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넌 그린 美전략국제문제硏 인권이니셔티브 소장
섀넌 그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인권이니셔티브 소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충격을 받아 정치 활동에 참여하는 계층이 10∼20배 이상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도널드 트럼프는 오랜 동맹국보다 힘을 과시하는 권위주의 성향의 ‘스트롱맨(Strong man)’ 리더들과 어울리는 걸 편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과는 좋은 궁합이 아닐 수 있습니다.”
섀넌 그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인권이니셔티브 소장이 ‘2017 서울인권콘퍼런스’(한국연구재단·SKK인권포럼 주최) 참석차 방한해 5월 30일 고려대에서 본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중도 성향의 CSIS는 브루킹스연구소, 헤리티지재단과 함께 워싱턴에서 유력한 싱크탱크의 하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위원을 지낸 그는 “트럼프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외교정책에서 분리시키고 있다”며 “사업만 함께 할 수 있다면 인권을 무시하는 국가라도 상관없다는 입장”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는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필리핀, 터키 지도자들과 교감을 나누고 있는 반면 인권을 중시해 온 전통적인 동맹국 리더들과 부드럽지 못한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같은 중요한 동맹국 지도자가 ‘미국을 믿을 수 없다’고 하는 건 매우 우려스러운 현실입니다.”
그는 6월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트럼프는 모든 걸 ‘거래’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문 대통령이 그런 대화에 익숙한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는 ‘민주주의 가치’와 같은 얘기에 대해선 매력을 못 느낄 것”이라며 “트럼프를 칭찬해 주거나 공통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이중잣대가 나타나는 건 미국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오바마나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이었다면 무시했을 내용인데도 트럼프를 공격합니다. 공화당 지지자들도 이메일 스캔들로 힐러리 클린턴을 그렇게 공격하더니 트럼프가 적국과 기밀을 공유했을 땐 눈을 감고 있습니다. 비판의 잣대를 들이댈 때는 스스로 공평한가를 끝없이 자문하지 않으면 정파적 정치에 휩쓸리게 됩니다.”
그는 인터뷰 중 한국에서 정치인에 대한 ‘문자폭탄’이 직접민주주의의 한 표현 방식이라는 주장이 있다고 하자 “정말인가?”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에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의원들을 압박하는 형태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SNS가 좋은 소통의 통로가 될 수 있지만 학대와 협박의 창구로 변질될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계층이 전체의 뜻을 대변하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번 포럼에서 그가 발표한 주제는 ‘극우 포퓰리즘과 극단주의, 권위주의 확산’이다. 그는 극우 포퓰리즘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기저에는 경제·사회·문화적 불만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서는 스트롱맨의 딸(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패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며 매주 100만 명에 이르는 시민이 시위를 벌여도 체포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극우 성향으로 물들어가는 세계 흐름과 반대로 가는 나라도 있다는 좋은 예시였죠.”
이지훈 easyhoon@donga.com·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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