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신: 17일 오후 11시] 진보진영 '전국투쟁위' 구성 공동대응 나서
손배·가압류 등 노동탄압에 항거해 故 김주익 한진중공업 지회장이 고공농성 중 목을 매 자살한 사건과 관련해 진보진영이 공동대응에 나섰다.
민중연대·민주노총·민주노동당 등 진보진영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악질 한진자본과 노무현 정권 노동탄압에 항거한 한진중공업 김주익 노동해방열사 전국투쟁위원회'(전국투쟁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앞서 민주노총은 금속노조·금속산업연맹·민주노총 부산본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17일 저녁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이번 사건은 한진재벌과 노무현 정권의 노동탄압이 부른 참극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전국의 노동·사회단체·진보정당이 공동으로 강력히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전국투쟁위 공동대표는 민중연대 정광훈 상임대표·오종렬 홍근수 공동대표·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가 맡고, 부대표는 민주노총 신승철 부위원장·백순환 금속산업연맹 위원장·정의헌 부산본부장이, 집행위원장은 김창한 금속노조 위원장이 각각 맡기로 했다.
전국투쟁위는 노무현 정권의 '반노동자' 정책과 한진재벌의 탄압이 고 김 지회장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점을 확인하고, △노동탄압정책 중단 △손배·가압류·구속수배 해제 △부당노동행위 중단 등을 투쟁방향으로 잡았다.
전국투쟁위는 이와 관련해 대정부·한진재벌에 대한 요구사항을 18일 오전 10시 한진중공업 사내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전국투쟁위는 매일 저녁 7시 같은 장소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오는 22일 오후 부산에서 대규모 추모집회를 열 계획이다. [박종모 기자]
[3신: 17일 오후 8시] "투쟁 승리할 때까지 나의 무덤은 크레인"‥대책위, 사태 해결까지 고인 뜻따라 시신 그 자리에 두기로
이날 오후 3시 반 한진중공업 사내에서 故 김주익 지회장의 비보를 듣고 집결한 지역 노동자들과 지회 조합원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인을 추모하고 한진재벌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금속노조는 이날 '한진중공업 관련 긴급지침'을 통해 "18일 오후 4시 전 지부 집행간부들과 지회간부들은 집결해, 19일까지 시신사수투쟁과 규탄집회를 전개할 것"을 시달했다.
민주노총은 김창한 금속노조 위원장을 집행위원장으로 하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한진재벌이 노동탄압을 중단하고 사과할 때까지 시신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이번 사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시신을 그 자리에 두기로 한 것과 관련해 故 김주익 지회장의 부인 박승희(36)씨 등 유가족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오전 사건현장에서 경찰공의의 검시를 마쳤으며, 검찰도 이날 오후 검시를 마쳤다.
지회 조합원 20여명은 사건현장인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을 지키고 있으며, 오후 8시 현재 지역 노동자들이 속속 집결, 2천여명의 노동자들이 규탄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대책위는 조금 전 대책회의를 시작해 향후 투쟁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책위는 내일(18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한진중공업 사측은 당분간 조업을 중단하고 비상대책위를 구성, 사태수습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노조에 따르며 한진중공업 노사 실무교섭 과정에서 사측이 "지난 7월 22일 전면파업 이후에 손해가 3백억 정도라며, 노조에게 이에 대한 책임추궁까지 하겠다"고 밝혀, 지회를 심하게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종모 기자]
△이날 故 김주익 지회장 추모·한진중공업 규탄 집회에서, 고인의 유서가 낭독되는 순간 집회장은 울음바다가 되었다. [금속노조]
[2신: 17일 오후 3시] "나 한사람 죽어서 많은 동지들 살릴 수 있다면"‥故 김주익 지회장 유서 2통 남겨
고공시위 중 크레인에 목을 매 숨진 故 김주익 지회장이 남긴 유서 2통이 발견됐다. 유서는 추석을 이틀 앞둔 지난 9월 9일과 10월 4일에 각각 A4용지 3장, 1장 분량으로 쓰여져, 故 김주익 지회장이 이미 오래전부터 죽음을 결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9월 9일자 유서에서 故 김 지회장은 "크레인 위로 올라온 지 벌써 90여일, 조합원 동지들의 전면파업이 50일이 되었건만, 회사는 교섭 한번 하지않고 있다. 이번 기회에 노동조합을 말살하고, 노동조합에 협조적인 조합원의 씨를 말리려고 작심을 한 모양이다."라며, 사측의 노조탄압에 분노를 드러냈다.
