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300명 이상이 일하는 대형 사업장의 임금근로자는 총 253만4000명이며 이 중 37만3000명이 비정규직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8월(33만4000명)보다 3만9000명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정규직 근로자는 2만9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위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300인 이상 대형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많이 늘어난 건 2011년 8월 이후 7년 만이다. 이에 따라 대형 사업장에서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비율은 17.2%로 1년 전 15.6%보다 1.6%포인트 올랐다.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하고 대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30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근로자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2012∼2017년에는 정규직이 주로 늘었다. 특히 2012년과 2015년에는 정규직이 각각 10만 명 이상씩 늘었고, 반대로 비정규직은 3만 명 이상씩 감소했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바뀌는 일자리의 선순환이 이뤄진 셈이다.
그 결과 2012년 180만3000명이던 대형 사업장 정규직 수는 2017년 213만2000명으로 32만9000명 늘었다. 같은 기간 비정규직은 30만7000명에서 33만4000명으로 2만7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올해는 비정규직이 한 해 만에 3만9000명이나 늘며 이런 선순환 흐름이 깨져버린 것이다.
이처럼 대형 사업장에서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많이 늘어나는 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려던 정부의 의도와 달리 민간 기업들은 한번 고용하면 해고하기가 어려운 경직된 노동 시장 구조로 인해 비정규직을 늘리는 방법을 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고용 안전망 강화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노동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노동개혁도 병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날 한국은행 역시 ‘BOK경제연구’에 실린 ‘우리나라 고용구조의 특징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현재 한국의 고용시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동이 막혀 있어 사회적 비용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이새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