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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강남 집값 폭등'...정부 실정에 '입닫은' 금융투자업계
'소득주도성장-강남 집값 폭등'...정부 실정에 '입닫은' 금융투자업계
  • 김지호 기자
  • 승인 2018.09.1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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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제가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 말하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인연이 끊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하성 실장과 오랜 기간 친분을 쌓은 금융투자업계 인사 A)

“아파트 인허가 억제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으로 신규 아파트를 공급되지 못하게 한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 부동산 값 폭등의 원인입니다. 제 신원은 절대 밝히지 말아주세요. 정부가 무섭습니다.” (한 증권사 건설부동산 담당 연구원 B)

문재인 정부의 잇단 실정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가 ‘벙어리’가 됐다. 규제산업인 금융업의 특성상 자칫 정부의 ‘보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각에서는 국내 최고의 인재가 모인 증권가가 지나치게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달 1년 넘게 이어오던 페이스북 활동을 접었다. 그는 페이스북 중단에 대해 정치와는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마지막 글에서 “소득주도성장부터 통계까지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지만 지금은 침묵하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김 센터장은 7월에 낸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자영업의 비중이 전체 고용의 26%에 달해 최저임금인상이 가계소득을 증가시키는데 좋은 처방은 아니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업계에서 가장 소신 있는 애널리스트 중 한명으로 꼽히던 그마저 소녈네트워크서비스(SNS)d서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하는데 부담을 느낀 것이다.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이 0.6%로 1분기 1.0%보다 0.4%포인트나 하락하고 지난달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3000명 늘어나는 데 그치는 ‘고용 참사’가 벌어지는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인한 경기침체가 뚜렷함에도 증권가에서는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금기시되는 분위기다.

지난 10일 부산 연제구 국민체육센터 2층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구인구직 만남의 장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부산 연제구 국민체육센터 2층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구인구직 만남의 장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강남을 비롯해 하루가 멀다 하고 폭등하고 있는 서울의 아파트 값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증권가에서는 문재인 정부 실정으로 부동산값이 폭등했음을 잘 알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 직접적 언급을 꺼리고 있다. 자칫 정부나 회사에 미운털이 박힐까 두려운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안전진단 기준강화 등을 시행하면서 공급을 줄인 것이 부동산 폭등의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주거용(아파트, 다세대·다가구 등) 건물의 인허가 물량은 2840만㎡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7.2% 줄어들었다. 특히 가장 집값 상승세가 거센 서울에서 허가받은 아파트는 91만㎡에 그쳐 전년 동기(218만㎡)에 비해 58.4%나 급감했다.

한 증권사 건설 담당 연구원은 “거래가 나올 수 있는 길을 터주지 않고 세금만 올린다고 해서 절대로 부동산 값이 잡히지 않고 이것은 명백한 정부의 실책”이라며 “금융권이다보니 이런 얘기를 맘대로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13일 다시 발표하는 종합 부동산대책에서도 종부세와 양도세를 참여정부 수준으로 높일 것으로 전해졌다. 재건축 연한 연장도 거론된다. 이 역시 공급을 늘리는 대책은 아니어서 다시 강남을 비롯한 서울 아파트 값을 올리는데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부동산 애널리스트는 “양도세가 강화되니 다주택자는 집을 팔지 않게 됐다”면서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신규공급이 줄었고 다주택자 기존의 거래도 줄어 부동산의 공급이 상당히 꽉 막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애널리스트 역시 정부의 실책을 대놓고 비판하는 데는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도 부동산값 폭등에 대해 “정부가 재건축 등 요지에 공급을 틀어막았으니 당연히 나타나는 결과”라며 “영구적으로 공급을 틀어막지는 못하고 5~10년 후에 다시 터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가 대놓고 정부정책을 비판하지 못하면서 지나치게 몸을 사리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한편에서는 경제지표에 대해 여론이 지나치게 앞서간다는 시각도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보수정책이 ‘마무리 투수’라면 진보정책은 ‘선발 투수’”라며 “안타나 홈런 몇 개 맞았다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진보정책을 성급히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용 참사 통계는 이전 정권이 지나치게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통해 부풀려놨던 것이 떨어져 보이는 일종의 ‘착시효과’가 아닌가싶다”고 분석했다. better502@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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