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과 네즈의
인베이더 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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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m and Dib Enemy, Amity, Friendship, Bromance
and + Romance.
글
소설 2013.03.12 23:58#47 Mopiness of Doom
모피너스 오브 둠 32A에서 딥이 짐에게 더 이상 신경쓰지 않고 멤브레인과 함께 순수과학에 매달릴 때 짐이 모아놓은 딥에 대한 기사들입니다. 하나하나가 딥에 관한 거죠.
문제는 이 32A가 원래 있던 스크립트를 기반으로 한 팬메이드 에피소드이기 때문에 그 작가들과 감독은 이런 미친 에피소드를 제작하려고 했었다는 거에요. 짐과 딥의 관계에 대해 10분만에 완벽히 정의를 내리는
그게 증오로만 뭉친 적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그런 에피소드인 32A요.
짐은 제가 본 인베이더짐 에피소드에서 단 한번도 감정적으로 눈물을 흘린 적 없어요. 지구 음식이 고통스러워 나오는 게 아니라 감정적으로요. 닿으면 몸이 녹아내리는 비가 내리고 식도가 타들어가는 끔찍한 음식을 먹어야 하고 자기가 외계인이라는 걸 들키면 언제든 내장이 따일 수 있는 그런 행성에 잠입 해 있는 위대한 얼켄 인베이더가 고작 11살짜리 지구 인간이 자기에게서 눈을 뗐다고 온 세상을 비참하게 느끼고 눈물을 글썽거린다니 그리고 이게 공식 스크립트.. 존나 뭔가 막 느껴지지 않나요?
전 인베이더짐의 모든 에피소드에 ZADR적 필터를 끼고 보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에피소드만큼은 그들이 서로에게 정말 중요한 존재인 걸 보여줬어요. 제가 짐과 딥에 대한 이야기를 짜내거나 할 때 이 에피소드가 어느정도의 당위성을 줍니다. 아주 아주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니게요. 이 에피소드를 짐과 딥의 로맨스적인 무언가로 생각 할 마음은 없지만, 적어도 이게 그 기초를 깔아준다는 것 정도는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짐과 딥의 친구적, 브로맨스적, 로맨스적, 에로틱적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요. 이건 완전히 개인적인 해석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셔도 됩니다.
ZADF (ZIM and Dib Friendship)
그들은 서로를 완벽하게 증오할 수 없어요. 물론 증오할 수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죠. 그걸 딥과 짐의 입장에서 설명해볼게요. 일단 딥은 누군가를 뼛속까지 싫어하기엔 너무 어려요. 11살은 누구를 악의 가득히 싫어할만한 나이는 아니죠. 그는 아이다운 동정심도 어느정도 있고요. 거기다 짐은, 딥이 생각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매달려왔던 패러노멀을 한번에 증명할 수 있는 정말 중요한 복권같은 거에요. 그의 인생은 거짓말쟁이, 미친 녀석, 그런 말들로 가득 차있어요. 어린 아이에겐 정말 가혹한 일이고, 그가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을 만큼 똑똑하지 않았다면 정말 미쳐버렸을지도 몰라요. 후반으로 갈수록 "날 미쳤다고 말해도 돼요." 라거나 "이제 아무도 날 비웃지 않아!" 같은 말을 하면서 여태껏 힘들었다는 걸 보여줍니다.
A Room with a Moose 편을 보면 그의 말을 어느 한명도 믿어주지 않아요. 시발 내가 틴툰을 보면서 주인공에게 불쌍함을 느낀다고요. 현실적인 불안감으로요. 상담 선생인 드윙키가 나오는 에피소드에서는 딥이 자신을 다른 인간들이 어떻게 보는지 다 알고 있어요. 드윙키가 널 믿는다고 했을때, "날 믿어요? 어디 머리를 차에라도 박은 거 아니에요?" 라고 했었죠. 그는 정말 미친 것 처럼 패러노멀에 매달리지만 그가 정말로 미친 건 아니에요. 그리고 그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짐이 필요하고, 딥은 그가 초현실현상 조사관이 되고자 하는 때 까지는 얼마든지 짐에게 매달릴 거에요. 물론 이게 성애적 집착으로 이어지진 않죠. 당연하게도.
