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으로 책 읽지 마세요. 시간 낭비일 수 있습니다.

물론 책을 읽지 말라고 하더라도 TPO, 그러니까 시간 · 장소 · 상황을 가려가며 휴대폰으로 읽는 것이 유리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데스크탑이나 태블릿 내지는 실물 서적이 옆에 있는데도 편의성의 유혹에 넘어가서 휴대폰으로 텍스트를 읽게 되는 건 되도록 피하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제 얘기이기도 합니다만, 스마트폰 보급 이후로 전자책을 읽거나, 트위터를 할 때 ‘어? 뭔가 예전보다 시간이 더 걸리지 않나?'하는 상대적인 비효율성을 체감하신 분들이 계실 겁니다.

오늘은 정말로 그런지 한번 관련 논문을 찾아봤습니다.

“……스크린상에서 텍스트 가독성에 대해 이미 많은 연구가 있었다. Duchnicky와 Kolere(l983)는 제시되는 텍스트의 행당 문자수(CPL: characters per line), 행폭, 행수에 따른 가독성의 차이에 대해 연구하였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행당문자 수가 40인 경우와 80문자인 경우를 비교하였을 때 후자가 전자에 비해 총독서시간이 30%가량 단축된다는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문자에 대한 이해도 평가에서는 유의차가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행폭을 전체화면(187mm, 78자의 M자가 들어가는 폭), 2/3너비 화면(125mm, 52자의 M자가 들어가는 폭), 1/3너비 화면(62mm, 26자의 M자가 들어가는 폭) 등 3종류를 제시하고 독서시간을 측정한 결과 1/3너비 화면에 비해 전체화면의 경우 28% 가량의 독서시간 단축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2/3너비 화면에 비해 전체화면의 독서속도가 빨랐으나 유의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를 근거로 행폭이 넓을수록 독서수행도가 향상될 수 있음을 주장했다.” (김연지, 「모바일 정보기기의 소지용이성과 텍스트 가독성을 최적화하기 위한 형태적 특성」, 2006.)

역시나 그렇습니다. 이해도는 동일한데도 30%씩이나 소요 시간차가 있네요.

더구나 여기에는 행폭이 넓어질수록 전체 레이아웃의 파악이 용이해지고, 그에 따라 빠른 서치 앤 스킵이 가능해진다는 사실이 언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 행폭이 넓어질수록 무조건 텍스트를 읽기에 좋을까요? 물론 그렇지는 않습니다.

“……한글의 경우 신종현과 박민용(2002)의 연구가 있다. 신종현 등의 연구에서 한 행당 문자수가 각각 10자, 30자, 50자인 세 가지 조건을 비교하여 가독성을 측정한 결과 50자일 때 최적의 수행도를 발견했으나 주관적 만족도 평가 결과에서는 30자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보였다. 연구를 통해 행 너비를 너무 짧게 하면 가독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행당 문자수는 적어도 30자 이상으로 웹 문서를 작성해야 만족할 만한 가독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 로마자의 경우 주관적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결과는 55CPL)

국문으로 1행당 30자면 일반적인 단행본의 행당 자수와 같습니다.

그에 비해서 모바일로 텍스트를 접하게 되면 보통은 10여자 남짓입니다. 길어도 20자 정도죠.

결국 휴대폰으로 텍스트를 읽다보면 터무니없이 많은 시간 자원이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외부 이동을 하면서 틈틈이 텍스트를 보는 상황에서야 휴대폰으로 책을 읽고 웹서핑을 하는 것이 나쁠 리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기기의 스크린으로 텍스트 소비가 가능한 상황이라면, 의식적으로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여러분의 자원 낭비를 막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