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11.21 03:01
정부, 4개월 비워뒀다가 뒤늦게 임명… 두달도 안돼 또 공석
中 불공정무역 39차례 제소당했지만, 한국이 제기한건 없어
중국 정부는 2016년 12월 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전기차 리스트를 발표했다. 오전엔 LG화학·삼성SDI 배터리를 장착한 5개 전기차가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오후 중국 정부는 5개 업체를 지워 다시 발표했다. 우리 정부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 배치를 결정한 데 대한 보복이라는 해석이다. 작년 12월 정상회담 때 한·중의 정상은 사드 갈등을 푼 것처럼 보였지만,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차별은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급성장하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은 구경만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무기력하다"며 "우리도 (보복이 우려되니) 중국 정부에 항의조차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 단체 관광 금지 등 한한령(限韓令)도 풀리지 않고 있다.
◇중국, 우리나라 수출 4분의 1인데…
중국 정부는 작년 말부터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관계자를 소환, 가격 담합을 조사하고, 지난 2월엔 D램 가격 인상 억제 등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바로 그때부터 우리의 시나리오별 대응책이 나왔어야 한다"며 "전기차 배터리 문제 때도 그랬듯이 국가 차원 대응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국, 우리나라 수출 4분의 1인데…
중국 정부는 작년 말부터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관계자를 소환, 가격 담합을 조사하고, 지난 2월엔 D램 가격 인상 억제 등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바로 그때부터 우리의 시나리오별 대응책이 나왔어야 한다"며 "전기차 배터리 문제 때도 그랬듯이 국가 차원 대응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반도체가 통상 마찰 대상이 된다면 충격이나 파장이 엄청난데도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며 "(한국 반도체 업체가)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형국으로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국 제품에 대한 수입 규제는 2014년까지 7건이었지만 2015년 2건, 2016년 2건, 2017년 3건씩 추가되고 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비관세 무역 장벽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부당한 무역 장벽에 대해 우리 정부는 한·중 FTA를 근거로 압박하거나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는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작년 9월 사드 보복에 대해 WTO 제소를 검토하다가 하루 만에 번복한 적도 있다. 지난 2월 한국산 철강에 대해 미국이 통상 압박을 가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WTO 제소와 한·미 FTA 위반 여부 검토 등에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하라"고 주문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2001년 WTO에 가입한 중국은 불공정 무역 행위로 각국에 의해 39차례 제소당했지만, 우리 정부는 한 차례도 중국을 제소한 적이 없다. 익명을 요구한 통상 전문가는 "북한 문제 등에서 도움을 받아야 하니 중국 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려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눈치 너무 많이 봐"
대중(對中) 통상 문제는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 동북아통상과 소속 10명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 통상 문제도 함께 맡는다. 두 나라에 대한 수출은 전체의 32%다.
한 통상 전문가는 "10명이 중국 통상 문제가 터지면 중국 쪽에, 일본 통상 문제가 터지면 일본 쪽 일을 하는 실정"이라며 "미국 쪽 통상은 쌓아온 인맥이라도 있지만, 중국은 인맥도 없고 누굴 만나야 할지 정보도 구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했다. 중국이 한국산 반도체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나섰을 시점인 5월 1일부터 8월 말까지, 우리 산업부에서 대중 통상을 담당하는 통상협력국장 자리는 4개월간 공석이었다. 노건기 전 무역정책과장이 8월 말 통상협력국장으로 승진했지만, 3개월도 안 된 20일 미주·유럽 통상을 담당하는 통상정책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중 통상 정책이 과거 '마늘 파동'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늘 파동은 2000년 국내 마늘 농가 피해를 막겠다며 우리 정부가 중국산 마늘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가 중국이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 중단으로 보복하자 우리 정부가 백기를 든 사건이다. 통상 전쟁에서 당한 대참패였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중국 수출액과 한국 기업 진출이 많다 보니 정부가 공세적으로 나가는 데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이라며 "마늘 파동 이후의 트라우마 같은 게 생겼다"고 했다.
