, 수동형은 잠수함·수상함정의 스크루 등에서 나오는 소리를 은밀하게 듣는 방식이다.
투하된 소노부이는 약 3분 후부터 신호를 보내기 시작해 30분~8시간가량 바닷속 소리를 잡아 P-3CK로 보낸다. 김 중령은 “수동소나는 은밀하게 적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능동소나는 먼 곳의 적 잠수함을 탐지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송 원사는 “소노부이가 전해오는 음향을 통해 표적신호가 군함인지, 잠수함인지, 어선인지를 판별한다”면서 “상선은 프로펠러 소리가 큰 반면, 군함은 프로펠러 소리가 작다”고 했다.
P-3CK에 탄 2명의 음향조작사는 소노부이가 보내온 물속의 소리를 정밀 분석했으나, 잠수함으로 추정되는 물체는 탐지되지 않았다. 송 원사는 “망망대해(茫茫大海)의 바닷속 해류의 소음 속에서 잠수함의 기계음을 포착한다는 것은 시끄러운 디스코텍에서 헤드폰을 끼고 명곡(名曲)을 감상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승무원들, 만성적인 위염에 시달려
2005년 8월 남북이 쌍방의 항구를 개방하고, 남한이 북한 상선에 제주해협을 개방하기로 함에 따라 북한 선박이 ‘남북해상항로대’를 따라 운항한 적이 있었다. 현재 북한 선박들은 우리의 작전구역(AO) 외곽의 동해와 서해상으로 운항하고 있다. 김 중령은 “북한 상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과거에는 고도 200피트 이하로 접근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언제 휴대용 무기로 공격당할지 모르는 아찔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P-3CK는 남동쪽으로 기수를 돌려 태안반도 서쪽 144km 해상 부근을 비행했다. 중국 어선 세 척의 오성홍기(五星紅旗)가 육안으로 보였다.
P-3CK는 여객기를 개조한 해상초계기지만 요동이 심해 민항기처럼 일반 식단으로 식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자조작사 박상훈 중사가 냉장고와 온장고를 뒤져 준비한 김밥과 오므라이스를 내놓았다. 전자조작사는 기내 전자장비의 결함을 수정하고, 항공기의 좌측면의 육안관측을 담당한다.
김정도 중령은 “P-3CK 승무원들은 비행 중 식사를 제대로 하기 힘들어 만성적인 위염, 척추질환에 시달린다”며 “임무 특성상 북한 잠수함이 침투하는 일몰(日沒)이나 일출(日出)을 전후한 시간에 장시간 비행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악천후가 잦은 겨울철 야간비행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했다. P-3CK가 300m 이하로 내려오면 조종사들은 화장실도 갈 수 없다고 한다.
P-3CK 조종사는 해군에서 조종사 요원을 선발, 공군에 위탁한다. 초급과정은 공군의 청원비행장에서 러시아 T-103 기종으로 훈련하고, 중급은 공군 사천비행장에서 KT-1으로, 고등훈련 과정은 해군에서 캐러번(프랑스제 훈련기) 기종으로 훈련한다.
정조종사 한 명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5년의 시간과 40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P-3CK 조종사 양성과정을 통해 파일럿이 된 김정도 중령은 “국내 민항기 회사들이 고난도의 난기류 비행에 탁월한 조종능력을 가진 P-3CK 조종사들을 스카우트해 가는 바람에 작전운용에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NLL은 정전협정 준수 위한 ‘하위법’ 개념
초계기는 서해 5도를 앞에 두고 비행한계선(FLL)까지 올라갔다가 기수(機首)를 남쪽으로 돌렸다. 김 중령은 “서해상의 NLL까지 접근하면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노출되기 때문에 비행 안전을 위해 FLL 선을 설정한 것”이라고 했다.
NLL 가까운 상공에서 P-3CK가 소노부이 수신호를 분석하느라 주변 해역을 선회하는 동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게 “NLL은 이상하게 생겨 무슨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이라고 한 말이 생각났다.
