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총선 때 부정 경선, 文·安캠프에 '불똥'

검찰 수사에 따르면 4·11 총선을 앞두고 벌어졌던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태를 폭로했던 국민참여당 계열(유시민계) 등 비당권파도 광범위한 경선 부정을 저질렀다는 혐의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진영으로 진출해 있다.

검찰은 8일 문재인 후보 선대위의 노동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경훈 전 현대차 노조위원장과 안철수 후보 선대위의 노동분야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영희 전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에 대해 대리투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야권에선 '진보당 부정선거 불똥이 문재인·안철수 캠프로까지 튀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끝 모를 부정경선 사태

최근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면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은 '총체적 복마전'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당권파의 부정선거 진상을 조사했던 진상조사위원회 위원 고모(46)씨가 대리투표를 주도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고씨는 자신이 임원으로 있는 제주의 건설사 사무실을 빌려 국참계 후보로 출마한 오옥만 후보에게 단기간에 수백표를 몰아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태는 지난 5월 초 당 진상조사위원회가 "총체적 부실·부정선거"였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3월 14~18일 진행된 진보당 비례대표 경선엔 3만5512명(85.2%)이 온라인으로, 5455명(14.8%)이 현장 투표로 참여했다. 경선 득표 순으로 진보당 비례대표 순번이 정해졌고, 진보당은 총선에서 얻은 정당 득표율 10.3%에 따라 비례대표 당선자 6명을 냈다. 유시민계와 옛 진보신당 출신 등이 주축을 이룬 비당권파 측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고, 당시 조준호 공동대표를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단이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대리투표, 중복투표 등을 일부 밝혀냈다. 앞서 이정희 전 대표의 보좌진이 서울 관악을 지역구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 과정에서 "나이를 속여 응답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통합진보당은 이후 내분 사태로 빠져들었다. 당내 회의에서 당원들 간 폭력사태가 벌어져 수십 명이 다쳤고, 분신자살한 당원까지 나왔다.

통합진보당은 결국 주사파 계열의 경기동부연합을 중심으로 하는 당권파만 남고 비당권파가 탈당했다.

◇"도덕성 완전히 상실한 집단"

심상정·노회찬 의원 등 진보신당 탈당파와 유시민 전 대표의 국민참여계는 진보정의당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들은 그간 당권파 부정선거의 피해자인 양 행동해왔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유시민계도 대리투표 같은 선거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당권파의 부정선거 진상 조사위원을 맡았던 고모씨는 자신이 직접 이런 부정선거를 주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도무지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당권파나 비당권파 모두 도덕성을 완전히 상실한 정치집단"이라고 했다.

문재인·안철수 캠프는 긴장한 눈치다. 진보당 분당 과정에서 일부가 문·안 후보 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문 후보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단일화를 앞둔 중요한 시기에 왜 이런 일이 터졌는지 모르겠다"며 "특히 유시민계가 부정에 연루됐다는 의혹은 충격"이라고 했다. 유시민계는 과거 친노였다는 점에서 민주당과 일정 정도 인맥이 겹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