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익 씨 죽음에 노무현이 책임 있다.
전지윤 | 격주간 <다함께> 18호 | 2003-10-25김주익 씨 죽음에 노무현이 책임 있다.
노무현은 10월 13일 국회 연설에서 “서민 여러분께 즐거움과 기쁨을 드리지 못한 점이 가장 가슴아픈 일”이라는 구역질나는 거짓말을 했다.
노무현은 노동자들에게 ‘슬픔과 고통’을 주었다.
노무현은 집권 4개월 만에 철도 파업에 경찰을 투입한 이래 지금까지 다섯 차례나 파업에 경찰력을 투입했다.
이틀에 한 명 꼴로 모두 1백32명의 노동자를 구속했다.
입만 열면 ‘노동귀족’이니 하면서 노동운동을 공격했고, 기업주들만 편드는 ‘노사관계 로드맵‘을 발표했다.
노무현은 이제 우리에게 김주익의 죽음이라는 용서 못할 뼈저린 슬픔을 안겨 주고 있다.
베트남 전쟁 때 군수물자 수송으로 엄청난 부를 쌓아올린 한진그룹은 악랄한 노동 탄압으로 이름을 떨쳐 왔다.
한진중공업 노조의 역대 위원장 여섯 명 가운데 두 명은 구속 · 해고됐고, 두 명은 지방으로 쫓겨났고, 박창수 · 김주익 두 명은 죽었다.
‘조선업계가 유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최근 3년 간 한진중공업은 4백29억 5천6백만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만도 3백4억 원이었다.
지난해 한진은 1백59억 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하며 돈 잔치를 벌였다. 한진중공업 이사들은 연봉 2억 원씩을 받았다. 한진그룹 회장 조양호는 올해 3월부터 6월까지만 주가 상승으로 4백1억 원을 벌어들였다.
반면,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빚 잔치를 벌여야 했다. 21년 근속 노동자의 기본급이 1백5만 원밖에 안 된다.
더구나 지난해 54세 이상 노동자 6백50명이 쫓겨났고, 한 해고 노동자의 노모와 장애인 여동생은 음독 자살했다.
쫓겨난 노동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재입사해,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다.
김주익 지회장과 노동조합이 이에 맞서 싸우자 한진은 8명을 징계, 1명을 해고하고 노조에 7억4천만 원의 손배가압류를 했다.
김주익 지회장이 지난해 12월에 받은 월급은 단 13만 원이었고 집과 퇴직금까지 가압류당했다. 김주익 지회장의 부인은“빚을 갚기 위해 또 빚을 내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하고 말한다.
‘돈 잔치’와 ‘빚 잔치’
김주익 지회장은 올해 6월 11일부터 35미터 높이 크레인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노동자들도 7월 22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김주익 지회장은 크레인에 올라가 문을 걸어 잠그고 0.5평 크레인 운전석에서 새우잠을 자며 용변도 페인트 통에 보면서 129일을 버텼다.
세수 · 면도 · 목욕도 못 하던 그는 “몸을 제대로 씻지 못하는 게 가장 불편하다”(<노동과 세계> 인터뷰)고 했다.
태풍 매미가 불던 날은 크레인이 5바퀴나 돌아갔지만 그는 투지를 꺾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노동조합을 말살하고 노동조합에 협조적인 조합원의 씨를 말리려고 작심을 한”(유서) 한진은 어떠한 협상도 거부했다.
더구나 노무현 정부는 6명의 노조활동가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경찰력 투입을 협박했다.
노무현 같은 “썩어빠진 정치꾼들은 강성 노조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아우성”이고 “보수 언론들은 입만 열면 노동조합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난리”(유서)인 상황에서 한진그룹은 거리낌없이 노동자들을 후려쳤다.
한진은 10월 초 노조원들의 임금 · 부동산 · 예금통장 · 자동차 등 모든 재산을 가압류하는 무려 150억 원의 손배 민사 소송을 하겠다고 나서며 ‘불법 파업 참가자 법적 절차 착수 통보’라는 협박문을 보냈다.
악랄한 공격에 파업 대오는 7백 명에서 2백 명으로 줄었다. 그리고 “이 투쟁이 ‘교섭’으로 합의가 될 때까지 (농성을) 계속”할 것이라는 김주익 열사는 “노동자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나라에서 … 나 한 사람이 죽어서 많은 동지들을 살릴 수”있다고 생각한 길을 택했다.
조합원들과의 약속을 죽음으로써 지킨 것이다.
크레인 위에는 김주익 지회장의 손때가 가득 묻은 삼남매가 보낸 편지만 남아 있었다.
10월 22일 부산역 집회에서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말했듯이 “김 지회장은 한진 자본과 노무현 정부가 죽였다.” 1994년 LNG선상 파업으로 김주익 지회장이 구속됐을 때 ‘인권변호사’였던 노무현은 그를 변호했었다. 그러나 이제 ‘배신자’ 노무현은 김주익 지회장을 죽음으로 떠밀었다.
불신임
노무현은 ‘사용자가 무분별한 손배가압류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정부 들어서만 6개 사업장이 새로 손배가압류를 했고, 노무현 정부 자신도 철도노조에 75억 원의 손배 청구를 했다.
현재 44개 사업장에 모두 1천7백억 원의 손배가압류가 남아 있다.
노무현의 배신에 힘입어 한진그룹과 경총, 보수 언론은 이 시간에도 “사장은 추석 전날 …[크레인에서]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라고 했다”, “민주노총, 민주노동당이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건수 잡았다고 하지 마라”고 말하고 있다.
김주익 열사의 주검은 아직도 크레인 위에 있다. 김주익 열사는 유서에서 “나의 주검이 있을 곳은 85호기 크레인입니다. … 나는 죽어서라도 투쟁의 광장을 지킬 것[입니다]”하고 말했다.
또,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 투쟁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승리해야만 합니다”하고 말했다.
금속연맹은 10월 30일 대의원대회에서 손배가압류를 철폐하고 민주노총의 하반기 3대 요구를 쟁취하기 위한 총파업을 결의하겠다고 한다.
이런 결의가 행동에 옮겨지는 게 절실하다.
김주익 열사의 유서와 아이들의 편지는 수많은 이들이 눈물을 떨구게 했다. 이 눈물 방울들이야말로 노무현 불신임의 돌이킬 수 없는 이유다.
전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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