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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트럼프 통화, 청와대 발표엔 쏙 빠진 북한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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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탈북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 자리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초대됐던 지성호 탈북인권청년단체 나우 대표(왼쪽 넷째) 등이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탈북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 자리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초대됐던 지성호 탈북인권청년단체 나우 대표(왼쪽 넷째) 등이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문재인, 북한 인권 개선 중요성 논의”(VOA)
 

“양 정상 북 인권 개선 협력 강조”
백악관 자료에만 나와 온도차
트럼프, 통화 뒤 탈북자 8명 만나
인권을 새 압박 수단 삼으려는 듯

“트럼프, 한국 대통령과 무역 및 북한 인권 문제 논의”(로이터통신)
 
2일(현지시간) 외신들은 이 같은 제목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전했다. ‘문 대통령-트럼프,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 협력기로’ 등 한국 언론 보도와는 달랐다. 왜 그랬을까. 이는 북한 인권 내용이 백악관 발표에만 들어가 있고, 청와대 발표에는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2일 밤(한국시간) 30분 동안 이뤄진 한·미 정상 통화에 대한 백악관의 보도자료는 총 3줄이었다. 이 중 한 줄이 북한 인권 문제였다. “양 정상이 북한 내 인권상황 개선의 중요성에 관해 논의하고 이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문장의 주어는 ‘양 정상’이었지만, 8줄짜리 청와대 보도자료에는 북한 인권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연두교서 발표 때도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했다. 북한에 억류됐다 돌아온 직후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와 북한에서 한쪽 팔과 다리를 잃은 탈북자 지성호씨를 하원 본회의장에 초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통화 후에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직접 탈북자 8명을 만났다. 이들의 사연을 들으며 한 명 한 명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대단한 이야기다” “축하한다” 등 관심 어린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보에는 북한 인권 문제를 새로운 대북 압박 수단으로 쓰겠다는 의도가 깔렸다. 외교 소식통은 “제재 체제를 통한 압박은 이미 최고 수준이고, 남은 분야를 생각할 때 인권은 여러 측면에서 유용한 수단”이라며 “북한이 정상국가라고 주장하는 김정은에게 아픈 부분인 데다 국제사회와 국내에서 지지를 얻기도 쉽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 문제를 거론한 것도 이런 전략적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인권 문제로 북한을 압박하는 데 있어 동맹국의 협력을 구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를 공식 발표에서 제외했다. 남북대화가 진행 중인 만큼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지만, 미국과 확연한 온도 차가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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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겨울올림픽과 관련한 양측의 발표 내용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대화의 모멘텀이 향후 지속돼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했고, 펜스 미 부통령 방한이 이를 위한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백악관 자료에는 대화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청와대는 또 “양 정상은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긴밀히 공조·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100% 한국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한국 국민이 성공적으로 올림픽을 치르기를 기원했다(wish)”고만 했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의 주한 미 대사 내정 철회 등 양국 간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정상 간 통화에서도 다소 차이가 드러난 것이다. 한·미 정상 간 통화 뒤 양국 공식 발표에서 온도 차가 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4일 통화에서 양측은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한·미 연합훈련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지만 북핵 문제에 있어 서로 다른 내용을 발표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은 북한에 대한 최고의 압박 작전을 계속한다”고 밝혔지만, 청와대 발표에는 ‘압박’이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대화 성사를 평가하고 좋은 결과가 나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백악관 발표에는 남북대화라는 표현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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