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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기관에 임명된 기관장과 감사의 절반이 이른바 ‘캠코더(대선캠프ㆍ코드ㆍ더불어민주당 출신)’라 불리는 낙하산 인사라는 분석과 주장이 제기됐다. 보수정권의 낙하산 인사 폐해를 비난하며 개선을 촉구했던 세력이 집권과 함께 논공행상 하듯 되레 더 많은 낙하산 인사를 일삼고 있으니 이런 ‘내로남불’도 없다. 공공기관의 개혁을 위해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사가 필요한 곳도 있겠으나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임기 1년을 갓 넘긴 정부에서 인사 잡음이 끊이지 않으니 실로 걱정스럽다.
바른미래당이 엊그제 공개한 ‘낙하산ㆍ캠코더 인사 현황’에 따르면 문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공공기관 최고위 임원 364명의 44%인 161명(기관장 94명, 감사 67명)이 낙하산으로 파악됐다. 국회 상임위별로 소관 공공기관 340곳의 신규 상임ㆍ비상임 이사 1,722명을 전수조사한 결과다. 정무위 소관인 산업은행ㆍ중소기업은행ㆍ신용보증기관ㆍ예금보험공사ㆍ자산관리공사ㆍ주택금융공사 등 금융공기업의 경우 새로 임명된 35명의 임원 가운데 57%인 20명이 낙하산으로 분류됐다.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홍역을 치른 문화예술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 산하 기관 임원 22명 중 16명이 캠코더 인사로 지목됐다.
기관장의 경우 오영식 철도공사 사장 등 전직 국회의원이나 황창화 지역난방공사 사장 등 비서관ㆍ보좌관 출신이 많았고,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출신은 감사에 주로 포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들의 전문성과 리더십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이 “캠코더 인사의 폐해는 고용세습 등 조직내 비리를 제대로 감시할 수 없고 온정주의ㆍ연고주의가 판치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촛불혁명 위에 섰다는 문 정부의 공공기관 인사에 낙하산이 횡행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김관영 바른당 원내대표가 2015년 언론보도와 최근자체조사를 비교해 “올 9월까지 문 정부 1년 4개월 동안 박근혜 정부 초기 2년보다 더 많은 낙하산 인사가 이뤄졌다”며 “적폐정권이라는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와 뭐가 다르냐”고 따져도 할 말이 없다. 차제에 공공기관 인사의 기준과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벼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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