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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서울 찾은 외국 전문가들 “북한 정권 미화하고 인권에 침묵하는 분위기 우려”

[특파원 리포트] 서울 찾은 외국 전문가들 “북한 정권 미화하고 인권에 침묵하는 분위기 우려”


휴먼 라이츠 워치의 케네스 로스 사무총장이 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한 성폭력 실태 보고서 발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을 최근 방문한 미국과 일본 등 외국 전문가들이 북한에 관한 최근의 한국 내 분위기에 잇달아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북한 정권을 너무 미화하거나 경제 상황을 과도하게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관해서는 한국 정부조차 외면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VOA에 압박은 실효적 수단이 될 수 없다며, 교류협력을 통한 실질적인 인권 개선을 중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지난 1일 서울에서 북한 관리들의 성폭력 실태 보고서를 발표한 케네스 로스 휴먼라이츠워치 사무총장은 이례적으로 인권에 침묵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로스 총장은 남북 대화에 인권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순진하고 근시안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로스 총장] “I think president Moon is naïve and short-sighted to pretend…”

문재인 대통령은 인권 변호사이고 인권을 더 잘 알고 있으면서도 북한과의 대화에서 인권 논의를 거부하고 비핵화-남북관계 개선이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고 있다는 겁니다.

아울러 청와대가 이번 보고서 등 북한 인권과 관련한 이 단체의 면담 요구를 거부한 데 대해서도 실망감을 나타냈습니다.

로스 총장은 지난 한 달 동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레바논의 대통령과 총리를 만나 인권 사안을 논의했다며 문 대통령이 면담을 거부한 것은 인권이 그가 추구하는 의제가 아니란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로스 총장] “This is clearly not a topic he wants to pursue. He is still in his mindset that..”

게다가 문 대통령이 많은 방식에서 스스로 김정은 위원장을 위한 홍보요원이 되고 있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며 그것은 문 대통령의 직책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제기하는 즉각적인 전쟁의 위험은 이제 지났다고 생각한다며 남북 대화에 인권을 포함하는 더 정교하고 다차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권의 가혹한 압제가 없고 주민들에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주민들은 자신들을 위한 교육과 보건, 주택 등 복지 비용이 핵무기 개발로 전용되도록 용인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인권 존중은 곧 비핵화 해결의 일부라는 겁니다.

[녹취: 로스 총장] “There would be no nuclear program today in North Korea if it were not for severe repression…”

로스 총장은 이어 북한 내 여성 성폭행 문제 개선 요구가 비핵화 논의를 손상시킨다는 한국 정부의 접근은 어처구니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여성 지도자들뿐 아니라 모든 정치 지도자가 문 대통령에게 이런 일차원적 접근을 중단하도록 촉구할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스 사무총장] “I appeal to certainly South Korean women leaders, but to all South Korean political leaders to stop the one-dimensional approach of president Moon.”

세계 3대 인권단체의 하나로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휴먼 라이츠 워치의 수장이 이렇게 미 동맹국 정부의 정책을 강하게 비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이 단체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1일 늦게 ‘트위터’에 청와대 등 한국 관리들에게 휴먼라이츠워치 대표단과의 면담을 요청했었는데, 왜 청와대는 이런 사실을 부인하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북한 여성에 대한 강간과 성폭력에 관해서는 너무 바빠서 (이 단체와) 논의할 시간이 없다고 하면서 궁색한 변명에는 시간이 충분한 것 같다며 불편함을 나타냈습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2일 VOA에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기준에 부합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제재와 압박은 실효적 수단이 될 수 없다”며 “현재와 같은 남북 간, 북미 간, 북한과 국제사회 간 대화와 접촉 및 교류협력을 통해 북한이 정상국가로 발전토록 유도·지원하는 것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증진하는 실효적 방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북한의 여성 인권과 관련해서는 “남북 간 및 북한과 국제사회 간 접촉과 교류를 통해 북한 당국과 주민들의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을 자연스럽게 개선하고 변화시킴으로써, 북한 여성들의 실질적인 인권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휴먼라이츠워치가 촉구한 대로 남북 대화에서 구체적으로 여성 인권을 제기할지와 북한 관리들의 성폭행 만연 실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북한 보위성 심문관이 여성을 조사하는 모습. 북한 선전부 출신 탈북자가 그린 그림으로 휴먼라이츠워치 보고서에 삽입됐다.
북한 보위성 심문관이 여성을 조사하는 모습. 북한 선전부 출신 탈북자가 그린 그림으로 휴먼라이츠워치 보고서에 삽입됐다.

​국제 인권 단체들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증진한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비판적 목소리를 지속해 왔습니다.