"1년 당기 순이익의 1.5배·2.5배를 주주들에게 배상하는 경영진들, 그러면서 노동자들에게 회사가 어렵다고 임금동결을 강요하는 경영진들. 그토록 어렵다는 회사의 회장은 얼마인지도 알 수 없는 거액의 연봉에다 50억원 정도의 배상금까지 챙겨가고 또 1년에 3천5백억원의 부채까지 갚는다고 한다. 이러한 회사에서 강요하는 임금동결을 어느 노동조합, 어느 조합원이 받아들이겠는가?"
"회사에 들어온 지 만21년, 그런데 한달 기본급 105만원, 그중 세금 등을 공제하고 나면 남는 것은 8십몇만원, 근속년수가 많아질수록 생활이 조금씩이라도 나아져야 할텐데, 햇수가 더할수록 더욱더 쪼들리고 앞날이 막막한데, 이놈의 보수언론들은 입만 열면 노동조합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난리니, 노동자는 다 굶어 죽어야 한단 말인가."
故 김 지회장은 "나 한사람 죽어서 많은 동지들을 살릴 수가 있다면 그 길을 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사람은 태어나면 죽는 것, 40년의 인생이었지만 남들보다 조금 빨리 가는 것일 뿐, 결코 후회는 하지 않는다."며, 죽음을 각오한 심경을 전했다.
10월 4일자 유서에서 故 김 지회장은 "회사의 경영진들은 우리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인간 대우를 해달라는 요구를 끝내 거부하고 말았다. 일이 있더라도 이 투쟁은 계속 되어야 하고, 반드시 승리해야한다. 그래야 노동조합을 사수할 수 있고, 우리 모두의 생존권도 지킬 수 있다."며, 가족과 조합원들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박종모 기자]
△故 김 지회장은 추석을 이틀 앞둔 지난 9월 9일과 10월 4일에 각각 A4용지 3장(위, 아래 왼쪽), 1장(아래 오른쪽) 분량의 유서 2통을 남겼다.
故 김 지회장이 남긴 유서 하나
오랜만에 맑고 구름없는 밤이구나.
내일 모레가 추석이라고 달은 벌써 만월이 다 되어가는데, 내가 85호기 크레인 위로 올라온 지 벌써 90여일, 조합원 동지들의 전면파업이 50일이 되었건만 회사는 교섭 한번 하지 않고 있다. 아예 이번 기회에 노동조합을 말살하고 노동조합에 협조적인 조합원의 씨를 말리려고 작심을 한 모양이다.
노동자가 한사람의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나라, 그런데도 자본가들과 썩어빠진 정치꾼들은 강성노조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아우성이다.
1년 당기 순이익의 1.5배, 2.5배를 주주들에게 배상하는 경영진들, 그러면서 노동자들에게 회사가 어렵다고 임금동결을 강요하는 경영진들.
그토록 어렵다는 회사의 회장은 얼마인지도 알 수 없는 거액의 연봉에다 50억원 정도의 배상금까지 챙겨가고 또 1년에 3천5백억원의 부채까지 갚는다고 한다.
이러한 회사에서 강요하는 임금동결을 어느 노동조합, 어느 조합원이 받아들이겠는가?
이 회사에 들어온 지 만21년, 그런데 한달 기본급 105만원, 그중 세금 등을 공제하고 나면 남는 것은 8십몇만원, 근속년수가 많아질수록 생활이 조금씩이라도 나아져야 할텐데, 햇수가 더할수록 더욱더 쪼들리고 앞날이 막막한데, 이놈의 보수언론들은 입만 열면 노동조합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난리니 노동자는 다 굶어죽어야 한단 말인가.
이번 투쟁에서 우리가 패배한다면 어차피 나를 포함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 한사람 죽어서 많은 동지들을 살릴 수가 있다면 그 길을 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경영진들은 지금 자신들이 빼어든 칼에 묻힐 피를 원하는 것 같다. 그래 당신들이 나의 목숨을 원한다면 기꺼이 제물로 바치겠다. 하지만 이 투쟁은 반드시 승리해야만 한다.
