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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Aug 2017 19:40

[동서남북] "이제 와 다들 독립투사처럼 설치는군요"

입력 : 2017.08.09 03:15

영화 '군함도' 善惡 흑백 구도… 분노와 응징으로 흥행 몰이
연극 '1945'는 화해에 주목… 적과 나의 이분법은 폭력일 뿐

김윤덕 문화부 차장
김윤덕 문화부 차장
류승완 감독은 억울할 만했다. 일제 강제징용 역사를 다룬 '군함도'가 친일 영화라 비난받은 것 말이다. 감독은 "그렇다고 '국뽕 영화'도 아니다"고 했지만, 군함도는 뼛속까지 애국 영화요 반일 영화다. 수백 미터 지하 막장에서 꽃 한번 피워보지 못하고 죽어간 열다섯 살 소년의 절규에 울분 삼키지 않을 관객 있을까.

오히려 머리를 갸웃거리게 한 건 류 감독의 '이분법' 발언이다. "일제라는 시대 배경을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접근해 관객을 자극하고 싶지 않았다"는 대목이다. 한데 영화는 에누리 없는 흑백 구도다. 일본인은 여자들까지 악랄하게 그려지고, 조선인 또한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으로 쪼개진다. 악에 속한 이들을 영화는 단호히 처단한다. 일장기를 찢고, 광업소장의 목을 날리고, 친일(親日)한 민족주의자를 총살한다. 악을 응징하기 위해 허구로 등장한 독립투사 송중기가 람보처럼 스크린을 누비는 장면, 촛불 시위를 오마주했다는 갱내 집회 신(scene)은 '평점 테러'의 빌미가 됐다. 참혹한 역사 공간을 액션 세트장으로 활용했다는 혹평까지 나온 건 분노와 응징의 구도로 흥행을 도모하려는 '천만 기획 영화'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 거부감이 쌓인 결과다.

태평양전쟁이란 배경을 다뤘지만 '군함도'와 상반된 평가를 받은 작품이 있다. 지난달 명동예술극장에서 초연돼 호평을 받은 '1945'다. 친일과 반일, 부역과 저항 '사이'에서 부유(浮游)하며 살아야 했던 광복(光復) 전후 조선인들을 그렸다. 일본 패전 소식을 듣고 조선 고향땅으로 돌아가려고 만주 구제소에 몰려든 사람들. 그중엔 위안소를 탈출한 명숙과 미숙이 있고, "나도 좀 살아야겠으니 모른 척해달라" 애원하는 위안소 포주와 그녀를 사랑하게 된 한량, 아이들을 일부러 일본인 소학교에 보낸 구제소 반장까지 여러 군상이 섞여 있다.
영화 '군함도'의 한 장면(왼쪽)과 연극 '1945' 포스터.
고대했던 신의주행 열차 탑승을 목전에 두고 극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명숙과 미숙이 위안부였고, 미숙은 미즈코란 이름의 일본인이었다는 사실이 들통 나면서다. 두 여자를 절대 열차에 태워선 안 된다는 모두에게 맞서 한 청년이 호소한다. "힘든 시절엔 자기만 살겠다고 고개 돌려 놓고선 이제 와 다들 독립투사라도 된 것처럼 설치는군요. 우린 모두 고통을 겪었어요. 더러운 진창, 지옥을 건너왔다고요. 다들 그을리고 때에 전 건 마찬가지. 서로 씻겨줘야죠. 지옥에서 건져내야죠." 작가 배삼식은 "모두가 살기 위해 발버둥쳤던 시절이다. 절대 선한 사람, 절대 나쁜 사람이란 없다. 적과 나를 가르는 게 논리와 이성이라는 껍질만 썼을 뿐 결국은 폭력성과 맞물리는 거였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군함도'와 '1945'엔 공통으로 나오는 대사가 있다. "누가 조선 종자 아니랄까봐." 나라 없는 설움도 힘든데 모였다 하면 편 갈라 싸우고 으르렁대는 모습을 조선인 스스로 조롱하는 장면이다. 지난 겨울 광화문 시위를 목격한 폴란드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거장 보디츠코도 물었다. "촛불이나 태극기 모두 민주주의를, 나라를 위한다고 외치면서 왜 정작 두 집단끼리는 바리케이드를 치고 서로 경멸하며 소통하지 않는가?"

연극 '1945'의 백미는 떡 팔아 고향 갈 여비를 마련할 요량으로 구제소 조선인들이 너나없이 힘 모아 방아를 찧으며 평화로웠던 시절을 노래하는 장면이다. 역사학자 신채호는 대세를 좇아 우우 몰려다니며 남 탓만 하는 한민족의 노예 근성을 질타했지만, 동시에 우리는 지지리 곤궁한 중에도 이웃과 떡을 찧어 한 쪽이라도 나눠 먹던 백의민족이었다. 다분히 감상적인 장면인데도 객석이 눈물바다가 된 건, 우리의 오늘이 그때만큼 암울해서일까. 북핵 위기가 극단으로 치닫는 누란(累卵)의 와중에도 편 가르기와 응징에 여념이 없는 위정자들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인물정보]
류승완 감독·강혜정 대표, 영화계 각종 협회 탈퇴
강병무(8877****)
2017.08.1011:16:43신고 | 삭제
조선은 윤덕씨, 동아는 순덕씨가 있어 천만다행입니다 글다운 글을 쓰니까요 . 건투하세요.!!! 멀리서 보고 있어요
김충환(kch****)
2017.08.1008:08:47신고 | 삭제
전지전능하신 분이 대통령으로 왔는데 나라는 왜 이리도 더 어렵게 가나.. 목사들이 교회에서 새벽마다 간절히 기도를 하는데 세상은 왜 점점 더 악해져 가는가.
황인철(to****)
2017.08.1005:10:58신고 | 삭제
김윤역 차장님 항상 의미 있는 글 쓰기, 우리 자신을 다시 새겨보개 합니다. 국가나 국민 의식이 없어 부평초처럼 흔들리고, 흔들어대는족속이어 슬프네요.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데 역사가 없어요.
허선무(hsm51****)
2017.08.1002:49:54신고 | 삭제
과거지사만 가지고 울거 먹어라!나라 잘될 일이다!!!???
황보경(mjpr****)
모바일에서 작성2017.08.1000:36:35신고 | 삭제
독립투사들이 설치다니요? "독립 투사라도 되었던양 설치는군요"가 적당한 표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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