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몽키하우스와 비밀의 방’ 방송을 계기로 ‘미군 위안부’ 문제가 재조명됐다. 기지촌 여성 이슈를 다룬 한겨레 카드뉴스.
근거 없는 성병 감염자 강제수용은 ‘위법행위’ 판단
“피해자 57명에 500만원씩 배상” 판결
“기지촌 설치·관리가 불법” 주장은 수용 안해
“피해자 57명에 500만원씩 배상” 판결
“기지촌 설치·관리가 불법” 주장은 수용 안해
국가가 미군 기지촌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국가가 성병 관리를 위해 이들을 격리시설에 강제수용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전지원)는 20일 이아무개씨 등 기지촌 ‘위안부’ 피해자 120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가 피해자 57명에 대해 500만원씩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국가가 법적 근거 없이 성병에 감염되거나 감염자로 지목된 피해자들을 ‘낙검자 수용소’에 강제 격리수용해 치료한 것은 불법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수용된 ‘위안부’들은 완치 판정을 받을 때까지 수용소 밖으로 나갈 수 없었으며, 임의로 수용소를 탈출하려고 시도하다가 부상을 입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페니실린 쇼크로 인한 부작용에 시달리거나 사망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법원은 또 5년의 소멸시효가 완료됐다는 국가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멸시효는 일정 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그 사용을 제한하는 제도로, 국가는 미군 ‘위안부’의 국가배상 소멸시효가 종료됐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법원은 “권위주의 통치시대와 당시 미군 위안부 등에 대해 폐쇄적이었던 국민정서, 남성중심적이고 가부장적으로 형성됐던 사회문화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들이) 권리를 방치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정리했다. 또 “국가 권력기관의 국민에 대한 불법수용 등 가혹행위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위법행위”라고 판단했다. 격리수용의 대상이 되는 전염병을 명시한 시행규칙이 제정된 1977년 8월 이전에 격리수용된 ‘위안부’ 피해자들 57명에 대한 국가의 배상책임이 인정된 것이다.
다만 법원은 “국가가 성매매가 용이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기지촌을 조성한 것은 위법하다”는 피해자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자신의 의지로는 기지촌 내 성매매를 시작하지 않거나 그만두지 못할 정도의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또 “정부가 ‘정화운동’ 등을 펼쳐 기지촌 성매매를 관리한 것은 불법행위”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같은 지침은 성매매 관련자들에 대한 성병검진·치료 등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걸로 보인다”고도 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