모피너스 오브 둠을 10번은 더 봤는데요. 보면 딥은 짐을 붙잡는 것이 일생 일대의 목표라고 생각해요. 완벽한 아빠의 관심, 메스컴과 세상의 관심, 어느 누구도 더 이상 그를 미친 녀석 취급하지도 않고 모든 게 탄탄대로인 인생인데, 그는 그걸 다 집어치우고 짐을 잡으러 간다고요.
이제 짐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게요. 짐은 자기애가 정말 강해요. 이게 얼켄 종특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들에게 애정이나 자비, 사랑 그런 것들은 거의 없다고 봐야죠. 그들은 정복행성이고, 적어도 백억년 전부터 잔인할 정도로 완벽한 군사 체계를 이루고 우주를 지배하고 다녔고, 그들의 인격과 정신은 어느정도 PAK에 의해서 제어되잖아요. 톨리스트와 컨트롤 브레인이 PAK을 통해 얼켄의 사고를 조정하는데, 저는 얼켄 제국의 기반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기 위해 '지배욕'과 '충성심', '얼켄 다운 무자비함'을 건드린다고 생각해요. 동정, 애정, 자비, 이런 것들은 PAK의 데이터엔 존재하지도 않을 거라고요. 참고로 짐은 손상된 PAK을 달고 있죠. (더 트라이얼 참고)
쓰다보니 말이 길어졌는데, 그는 나르시즘이 강해요. 난 아름다워, 난 멋져, 이런 게 아니라 누구나 다 자기를 모실거라고 생각하죠. 어떤 일이 실패해도 주눅들거나 하지 않아요. 절대로. 그건 미칠듯한 자존감과 자기애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인간의 기준으로는 완전 이해할 수도 없죠. 짐은 톨리스트가 자기를 작정하고 죽이려 들어도 "이건 톨리스트께서 오해하신 거야! 난 그 오해를 풀어야 해!" 하면서 매시브를 다시 한번 해킹하고도 남을 놈이에요.
짐은 모두가 자기를 인정할 거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모두가 자기를 인정하게 만들려 해요. 짐은 인베이더가 되길 원했고, 인베이더였고, 인베이더에요. 저는 그게 그가 자신을 증명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짐은 누군가가 자신을 인정해주길 너무 너무 너 무 원해요. 딥은 그에 있어서 최적이에요. 딥은 짐의 계획에 대해 한번도 의심한 적이 없어요. 딥은 짐이 정말로 지구를 정복할 수 있다고 믿고, 그걸 모든 것으로 막아선다고요. 짐이 '딥 녀석과 노는 것이 재미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이라고 말할 정도로, 딥은 짐에게 지루함을 주지 않아요.
짐은 자신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하기를 원하고, 딥은 자신이 미치지 않았다는 증거를 원해요. 그들이 단순히 적이 아니라 '조금만 인정하면 누구보다 좋은 친구...가 될수 있을지도 모른다.' '서로에게는 서로가 정말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라는 걸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에피소드 중간중간에 나오는 짐과 딥의 일상적인 대화도 좋아합니다. 친구같은 대화요. 울트라피피 에피소드 초반이나 중반, 모르토스 중반처럼요.
ZADB-R (ZIM and Dib Bromance-Romance)
브로맨스는 친구 이상 연인 이하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셜록이나 닥터하우스에 나오는 걔네처럼요. 친구라고 하기엔 뭐가 미묘하지만 절대 사귀지는 않는 그 관계요. 저는 로맨스와 브로맨스를 딱 끊어놓지만, 짐과 딥에 있어서는 거의 비슷하게 보고 있어요. 제 ZADR은 로멘스가 없거든요. 이상한 말인데.. 제가 좋아하는 ZADR은 ZADE-B의 관계성이 얽히고 설킨 과정입니다.
모피너스 오브 둠을 볼게요. 이 에피소드가 중요한 건 위에서 다 설명했지만, 저는 짐이 딥을 생각하는 건 딥이 짐을 생각하는 것 이상이라고 생각해요. 딥은 미칠듯이 똑똑한 녀석이고 멤브레인의 복제지만 그는 아직 11살이죠. 한국 나이로는 한두살 더 많지만 아무튼. 그 인생이 패러노멀로 꽉 차 있고 평생동안 초현실에 매달렸지만 그건 길어 봤자 11년이죠.
