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코너] 위장전입이 무슨 자랑거리라고…

"나도 위장전입자다."

최근 트위터와 페이스북, 다음 카페 등 인터넷 사이트에는 자신이 주민등록법을 위반했다는 사람들의 '고백'이 쏟아지고 있다. "나도 대학 때 기숙사에 살며 주소지를 바꾸지 않았다"며 "야당은 투기 목적도 아닌 위장전입을 물고 늘어지려면 나부터 잡아가라"는 글도 올라왔다. 위장전입 논란에 휘말린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직자 후보들을 옹호하는 내용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층을 중심으로 하는 '위장전입 고백'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주택을 살 때 취득세를 내지 않으려고 매입하려는 건물로 주소지를 이전한 적이 있다"고 적었다. 또 한 네티즌은 "공무원시험 준비할 때 채용 인원이 많은 지역의 주소로 위장전입하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강남 8학군에 있는 학교에 보내기 위해 아이의 주소지를 바꾸는 게 부모의 마음 아니겠느냐"고 주장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나도 모르게 위장전입을 해본 국민이 전체의 99%일 것"이라며 "부동산 투기를 위한 악의적 위장전입이 아니라면 봐줘야 한다"는 글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명백한 범법행위에 해당한다. 현행법상 위장전입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구청과 경찰에 따르면 인터넷에 위장전입을 고백한 내용 역시 처벌 대상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게시글의 양이 워낙 방대해서 특정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고발자가 없을 경우 실제 처벌이 이뤄지기는 어렵지만, 넓은 의미에서 처벌 대상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옹호론자들은 "주민등록법 자체가 악법이다"라며 "이참에 주민등록법을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펼쳤다. 한 네티즌은 "국민이 어디에 사는지 국가가 알고자 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사상과 자유를 억압하는 주민등록법도 청산돼야 할 적폐"라고 했다.

이런 '위장전입 고백'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있다. 회사원 장모(31)씨는 "회사에서도 일부 사람이 위장전입 경험을 무용담처럼 얘기한다"며 "대통령 지지 여부를 떠나서 불법 행위를 자랑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실수로 위장전입을 한 사람까지 전부 매도할 수는 없지만, 이를 악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