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2.20 11:43 | 수정 : 2017.12.20 14:09
文대통령 "한미훈련, 평창올림픽 이후로 연기 검토" 美 인터뷰에
틸러슨 "훈련은 예정된 일정따라 수행… 변경 계획 몰라" 파문
靑 "美에 제의했는데 아직 답 못 들었을 뿐… 시진핑과도 협의"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이후로 한·미 연례 합동 군사 훈련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미국 정부에 제안했다”고 밝히자마자, 몇 시간 만에 미국 정부가 '금시초문'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내놨다. 한·미 동맹 간 안보 핵심 이슈에서 엇박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9일(현지 시각) 캐나다 방문 중 가진 기자회견에서 "2018년 동계 올림픽에 앞서 한국·일본과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halt)하려는 어떤 계획도 알지 못한다(not aware of)"고 말했다.
그는 한·미·일 연합 훈련에 대해 "이 훈련들은 수 년간 계속돼 왔고, 예정된 일정에 따라 수행된다"면서 "훈련과 관련해 의외의(surprising) 일은 없으며, 예정된 것을 변경할 계획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거듭 밝혔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중계 주관사인 미 NBC 인터뷰에서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추진한다며 "한·미 양국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앞서 대북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연례 합동 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이런 제안을 이미 했고, 미국도 이를 검토 중"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런 제안을 다룰 핵심 창구 중 하나인 미 국무장관이 '모른다'면서 "훈련은 예정된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부인한 것이다. 틸러슨은 그간 대북 대화를 계속 제안하는 등 트럼프 정부에서 상대적으로 '비둘기파'로 인식된 인물이다. 그런 그가 '대북 화해 제스처와 관계 없이 연합 군사 훈련은 실시해야 한다'는 취지로 문 대통령에 반박하자 파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틸러슨 장관 발언이 전해진 직후 긴급히 내부 보고를 올리며 상황 파악에 분주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한 핵심 관계자는 20일 오전 10시께 기자들과 만나 "한·미 양측에서 이야기는 계속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전달한 건 확실하고, 그와 관련해 미국 내에서 상당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도 맞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아직 답변을 들은 게 없고 기다리는 중"이라며 "미국이 여러 가지 국제 정세를 감안해 판단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훈련 중단을 논의하는 창구가 '청와대와 백악관 라인'이었음을 암시하면서, 틸러슨 장관의 발언에 대해선 "그건 우리가 (경위를) 알 수 없다" "미국 내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청와대로부터 제안을 받은 백악관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라는 중요한 문제를 아직 국무부와 공유조차 않은 것으로 본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 백악관이 틸러슨 장관을 빼고 내부에서만 논의 중이거나, 아니면 한국의 제안을 관계 부처 간에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는 트럼프 대통령이 틸러슨 장관의 입을 통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전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 이날 '문 대통령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를 지난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협의했느냐'는 질문엔 "문 대통령이 먼저 제안했고, 양 정상 간에 '향후 3개월 간의 관리가 중요하다'는 말이 오갔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평창 올림픽이 끝나는 3월까지 한·미 군사훈련을 안 하는 게 좋겠다'고 '승인'했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북한의 도발이 있으면 한·미 연합 훈련은 당연히 연동(돼 실시)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이번 문 대통령의 제의가 '중국에서 제의한 쌍중단(북한의 도발과 한미 군사훈련의 동시 중단) 제의을 수용한 것 아니냐'는 질문엔 "아니다. 올림픽을 평화적으로 치르자는 것에 (잠시 연기하는 정도로) 국한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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