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국가를 대상으로 한 국제학력평가(PISA) 성적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PISA 평가는 고등학교 1학년 (만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3년에 한 번씩 실시되는데 가장 최근에 실시된 것이 2006년이고, 그 결과는 2007년 말에 발표되었다. 발표된 지 1년도 더 지난 PISA 평가가 다시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지난 11월 21일 서울대 교육종합연구원 주최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한 연구결과 때문이다.
이 연구를 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채창균•유한구 박사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점수는 평균 547점으로 세계 4위이지만 주당 학습시간으로 나눈 시간당 점수는 99점으로 세계 48위에 그쳤고, 이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습시간당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우리보다 수학 성적이 높은 대만, 홍콩, 핀란드의 시간당 점수는 각각 138점, 151점, 139점으로 우리나라보다 월등하게 높은 것으로 나왔다.)
PISA 2006의 원 데이터를 분석해서 학습시간과 관련한 정보를 정리해 보았다. (PISA 2006 평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30개와 비회원국 27개 등 57개국을 대상으로 한 것임) 비교 대상은 한국, 미국, 일본, 대만, 핀란드 등 5개국으로 하였다. 대만은 OECD 국가는 아니지만 수학, 과학 성적이 높고 사교육이 많다는 점에서 우리와 유사한 면이 많아서 포함하였고, 핀란드는 수학, 과학 공히 세계 최고 성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포함하였다.
우선 우리나라 학생들의 공부시간이 많다는 건 대부분 짐작하시겠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얼마나 많이 할까? 위 연구에서는 수학과목의 주당 학습시간으로 비교했는데 학습시간은 학교 수업시간, 방과후 수업시간(학원 강의나 과외 수강으로 이해하면 됨.), 그리고 숙제 등을 포함한 자기학습 시간 등으로 세분하여 조사되었으므로 세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나라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학교 수업시간은 대체로 비슷하기 때문에 학습시간의 차이는 주로 방과후 학원수강시간과 자기학습 시간의 차이이다.
학교수업 외에 학원 강의 또는 자기학습으로 수학을 공부하는 시간이 우리나라는 4.6시간으로 상당히 많다. 특히 학원 수강시간은 일본의 3배, 핀란드의 6배가 넘는다. 자기학습 시간은 상대적으로 차이가 적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나온 걸까?
방과후 수업시간에 따른 성적 분포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와 대만은 방과후 학습시간이 많아질수록 성적이 오르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미국과 핀란드의 경우에는 오히려 성적이 떨어진다. 공부를 많이 하는데 성적이 낮아지는 게 다소 이상하게 보이지만, 학습이 부진한 학생이 보충수업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거다.
우리나라와 대만은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일수록 더 많이 공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는 공교육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학교수업 외에 (학원 등의) 강의를 듣지 않는 학생들의 평균성적을 보면 우리나라는 501점으로 57개국 중 28위(핀란드가 558점으로 1위)이고, 6시간 이상 방과후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평균성적은 우리나라가 597점으로 1위이다. 우리나라의 사교육이 학생들의 수학성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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