NLL은 1953년 7월 27일 남북 간 육상경계선을 설정한 정전협정 직후 마크 클라크 유엔군사령관이 정전협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8월 30일 선포한 해상경계선이다. 최인근 중령(대대장)은 “유엔군 측은 남북 간의 해상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서해 5도와 북한 지역 간의 중간을 연결해 NLL을 설정했다”며 “마치 국회에서 만든 법률에 대해 시행기관에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들어 집행하듯 NLL은 정전협정을 준수하기 위한 하위법의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최 중령은 “2007년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군사경계선’과 남측이 주장하는 NLL 사이 수역을 평화구역 및 공동어로구역으로 설정하고 평화수역 내에서 쌍방 군대는 모두 철수하고 경찰이 관리하는 문제를 협의했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영토보전 책무를 차치하고라도 ‘NLL의 서해안에서의 남북한 간 공식적인 군사경계선으로서의 지위’를 무효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서해공동어로구역에 합의하면 서해상 2개의 경계선을 인정함으로써 북한이 주장해 온 NLL의 ‘불법성·무법성’을 우리 스스로 수용하는 결과가 된다”며 “1·2차 연평해전과 대청해전 등 NLL 해역에서의 북 도발을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했다.
“NLL 양보하면 수도권 방어 곤란”
가거도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인 중국 어선. 오성홍기로 구분한다고 한다. |
그들은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수역 및 공동어로구역 설정의 ‘군사적’ 문제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김정일의 정상회담 당시 NLL 아래에 ‘서해평화지대’를 설치하자는 제안은, 위장평화공세,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일거에 무력 침략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술수에 불과합니다. 최근 10여 년간에 벌어진 연평해전, 대청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이 북한의 검은 속내를 증명하죠. 평화수역 설정은 우리의 NLL 수호의지가 약화된 것으로 비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서해 NLL 해역이 마치 중립수역인 것으로 오인하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릅니다.”(김정도 중령)
“북한이 휴대용 대공미사일과 GPS 교란기를 어선에서 운용할 경우, 인천공항 취항 항공기와 인천항 취항 선박이 사실상 북한의 테러위협에 그대로 노출되고, 우리 어선 납북 가능성은 매우 높아집니다. 게다가 인천항, 평택항까지 군사적 위협이 늘어나 자유로운 항만 이용을 거의 못하게 됩니다.”(오강민 소령)
“지리적 특성상 서북도서는 유사시 북한의 목과 허리를 겨냥하는 비수(匕首) 역할을 할 수도 있으나, 평화수역이 설정되면 군수·병력 지원에 차질을 빚게 돼 전략거점으로서의 효용가치가 떨어질 겁니다. 실제로 인천-덕적도 북방 이북의 영해를 포기하는 것으로, 동시에 우리 영토인 서북 5도의 군대(해병대)까지 철수하게 되면, 비무장지대 내의 ‘대성동 마을’ 주민과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돼 도서(島嶼)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게 될 겁니다.”(김태호 대위)
“유엔군사령관에 의해 설정된 NLL을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부인했다는 오해를 불러올 것이고, 한미동맹의 균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대외적으로 북한의 정전협정 무효화 주장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비쳐 평화협정 체결공세의 빌미를 제공할지도 모릅니다. 향후 일본이 독도 주변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지정해 공동으로 이용할 것을 제의할 수도 있는 선례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나기삼 대위)
“경제적으로도 북한이 무분별한 조업과 북한으로부터 조업권을 구입한 중국 어선들의 무차별 남획으로 어장이 조기에 황폐화될 겁니다. 게다가 북한 어부는 사실상 북한해군 소속 군인들로서 무장군인들이 우리 덕적도 코앞까지 침입해 오는 것을 허용하는 꼴이 됩니다. 평화수역 내의 쌍방 군대는 모두 철수하고 경찰이 관리하자고 하는데, 북한의 경찰에 해당하는 인민보안부는 남한 내 탈북자를 제거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북한군이나 다름없습니다.”(정진곤 대위)
可居島 저공 초계비행
초계기 아래를 항행하고 있는 해군 포항급 PCC 진해함(1300t급). |
어느덧 P-3CK는 기수를 남쪽으로 돌려 이어도(離於島)를 향하고 있었다. 제615 비행대대는 최근 동북아 지역의 영토분쟁 가능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이어도도 초계비행 구역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어도는 한국 최남단 섬인 마라도에서 149km, 중국 측에서 가장 가까운 유인도인 서산다오(蛇山島)에서는 287km 떨어져 있는 수중 암초(underseas feature)로 한국과 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 중첩되는 곳이다. 유엔 해양법협약상 이어도 자체는 수중 암초여서, 영해나 EEZ를 갖지 못한다.
