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금강산 지점 재개 등 캐물어… 수차례 “너무 앞서가지 말라” 단속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북 금융제재를 총괄하는 재무부 핵심 관계자가 지난달 남북 정상의 평양공동선언 발표 직후 국내 은행들을 접촉해 북한 관련 사업을 문의하는 등 대북제재 이행 상황을 집중 파악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 후폭풍으로 한미 간 불협화음이 노출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제재망이 느슨해질 것을 우려해 문재인 정부는 물론 한국 주요 은행의 대북 사업 움직임까지 점검해온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동아일보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지난달 20, 21일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등 국내 국책·시중은행 6, 7곳에 e메일 또는 전화를 통해 콘퍼런스콜(전화 또는 영상회의)을 요청했다. “북한 관련 문제로 회의를 열고 싶다”는 것이다.
회의에는 미 재무부에선 테러·금융정보국(TFI) 소속 부차관보급 핵심 간부와 직원들이 나섰고 각 은행에선 부행장급 간부 등 4, 5명가량이 참여했다. 미국 측은 각 은행이 진행 중인 대북 관련 사업 현황을 물어보면서 유엔과 미국의 제재 사항을 설명했다고 한다.
특히 미 재무부는 회의에서 “농협이 검토 중인 ‘금강산 지점’ 재개 추진 상황이 어떻냐”는 등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관련 이슈를 집중 문의했다. 또 “(한국 은행들이 제재가 완화되기 전에) 너무 앞서가면 안 된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각 은행의 담당자들은 미국 측에 “진행 중인 사업은 모두 미국 독자제재나 유엔 대북제재 틀 안에서 진행 중이다. 앞으로도 준수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번에 미 재무부가 접촉한 국내 은행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북 연구 및 사업 조직을 강화해왔다.
최우열 dnsp@donga.com·장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