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합원, 서류만 보고 정규직 시켜라" 민노총, 인천공항공사에 막무가내 압박

고용 세습 의혹이 불거진 인천공항공사에서 민주노총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채용 검증 절차를 최소화하라"고 사측에 요구한 사실이 확인됐다.

22일 본지가 입수한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 전문가 협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민노총은 지난 6월 5일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기 위해 인천공항공사와 인천공항공사 근로자(한국노총·민노총), 전문가가 마주 앉은 회의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자회사 전환 채용은 사실상 고용 승계"라며 "현 임시 법인(정규직 전환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 채용 때 진행했던 서류 심사만으로 채용하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 야(野) 3당은 22일 고용세습·채용 비리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본지가 입수한 회의록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인천공항공사 측은 "국민이 인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외적 절차를 둬야 한다"고 난색을 표했다.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도 "공공기관 또는 공공기관 자회사 소속으로 신분이 변화되는 만큼, (국민이 반발하지 않도록) 다른 공기업 사례를 검토해 채용 정당성을 확보하고 채용 비리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민노총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총은 또 지난 4월 25일 열린 회의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를 자회사에 채용할 경우 용역업체에서 일했던 근무 기간을 모두 인정해 임금에 반영하라고 주장했다. 민노총은 "연차나 근속수당을 산정할 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전 근무 기간을 100% 인정해야 한다"며 "정규직 전환 전 임금 수준을 보전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도 공항공사 측은 "경력 인정은 어렵다"고 반대했다. 정규직 노조도 "다른 공공기관도 정규직 전환 시 이전 근무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날 회의에서 민노총은 용역업체 소속 관리직인 현장소장도 비정규직 근로자로 인정해 고용을 승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소장은 현장에 있는 비정규직 인력을 관리하는 이들로, 상당수가 본인이 소속된 용역업체에서 7000만~1억원가량의 고액 연봉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들은 대부분 용역업체 정규직 신분인데, 이들을 인천공항 자회사 비정규직으로 봐야 하며, 나중에 인천공항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민노총 측 주장이다.

한편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 세습과 채용 비리는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고 구성원들의 기본적 안전마저 위협하는 범죄"라며 국조 요구서를 냈다. 최재형 감사원장도 이날 감사원 국감에서 "채용 비리 감사가 필요하면 하겠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친·인척 특혜 채용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전수조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