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조선일보가 통계 장난? 장난친 곳은 따로 있다
경제일반

    조선일보가 통계 장난? 장난친 곳은 따로 있다

    입력 2018.08.21 15:50

    며칠 전 한 친구가 메신저로 "너희 신문이 통계 왜곡을 했다는데 맞느냐"고 물어왔습니다. 그러면서 뉴스 링크를 보내주더군요. 한겨레의 8월17일자 '통계 갖고 장난치지 마라'라는 제목의 칼럼이었습니다. 읽고는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친구에게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간단히 이유를 설명해줬습니다. 이후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런 주장이 제법 퍼져 있더군요. 그냥 넘어갈까 하다 이런 악의적인 주장이 사람들에게 행여 사실로 인식될까 싶어 설명을 해보려 합니다. 한겨레 칼럼이 '통계 왜곡'이라고 핏대를 세운 조선일보 기사는 7월 27일자 사설 '2분기 0.7% 성장, 그 뒤에 드리운 더 암울한 전망'입니다. 일단 원문을 한번 볼까요.

    "우리 경제가 2분기에 0.7% 성장하는 데 그쳤다. 1분기 1.0%로 올라섰던 성장률이 0%대로 주저앉아 경제가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우려가 더 커졌다. 설비투자가 6% 이상 감소해 2년여 만에 최악이었고, 건설 투자(-1.3%)도 내리막으로 돌아섰다. 민간 소비 증가(0.3%)도 1년 반 만에 최저다. 버팀목이던 수출마저 0.8% 증가에 그쳤다. 모든 지표에 일제히 경고등이 켜졌다. 정부가 올해 성장률을 3.0%에서 2.9%로 낮췄지만 이마저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올해도 세계 경제는 성장률 3.9%의 호황이 예상된다. 한국보다 경제가 12배 큰 미국이 2분기 무려 4.3%(연율 환산) 성장을 내다본다. 충격적이기에 앞서 어이가 없다."

    어떤 부분이 왜곡이라는 걸까요. 위 문단을 보면 리드 부분에 '우리 경제가 2분기에 0.7% 성장하는 데 그쳤다'라는 문장이, 마지막 부분에 '한국보다 경제가 12배 큰 미국이 2분기 무려 4.3%(연율 환산) 성장을 내다본다'는 문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겨레 칼럼의 저자는 한국은 분기(分期) 성장률, 미국은 '전기 대비 연율'을 비교했기 때문에 왜곡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쯤되면 칼럼을 쓰신 한겨레 논설위원이 경제 기사에 대한 기본 지식이 부족한지, 아니면 조선일보를 공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곡해하는 건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미국과 한국은 성장률을 집계·발표하는 방식이 애초부터 다르기 때문이죠. 성장률을 발표할 때 한국은행은 전기 대비 성장률을 앞세우고,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은 '전기 대비 연율'로만 발표합니다. (설명을 덧붙이자면, 전기 대비 연율은 3개월 간의 성장률을 1년으로 환산해 계산하는 것으로, 대략 '전기 대비 성장률x4=연율 성장률'이 됩니다) 미국과 한국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특히 BEA의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 시장 예상치만 있는 경우엔 더욱 그렇습니다. (위 사설에서 언급한 미국 성장률(4.3%)이 공식 발표치(4.1%)와 다른 이유도 예상치이기 때문입니다.)

    나라마다 성장률 집계 기준이 다르다 보니, 나라별 성장률을 보도할 때는 위 사설과 같이 집계 기준을 명시하면서 각국이 발표한 숫자를 그대로 전달하는 게 정석입니다. 가령 '한겨레' 2018년 6월 11일자 <식어가는 지구촌 경기…미 '홀로 확장' 어디까지 갈까> 기사를 볼까요. 소제목에 '세계경제는 후퇴 국면…독 1분기 0.3%↑, 일 -0.6%' 이라고 돼 있습니다. 여기서 독일은 '전기 대비', 일본은 '전기 대비 연율'이어서 서로 기준이 다릅니다. 하지만 본문에 '일본은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연율로는 -0.6%)을 했다'는 설명이 있으므로 누구도 이걸 왜곡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겨레 칼럼의 논리대로라면 "내가 통계를 왜곡했다"고 자백 아닌 자백을 하는 셈입니다.