하지만 짐은 얼켄이고, 10년동안 기초 군사 교육을 받았고, 얼켄 솔져가 되었고, 최종 시험을 통과해 얼켄 엘리트가 되었고, 그 중에서도 탑으로 우수해서 얼켄 인베이더가 되었죠. 인베이더콘2 둠콘에서 쟈넨이 "그는 적어도 이 공간의 어떤 사람보다 나이가 많아요." 라는 걸 봤을 때... 저는 그를 적어도 100살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요 (얼켄의 시간감각은 엘리트 되는 시험이 70년에 한 번 있을 정도니까요.) 100년 넘게 얼켄의 전사로 성장한 그가,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훈련받은 얼켄 제국의 인베이더가, 딥 때문에 감정에 받쳐 글썽댄다? 인베이더 본연의 목표를 잃었다? 이건 진짜 존나 큰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믿을 수도 없고, 그냥 지나칠 수도 없어요. 저는 얼켄에 대해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에피소드를 다시 보면 볼수록, 딥이 짐을 생각하는 것 보다 짐이 딥을 생각하는 게 더 크다고 생각해요. 이건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거에요.
만약 딥이 한번 더 패러노멀에 관심가지지 않거나, 딥이 어쩌다 죽는다면 짐의 멘탈에 큰 균열이 생길 것 같아요. 자기를 더 이상 신경쓰지 않는 벌레같은 인간 꼬마 하나 때문에 눈물을 글썽였던 얼켄이 글쎄 어떻게 하겠어요?
저의 ZADR은 로맨스라고 말하기가 어렵네요. 서로가 서로를 요구할 수 밖에 없는 이 미친 관계에서 서로를 역겹게 생각하겠지만 그들 인생에서 서로를 떨어트릴 수 없어요. 이걸 브로맨스로 봐야하는지 로맨스로 봐야하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 사이에 애정이... 있을까요? 저는 글을 쓰면서도 생각하는데, 물론 얼켄에게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는 아가페적인 사랑은 없겠죠. 그건 확실해요. 하지만 애정보다 훨씬 저차원적인, 깊은 소유욕같은 것들... 그런 것들은 있을 수도 있어요. 적어도 짐이 딥을 인간 노예로 쓰길 원하고, 딥이 짐의 배를 따려고 하고싶어하는 한은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그들이 서로를 지긋지긋하게 생각하지만, 그건 상대가 죽어버리길 원하는 종류가 아니라는 거에요. 짐은 딥이 싫겠지만 그건 딥이 설인에게 밟혀 죽으라는 의미가 아니죠. '네가 날 끝까지 귀찮게 하겠지만 난 널 밟아버리고 당당하게 이 쓰레기같은 행성을 지배할 거다! 넌 그걸 싫어도 1등석에서 보게 될거고, 네 눈으로 미천한 모행성의 최후를 지켜보게 되겠지. 그리고 난 널 노예로 부릴거야! 그 전까지 죽으면 가만 두지 않을테다!' 라는, 자만에 근거한 (얼켄 본연의) 지배욕이에요. 딥은 짐이 지긋지긋하겠지만 그건 그가 어느날 지구를 떠나길 바라는 게 아니에요. '난 네 사악한 계획을 막고 언젠가 널 정말로 해부해 버릴거야! 그리고 내 초현실을 증명받겠지! 그 때까지 그냥 사라지지 말라고, 내 복권같은 자식아.' 라는 거죠. 거기에 저는 그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쩌면... 물론 원작을 기반으로 하면 정말 개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정말로 어쩌면 발생할 수 있는 작은 감정들을 조금씩 끼워넣는 것 뿐이에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ZADR이고요.
짐과 딥의 성욕과 행위는 노골적이지만 저는 이 녀석들이 그 행위를 완전 복종의 행위이자 소유 확인의 행위로 보았으면 좋겠어요. 글을 쓸땐 늘 그걸 기반으로 하고요. 제가 에로틱적 이야기까지 손대긴 하지만 그들의 애정은 애정이라고 말하기 보다 얼켄 본연의 정복욕과 지배욕에 근간한 애증일 것 같습니다. 짐의 생각이 딥에게도 옮아가겠죠. 그들에겐 무엇보다 증오가 중요해요. 얼켄이 인간을 얼마나 증오하는지 생각하는 게 지긋지긋해 질 때 쯤에는, 인간이 얼켄을 생각하는 게 지긋지긋해 질 때 쯤에는 서로가 둘도 없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겠죠. 그리고 짐은 딥을 얼켄 평생의 유일한 노예이자 짝, 메이트로 인정한다는 거. 물론 제 생각 안에서요.
딥이 아직 어려서 관계가 유지되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