한중 양국은 지난 1996년부터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획정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중국 측의 미온적인 태도로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중국이 EEZ 획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중국 어민들의 조업 필요성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양국 간 중간선 원칙에 따라 EEZ 경계획정을 하면 이어도는 자연히 우리 측 수역에 들어온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이어도에 대한 관할권 확장 의지를 수차례에 걸쳐 드러낸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해양수산부 윤진숙(尹珍淑) 장관은 지난 5월 “이어도에 연구원들을 365일 상주시킬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이어도 관할권 행사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정도 중령은 “이어도 초계비행은 중국에 우리의 영토수호 의지를 확고하게 심어주고 있다”며 “중국의 함정들이 주변 해상을 초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이 지역을 방어하기 위해 항공세력의 증강이 절실하다”고 했다.
해경정 離於島 밀착 경계 중
초계기 왼쪽 창밖으로 바라본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
2003년 6월 세워져 올해로 준공 10년을 맞은 ‘이어도 해양과학기지’가 제주 마라도 서남쪽 149km 지점에 우뚝 솟아 있었다. 기지 완공 직후 강력한 태풍 ‘매미’가 강타했고, 이후 10여 개의 태풍이 통과했지만 거뜬히 견뎌냈다는 사실에 대견하기만 했다.
파랑도(波浪島)라고도 불리는 이어도의 유인 기지화를 앞두고 최근 국립해양조사원은 5년마다 실시되는 정밀 안전진단에 나섰다고 한다. 오 소령은 “P-3CK로 이어도를 초계 비행한 것은 언론으로는 처음일 것”이라고 했고, 기자는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자세히 촬영하기 위해 4차례나 조종사에게 선회를 부탁했다.
해양과학기지 왼쪽으로 우리의 3000t급 해경정(3006호)이 다급하게 지나가는 모습이 관측됐다. 측면에 ‘KOREA COAST GUARD’라는 글씨가 선명했다. 그때 해양과학기지 오른쪽 1마일 떨어진 해상에 국적 불명의 선박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중국의 해양감시선인 줄 알고 기자는 흥분했다. 지난 7월 1일 일본의 센카쿠 열도 근방 12해리 해역에 진입했던 해양감시선과 동일한 함정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 보니 측면에 검은 줄무늬를 표시한 해양 과학기지 전용선인 ‘해양누리호’였다.
김정도 중령은 “이어도는 지리적으로 우리 측에 더 근접해 있으므로 EEZ 경계획정 이전이라도 명백히 우리의 EEZ 내에 속한다”며 “만일의 사태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P-3CK는 제주공항으로 기수를 돌렸다. 기관조작사가 잔여연료가 1만4329파운드(6.5t), 1시간10분 분량이 남았다고 보고했다. 오후 4시40분 P-3CK는 4시간30분의 비행임무를 마치고 제주공항 활주로에 안착(安着)했다.
이날 P-3CK가 비행한 거리는 서울-도쿄를 왕복한 거리에 육박하는 1800km. 임무 성격상 5시간 가까이 저고도 비행과 적 미사일 회피기동을 반복하는 바람에 활주로에 내리는 순간, 현기증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