지난 여름 한국의 한 대학에서 인권 강의를 했던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앞서 VOA에 남북관계 개선은 지지하지만, 반인도적 범죄에 침묵하며 인권 개선이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뤄진 적은 국제 역사에 없다고 말했었습니다.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인 인권재단(Human Rights Foundation)의 알렉스 글래드스타인 전략기획실장도 최근 서울을 방문해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글래드스타인 실장은 한국 언론들에 서울시청 외벽에 북한 독재자의 사진이 커다랗게 걸려있는 것을 봤다며 시민들의 세금으로 독재자의 현수막을 걸어 놓은 것에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는 시청 건물과 지하철, 박물관 등 주요 공공시설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을 환영한다는 대형 현수막과 두 정상의 사진을 몇 달째 게재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풀려난 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인 프레드 웜비어 씨와 함께 한국을 찾았던 글래드스타인 실장은 한국 정부가 탈북자들의 대북정보 유입 활동까지 검열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글레드스타인 실장은 앞서 VOA에 문재인 정부가 북한 주민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은 “역사적 실책”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글래드스타인 실장] “It is a historic mistake for the Moon administration to ignore human rights of the North Korean people”

자신들은 경제적 번영과 민주화를 누리면서 이웃의 북한인들에게는 제대로 외부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인권 개선을 위한 지원도 하지 않는 것은 비극이란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관리들은 그러나 남북 관계를 먼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발전시켜 북한 주민들의 민생이 개선되면 인권 문제도 자연스럽게 제기될 것이란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VOA에 “북한 정권이 민감하게 여기는 인권 문제를 제기해 대화가 결렬되면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삼간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을 찾은 외국 전문가들은 또 북한의 경제 상황을 과도하게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국 내 분위기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에 여러 소식통을 두고 오랫동안 북한 내부 소식을 취재하는 일본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대북 제재 효과가 없고 북한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녹취: 지로 대표] “복수의 눈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 갖고 평가하기가 어려운 곳이 북한입니다. 평양 방문자가 아주 제한적인 여행을 하면서 평양에 가니 차가 많더라. 정전도 없더라. 상점에 가면 물건도 많더라. 그러니까 경제 제재가 영향이 없다라는 보고가 많아요. 하지만 제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아주 주관적인 인상론에 불과하지 않는가란 생각이 많이 들어요.”

물가 안정세와 일부 새로운 건설 등으로 보면 경제가 좋아지는 것 같지만, 실제적으로는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 봉착해 있다는 겁니다.

지로 대표는 대중국 수출이 90% 이상 막히면서 노동자 파견이 부진하고 주요 수출 분야인 석탄과 철광석, 섬유제품, 수산업은 가동 정지 혹은 가동이 대폭 감소했고 권력기관 산하 무역회사도 운영이 마비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수백만 명의 현금 수입이 상당히 감소하고 평양의 부유층과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자금도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로 대표는 말했습니다.

[녹취: 지로 대표] “제일 어려운, 직격탄을 맞은 곳은 김정은 정권이고, 평양의 부유층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외화벌이는 대개 주민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한 부산물을 중국에 수출해 외화를 벌어 평양의 주요 계층에 분배하는 구조인데 제재로 이 구조가 무너지면서 상류층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최근 평양을 방문했던 한국의 전·현직 관리들은 북한이 천지개벽 중이라고 하거나 확실한 개혁 의지가 있으니 국제사회가 북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거듭 남북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적같이 찾아온 기회,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이번 주 외신 기자회견에서 평양의 택시와 화장품 회사, 건설 호황 등을 언급하며 북한 정권의 개혁 의지가 확고하다고 말했었습니다.

[녹취: 최문순 지사] “저희들이 보기에는 개혁개방의 의지가 확실하다! 확실하게 결심했다. 김정은 위원장부터 맨 밑에 주민들까지 그런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국제사회에서 이걸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을 자주 오가는 일부 유럽 전문가들은 그러나 과거처럼 경제 상황에 대해 단순 평가가 어렵기 때문에 평가를 신중히 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최근 평양과 여러 지방 도시들을 방문한 뒤 서울을 찾은 카타리나 젤웨거 전 스위스개별협력처(SDC) 평양사무소장은 31일 VOA에 북한의 식량 사정도 도시마다 달라서 평가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젤웨거 전 소장] “it’s not easy to assess to present food situation in North Korea because it’s no longer uniformed…”

북한의 농업 등 식량 사정이 과거처럼 전국이 획일화된 게 아니기 때문에 지역마다 나눠서 평가해야 한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북한을 수십 번 다녔다고 해서 특정 지역만을 보고 변화 여부를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젤웨거 소장은 그러나 실질적인 경제 속사정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소규모 도시에서 사실상 가족농 등 농업 시스템이 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늘어난 택시와 태양광 등 전반적으로 볼 때 과거보다는 북한 내 상황이 원만하게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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