잘못은 자신들이 저질러놓고 적반하장으로 우리들에게 손해배상 가압류에 고소고발에 구속에 해고까지 노동조합을 식물노조로 노동자를 식물인간으로 만들려는 노무정책을 이 투쟁을 통해서 바꿔내지 못하면 우리 모두는 벼랑 아래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더라도 승리할 때까지 이번 투쟁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부족한 나를 믿고 함께 해준 모든 동지들에게 고맙고 또 미안할 따름이다. 그렇지만 사람은 태어나면 죽는 것, 40년의 인생이었지만 남들보다 조금빨리 가는 것뿐. 결코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리고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무엇하나 해준 것도 없는데 이렇게 헤어지게 되어서 무어라 할말이 없다. 아이들에게 힐리스인지 뭔지를 집에 가면 사주겠다고 크레인에 올라온지 며칠 안되어서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조차 지키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준엽아, 혜민아, 준하야, 아빠가 마지막으로 불러보고 적어보는 이름이구나. 부디 건강하게 잘 자라주기 바란다.
그리고 여보, 결혼한지 십년이 넘어서야 불러보는 처음이자 마지막 호칭이 되었네. 그동안 시킨 고생이 모자라서 더 큰 고생을 남기고 가게 되어서 미안해.하지만 당신은 강한데가 있는 사람이라서 잘 해주리라 믿어. 그래서 조금은 편안히 갈 수있을 것 같애. 이제 저 높은 곳에 올라가면 먼저 가신 부모님과 막내 누나를 만날 수 있을꺼야. 그럼 모두 안녕.
2003년 9월 9일
김 주 익
故 김 지회장이 남긴 유서 둘
조합원 동지 여러분!
회사의 경영진들은 우리 노동자들을 최소한의 인간 대우를 해달라는 요구를 끝내 거부하고 말았습니다.
대의원 이상 간부동지들. 그리고 조합원 동지 여러분.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 투쟁은 계속 되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승리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노동조합을 사수할 수 있고 우리 모두의 생존권도 지켜질 수 있습니다.
동지들
나의 죽음의 형태가 어떠하든 간에 나의 주검이 있을 곳은 85호기 크레인입니다.
이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나의 무덤은 크레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죽어서라도 투쟁의 광장을 지킬 것이며 조합원의 승리를 지킬 것입니다.
10. 4.
김 주 익
△故 김주익 지회장 [금속노조]
[1신: 17일 오전 11시] 사측, 노조간부 구속·징계·손배가압류·교섭회피 등 노조탄압 일관
"회사는 도대체 나아진 게 없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오직 노조를 깨겠다는 일념으로 상식이 통하지 않는 행동만 하고 있습니다."
35미터 높이 크레인에서 129일째 고공농성을 벌이던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김주익 지회장이 오늘 오전 8시50분께 목매 숨진 채 발견됐다. 기간 한진중공업 사측은 노조간부 구속, 징계에서 손해배상청구·가압류, 교섭회피까지 악랄한 노조탄압정책으로 일관해왔다. 이에 김주익 지회장은 사측과 임단협이 해결될 때까지 129일동안 고공농성을 진행해왔던 것이다.
한진중공업 노조 간부들에 따르면 매일 8시에 진행되던 집회를 크레인 위에서 지켜보던 김주익 지회장이 보이지 않아 이상한 생각이 들어 올라가 보니, 식사를 나르던 밧줄에 목을 맨 채 숨져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현장감식을 통해 자살로 추정하고 있으며,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신을 수습할 예정이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에 매출목표를 초과해 수백억 원의 흑자를 낸 것은 물론, 올해도 2월말을 기준으로 올해 1년 치 목표량이었던 9억 달러를 훨씬 초과한 12억 달러 어치의 수주실적을 기록했지만 임단협에 줄곳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며, 오히려 노조에 적극적인 조합원을 대상으로 일방적인 교육명령을 내리는가 하면 무급휴가 사용을 강요하는 등 노조탄압에 앞장서왔다.
김주익 지회장은 크레인 고공농성을 시작한 다음날 '조합원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목숨을 조합원 동지들의 손에 맡기겠다"며 "2002년 임단협이 해결되지 않으면 결코 여기 크레인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결사투쟁의 의지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