◇"中 보조금 지급 등 압박해야"
전문가들은 민관이 함께 적극적으로 중국 정부를 설득할 '무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09년 1월 중국이 한국산 테레프탈산(TPA)에 대해 반덤핑 불공정 무역을 이유로 조사에 착수하자 정부는 석유화학공업협회, 국내 기업과 함께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 대응에 나섰다. 민관 합동 대표가 중국 상무부를 방문했다. 통상교섭본부장이 세 차례 중국 상무부장을 면담하고, 수입규제대책반도 네 차례 방중했다. 주중 대사관도 8차례 중국 상무부를 접촉했다. 중국은 자국 업체들이 주장했던 관세율(11.2%)보다 큰 폭으로 낮춘 2.7~4.2% 반덤핑 관세를 매기면서, 사태는 마무리됐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중국은 미국·EU 등으로부터 기업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지적을 수없이 받고 있다"며 "우리도 중국의 약점을 지렛대 삼아 협상해야 한다. 정부 의지의 문제"라고 했다.
중국의 한국 제품에 대한 수입 규제는 2014년까지 7건이었지만 2015년 2건, 2016년 2건, 2017년 3건씩 추가되고 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비관세 무역 장벽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부당한 무역 장벽에 대해 우리 정부는 한·중 FTA를 근거로 압박하거나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는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작년 9월 사드 보복에 대해 WTO 제소를 검토하다가 하루 만에 번복한 적도 있다. 지난 2월 한국산 철강에 대해 미국이 통상 압박을 가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WTO 제소와 한·미 FTA 위반 여부 검토 등에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하라"고 주문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2001년 WTO에 가입한 중국은 불공정 무역 행위로 각국에 의해 39차례 제소당했지만, 우리 정부는 한 차례도 중국을 제소한 적이 없다. 익명을 요구한 통상 전문가는 "북한 문제 등에서 도움을 받아야 하니 중국 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려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눈치 너무 많이 봐"
대중(對中) 통상 문제는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 동북아통상과 소속 10명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 통상 문제도 함께 맡는다. 두 나라에 대한 수출은 전체의 32%다.
한 통상 전문가는 "10명이 중국 통상 문제가 터지면 중국 쪽에, 일본 통상 문제가 터지면 일본 쪽 일을 하는 실정"이라며 "미국 쪽 통상은 쌓아온 인맥이라도 있지만, 중국은 인맥도 없고 누굴 만나야 할지 정보도 구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했다. 중국이 한국산 반도체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나섰을 시점인 5월 1일부터 8월 말까지, 우리 산업부에서 대중 통상을 담당하는 통상협력국장 자리는 4개월간 공석이었다. 노건기 전 무역정책과장이 8월 말 통상협력국장으로 승진했지만, 3개월도 안 된 20일 미주·유럽 통상을 담당하는 통상정책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중 통상 정책이 과거 '마늘 파동'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늘 파동은 2000년 국내 마늘 농가 피해를 막겠다며 우리 정부가 중국산 마늘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가 중국이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 중단으로 보복하자 우리 정부가 백기를 든 사건이다. 통상 전쟁에서 당한 대참패였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중국 수출액과 한국 기업 진출이 많다 보니 정부가 공세적으로 나가는 데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이라며 "마늘 파동 이후의 트라우마 같은 게 생겼다"고 했다.
◇"中 보조금 지급 등 압박해야"
전문가들은 민관이 함께 적극적으로 중국 정부를 설득할 '무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09년 1월 중국이 한국산 테레프탈산(TPA)에 대해 반덤핑 불공정 무역을 이유로 조사에 착수하자 정부는 석유화학공업협회, 국내 기업과 함께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 대응에 나섰다. 민관 합동 대표가 중국 상무부를 방문했다. 통상교섭본부장이 세 차례 중국 상무부장을 면담하고, 수입규제대책반도 네 차례 방중했다. 주중 대사관도 8차례 중국 상무부를 접촉했다. 중국은 자국 업체들이 주장했던 관세율(11.2%)보다 큰 폭으로 낮춘 2.7~4.2% 반덤핑 관세를 매기면서, 사태는 마무리됐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중국은 미국·EU 등으로부터 기업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지적을 수없이 받고 있다"며 "우리도 중국의 약점을 지렛대 삼아 협상해야 한다. 정부 의지의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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