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사진=장규석 워싱턴 특파원) 미국을 방문 중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전에 없던 일정을 바꿔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고 싶다고 먼저 전격 제안했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이날 뉴욕의 한 식당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이에) 문 대통령이 '그럼 나도 가도 되겠냐'고 물었고, 다음날 문 대통령이 먼저 DMZ에 가 있는데 하필이면 안개가 짙게 껴서 트럼프 대통령이 타고 이륙한 헬기가 안타깝게도 되돌아왔다"고 전했다.
추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8일 한미 정상의 DMZ 공동 방문이 무산된 이후 청와대가 "문 대통령이 먼저 트럼프 대통령에게 DMZ 방문을 제안했다"고 밝힌 것과는 상반된다.
추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DMZ 방문 무산 이후) 국회 연설을 잘 마친 뒤에도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DMZ을 꼭 가보고 싶었다'고 아쉬워했다"고도 말했다.
추 대표의 이런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이 발생하면 30Km 이내에 2500만명이 모여사는 동맹국이 위험해진다는 한반도의 현 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하지만 DMZ 방문을 누가 먼저 제안했는냐를 놓고 청와대가 밝힌 내용과 차이가 있어 주목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추 대표의 뉴욕 발언이 알려진 뒤에도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DMZ 방문은 문 대통령이 먼저 제안한 게 맞다"며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당시 정치권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 돌발 제안에, 문 대통령이 일종의 '고육책'으로서 동행을 수정 제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코 앞에서 북한 정권을 향해 거친 말을 쏟아낼 경우, 한반도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청와대의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에서였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DMZ 방문 무산 이후 국회연설에서 북한 정권을 향해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할아버지가 그리던 낙원이 아니고 그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이라거나 "북한은 미국을 과거의 유약한 행정부로 해석했는데 이는 치명적인 오류가 될 것"이라고 고강도의 비난과 경고를 쏟아냈다.
그는 국회연설 직전 멜라니아 여사와 존 켈리 비서실장 등 참모진 1~2명만 배석한 채 10여분간 원고를 고쳤고, 원고 분량은 예정보다 10여분 늘어났다. DMZ에서 하고자 했던 내용을 추가했다는 추정이 유력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연설에서 다소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기는 했어도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꼬마 로켓맨',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하는 등의 지나치게 도발적인 표현은 자제했다.
DMZ 방문은 무산됐지만 헬기를 타고 서울 상공을 돌아보면서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남북간 군사대치 지점이 서울에서 훨씬 가깝고 전면전 발생시 미군도 상당한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점 등을 체감했기 때문이라는 게 추 대표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