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백화점 갑질 모녀’ 사건과 관련해 이들에게 무릎을 꿇은 주차요원들을 두고 “부당함에 맞설 패기도 없는 젊음”이라고 해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조 교수는 6일 새벽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사회 갑질은 새로울 것도 없다만 백화점 알바생 3명이나 무릎을 꿇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렵다”며 “하루 일당 못 받을 각오로 당당히 부당함에 맞설 패기도 없는 젊음. 가난할수록 비굴하지 말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면 좋겠다”고 썼다.

이에 네티즌들은 조 교수의 주장을 옹호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나뉘어 설전이 벌어졌다.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 네티즌(@L_***)은 “부당함에 저항하려면 ‘마땅히’ 하루 일당 쯤은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머릿속에 해답이 있네요. 왜 그 잘난 용기가 흔할 수 없는지”라며 “그러라고 고용한 것도 아닌데 거부하면 급여 안 나오는게 당연하다고 여기면서 용기를 내라고?”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ryuno*****)은 “비굴하다는 표현 자체가 폭력이란 생각 안 하세요?”라고 물었고, 다른 네티즌(@moi****)은 “하루 일당 못 받는 게 아니라 당장 학자금 마련할 일자리라고 하면 그렇게 쉽게 이야기하실 수 있나요?”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되자 조 교수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약자는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땅콩회항이 세상에 알려진 것도 젊지 않은 나이에 퇴사를 각오하고 누군가 폭로를 했기 때문입니다. 알바생이 잘못이 없어도 ‘갑’인 고객에게 머리를 숙이고 사과를 할 수 있겠지만 단체로 무릎 꿇을 만큼 우리 사회가 그렇게 엉터리인가요?”라고 주장했다.

이어 “성폭행 피해자를 비난한 게 아니라 성폭행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먼저 옷 벗어주지 말라는 말”이라며 “다음부터는 부당한 갑질에 필요 이상 굴복하지 말자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조 교수의 해명 이후에도 온라인상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조 교수의 발언이 현세대의 열악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한겨레>는 7일 조 교수의 발언을 보도하며 “주체적인 행동을 요구하기보다 먼저 봐야 하는 건 그 주체를 둘러싼 환경, 즉 구조”라며 백화점 고객과 직원 간에 사회적으로 형성된 견고한 ‘갑을 관계’를 비판했다.

<한겨레>는 “소비 공간의 결정판인 백화점에는 고객이 정말 ‘왕’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직원들이 총출동해 고객에게 무릎을 굽히고 빈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 다독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며 “결국 모두가 소비 앞에 ‘무릎을 꿇는 사회’라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알바생들에게만 유독 ‘무릎을 꿇지 않고 저항하라’고 말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될지 생각해볼 일이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저항의 대상 역시 무릎을 꿇으라고 강요한 ‘진상 고객’이 아니라 “자신을 무릎 꿇게 만드는 사회 구조를 향해야 하고, 그런 구조를 만든 지배 계급을 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저항이 가능한 토대가 부족한 현실, 화자의 사회 구조에 대한 통찰과 이해 문제 등을 지적하며 “비판하는 사람의 옳은 말이 가장 마음에 박힐 때는, 비판자가 비판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삶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을 때”라며 “무엇보다 같은 높이의 자리에서 서서 그 문제를 두고 함께 싸우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 교수는 해명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자 이날 트위터에 “똑같은 구조에서도 개인의 선택에 의해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진다. 젊은이들에게 선택의 폭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어 자신의 소중함을 중심에 놓으라고 한 것”이라며 “사람의 공감능력은 자신의 경험범주에 제한되는 것 같다. 경험의 차이가 타인에겐 상처가 되기도 한다는 걸 배웠다”고 심경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