    다른 기사를 하나 더 볼까요. 2018년 7월 30일자 '한국경제' <글로벌 경기, 미국만 '직진'… 中·日·유럽은 성장세 멈칫> 입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4.1%(연율 환산) 증가하며 약 4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중략) 이에 비해 중국과 일본, 유럽연합(EU) 회원국의 경기는 불안한 모습이다.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6.7%로 1분기 6.8%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여기서도 미국의 성장률은 '전기 대비 연율', 중국은 '전년 동기 대비'로 기준이 다릅니다. 그러나 집계 기준을 명시했으므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한겨레는 애당초 왜 이런 말도 안되는 꼬투리를 잡아 조선일보를 공격하는 걸까요. 짐작컨대, 조선일보가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게 불편했기 때문일 겁니다. 이런 내심을 굳이 숨기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칼럼에는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상황을 두고 '외환위기 때보다 어렵다'느니 '우리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느니 하는 것은 나가도 너무 나갔다. 경제주체들이 위기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과 위기를 부추기는 것은 전혀 다르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청년실업률·소득격차·제조업 가동률 같은 주요 경제지표가 IMF 이후 최악을 달리는 요즘, 이게 청와대 관계자의 말인가요, 언론인의 말인가요.

    현 정권이 야심차게 추진한 소득분배성장이 많은 부작용을 내며 참사 수준으로 치닫자 청와대는 날씨 탓, 전 정권 탓, 언론 탓 등 '나만 빼고 전부'로 화살을 돌리느라 바쁩니다. 그 와중에 친정부 매체들도 열심히 거드는 중이죠. 위에서 언급한 한겨레의 칼럼이 어떻게 나온 건지 경위를 추적해봤더니, 처음 한 인터넷 매체가 주장하고, 이어 한 친정부 인사가 진행하는 방송으로 옮기고, 그걸 다시 한겨레가 받아 확대 재생산하는 과정을 거쳤더군요. 광우병, 메르스, 천안함 같은 각종 괴담이 생산·유포돼온 과정과 판박이입니다. 이런 '선동의 공생관계'로 그동안 참 재미를 많이 봤죠.

    사실, 요즘 통계 갖고 장난치는 곳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청와대입니다. 최근 경제와 민생문제로 지지율이 하락하는 이유가 '홍보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해 청와대는 홍보를 부쩍 강화하는 중입니다. 공식 페이스북에 '한국경제의 다양한 얼굴'이라는 카드뉴스 시리즈를 연재한 것도 그 때문인데, 불리한 통계들은 쏙 뺐을 뿐 아니라 그래프까지 조작하다 망신을 샀습니다. 현 정부의 경제 성적이 지난 정부 때보다 나은 것처럼 보이려고 그래프를 제멋대로 그린 것이죠. 그것도 한 개가 아니고 여러 개를 그랬으니, 이쯤되면 실수가 아니라 고의가 아닌지 의심을 살 만합니다. 그런데도 한겨레를 비롯한 친정부 매체들은 이런 통계 조작에는 못본 체 눈감고 있죠. 지난 정권에서는 누구보다도 사나웠던 감시견이 정권이 바뀌고 난 후 충직한 사냥개처럼 된 것은 희극인가요, 비극인가요.



    100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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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석(cchhee****)
    2018.08.2123:46:23신고
    기사를 읽어보니 결국 조선일보 기자님이 통계로 장난친건 사실인가보네요. 즉, 이거잖아요. [한겨례도 통계 가지고 장난 친 적 있다. 근데 왜 나만 갖고 뭐라 하냐. 웃긴다.ㅋㅋ] 이거네요.
    김형준(jr****)
    2018.08.2123:34:24신고
    OOOO 문재인간 정권이 국민을 호구로 여기고 장난질하다가 딱 걸려 망신을 샀다. 그래도 뻔뻔스럽게 사는 저 인간들을 용서하면 되겠나?
    이종원(prim****)
    2018.08.2123:12:40신고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로 꼽히고 있는 로마의 카이사르는 일찌기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라고 설파한 적이 있다. 작금의 한국의 현실이 바로 그 때문이다. 현재 한국민들은 자신들의 배아픔과 분노를 달래 줄 뉴스거리를 찾고 있는데. 한겨레, 김어준 등이 그런 구미에 맞는 조작 선동거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들만 보고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이런 멍청한 국민들이 대오각성하기 전에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김성은(n****)
    2018.08.2123:12:06신고
    조선일보는 신입사원까지 서울대 연고대 출신으로 가득한 엘리트 집단이고 한겨레는 사회에 불만 가득하고 조중동 떨어진 사람들이나 가는 곳이다. 그러니 저런 수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김대연(dyk****)
    2018.08.2123:10:42신고
    한겨레신문이 아직도 살아있네. 나름 노력하지만, 그 사람들이 처음 출발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신문이 되어 버렸죠. 처음에는 민주화를 주제로 해서 먹고 살았는데, 민주화가 끝나니, 그냥 정권에 기대어 신문 장사를 하는 거죠. 이념을 버렸으니, 그냥 처음부터 신문 장사를 목표로 했던 사람들보다 더 타락한 사람들이죠. 그냥 쓰레기 신문, 예전 같으면 선데이 서울 정도로, 화장실에서 쓰던 종이 정도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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