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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Aug 201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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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터키 수교 60주년 기념 '아나톨리아 오디세이']

"고구려 신무기 투르크에 전파, 돌궐 제국 수립의 원동력 돼"
韓측 고대 한·터 관계 발표에 터키 전문가들 큰 관심 쏟아
"양국 미래 인문학적 초석 마련"


"지금 '형제의 나라'로 여겨지는 한국과 터키의 관계는 67년 전 6·25전쟁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양국 관계는 고조선과 흉노가 교류한 2000여년 전으로 올라갑니다."

강인욱 경희대 교수(고고학)의 발표를 듣던 터키 참석자들이 눈을 치켜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23일 터키 중북부 도시 초룸에서 열린 한국과 터키의 문화·학술 교류행사 '아나톨리아 오디세이'의 라운드테이블 회의에서였다. 강 교수의 발표문 '고고학적 자료로 본 고구려와 투르크의 관계'는 '터키 민족 형성 과정에 고구려의 선진 기술이 큰 역할을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고구려 신무기가 투르크 제국 수립의 원동력"

서기 4~6세기 유라시아 초원을 무대로 삼았던 유연(柔然) 제국은 고구려와 협력해 중국 남북조시대의 북위(北魏)에 대항하고 있었다. 유연에 복속돼 있던 투르크인의 선조 집단 아사나(阿史那)는 철제 무기의 생산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서기 5세기 말 이들이 살던 알타이 무덤에서 고구려식 철제 등자(鐙子)가 나왔다.

한국·터키 수교 60주년 ‘아나톨리아 오디세이’ 탐방단이 방문한 터키 데니즐리의 라오디게아 유적. 헬레니즘 시대의 도시로 요한계시록의 7교회 중 하나가 있던 곳이다. /연합뉴스
고구려에서 이미 4세기에 등장하는 이 마구(馬具)는 철갑으로 무장한 기마병의 무게를 지탱하는 동시에 두 손을 자유롭게 해 전투력을 신장시켰다. 강 교수는 "등자와 함께 고구려의 여러 신무기가 투르크에 전파됐을 것이며, 이는 투르크가 552년 유연을 무너뜨리고 돌궐(突厥·투르크) 제국을 세울 수 있었던 하나의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훗날 돌궐 제국의 후손들은 서쪽으로 이주해 현 터키공화국의 전신인 오스만 투르크 제국을 세운다.

◇"한국·터키, 고대 세계 문화공동체"

21일 터키 중부 도시 코니아에서 열린 라운드테이블 회의에서는 조법종 우석대 교수(한국고대사)가 '고구려의 비석 문화가 돌궐에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앞면과 뒷면 2개 면에 글씨를 새기는 중국 비석과는 달리 서기 5세기 고구려의 광개토대왕비는 돌기둥 4면에 글씨를 새기는 '4면비'의 형태였는데, 이 같은 형태의 비석이 8세기 돌궐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조 교수는 "'구당서'에는 668년 고구려 멸망 이후 유민 일부가 돌궐에 유입됐다는 기록이 있다"며 "고대 세계에서 한국과 터키가 깊은 유대 관계를 지닌 문화공동체였다는 의미"라고 했다.

고대 히타이트 유적인 보아즈칼레 하투샤의 ‘사자의 문’을 한국 탐방단이 지나고 있다. /유석재 기자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터키 전문가들은 한국 측 발표에 큰 관심을 보였다. 강 교수의 발표를 들은 뷜레트 아르칸 이스탄불기술대 교수(고고학)는 "한국과 터키의 역사적 관계가 유라시아 대륙에서 그렇게 오래전부터 이뤄졌는지는 자세히 몰랐는데 무척 흥미롭다"고 했다. 조 교수의 발표가 끝나자 한 터키 참석자는 "고구려가 언제 어디에 있었던 국가냐"고 질문하며 관심을 보였고 한국 학자들은 "코리아(Korea)란 말의 기원이 된 한국 고대 국가"라고 설명했다.

◇"한국·터키 관계의 인문학적 초석"

'아나톨리아 오디세이'는 한국·터키 수교 60주년을 맞아 주(駐)터키 한국대사관(대사 조윤수)과 터키 문화관광부가 한국의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진행한 행사다. 아나톨리아는 현재 터키 영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도 지역이다. 지난 16일부터 25일까지 차탈회이위크(신석기), 보아즈칼레(히타이트), 히사를르크테페(트로이), 페르가몬·라오디게아(헬레니즘), 에페스(로마), 카파도키아(비잔틴), 코니아(셀주크 투르크) 등 터키 전역의 역사유적을 답사하고 라운드테이블 학술회의를 가졌다.

한국 탐방단은 김형오 전 국회의장,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등 26명이었고, 이안 호더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차탈회이위크), 뤼슬렘 아슬란 터키 차나칼레 3·18대 교수(히사를르크테페) 등 현지 유적 발굴을 맡았던 석학들도 참여했다. 국영방송 TRT와 일간지 사바흐, 통신사 아나돌루 아잔스 등 터키 언론은 행사를 취재해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이희수 교수는 "동서의 인류 문명이 집약된 터키 유적을 우리 전문가들이 답사한 것은 양국의 미래에 인문학적 초석을 놓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앙카라=유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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