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상영된 ‘군함도의 진실’ 홍보 영상. [사진 유튜브 캡처]
해당 사진은 탄광 안에서 옆으로 누워 탄을 캐는 광부를 촬영한 것이다. 영상물에선 ‘군함도의 진짜 이름은 지옥섬’이란 내용 앞에 “120명이 사망했다”는 문구와 함께 배치됐다. 그런데 사진 속 인물은 강제징용된 조선인이 아닌 일본인으로 파악됐다. 장소도 군함도 해저 탄광이 아니다.
영상물 제작과 홍보를 주도했던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본지 취재 과정에서 “철저하게 검증을 못해 본의 아니게 실수했다”고 관련 사실을 시인했다.
영상물에 쓰인 광부 사진. 사진 속 인물은 강제 징용된 조선인이 아니라 일본인으로 파악됐다. [중앙포토]
이 사진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은 1990년대 초반으로 보인다. 일본 교토(京都)에 있는 조계종 재일본총본산 고려사(高麗寺)에서 1990년 펴낸 국문 사진자료집 『강제징용 “조선 사람은 이렇게 잡혀갔다”』에 사진이 실린 이후 줄곧 인용돼왔다.
서 교수 역시 이 사진자료집을 재인용한 『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이란 책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책의 해당 사진 설명에는 ‘하시마’ ‘조선인’ 등과 관련한 언급이 없다. 다만 “갱 안에서 누워서 탄을 캐는 모습”이라고만 설명돼 있다. 출처인 고려사 사진자료집의 해당 면을 확인한 결과 사진 속 인물이나 장소에 대한 설명 없이 “탄 캐는 작업은 15분만 해도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는 등 상황만 짧게 묘사돼 있었다.
서 교수는 “군함도와 관련한 방송과 기사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등장하는 이 사진 속 인물이 일본인 광부라는 것을 나도 이번에 알았다”면서 “타임스스퀘어 광고는 이미 내려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유튜브에 올린 영상은 해당 사진을 빼고 재편집해 올리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자료를 사용할 경우 본래 취지와 달리 일본 극우 세력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일본 우익은 이런 사례를 활용해 한국 측 주장이 민족 감정을 기반으로 날조한 것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극우 세력인 일본의 넷우익 사이에선 관련 내용이 널리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일제에 의한 강제동원 자료사진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 생존자의 증언과 문헌자료 등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증거가 많다”고 강조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