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씨가 정계를 은퇴하며 발간한 저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남겼다. 그런데 당시 통합진보당의 의뢰에 따라 온라인 투표 부문을 조사한 필자가 보기엔 근거가 없거나 사실이 아닌 주장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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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계은퇴를 선언한 유시민씨. |
그러나 선관위의 부정 여부는 간단히 검증할 수 있다. 유권자가 누구를 찍었는지 조사한 다음 이를 ‘투표 결과값’과 비교하면 된다. 유씨가 속한 참여계는 처음엔 ‘소스 수정을 통한 투표값 조작’ ‘데이터베이스 조작을 통한 선거 결과 조작’ 등을 의심했다. 그래서 비밀선거 원칙을 위반하면서까지 투표 결과값을 해독해 누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모두 확인했다. 선관위에 의한 투표값 조작이 없었다는 사실은 유시민계가 주도한 ‘진상 조사 보고서’에도 명시되어 있다.
“자신부터 성찰하고 사죄해야”
또한 유씨는 조직적인 대리투표를 방지하기 위해 “하나의 컴퓨터에서 복수의 당원이 투표하는 것을 막는 ‘동일 IP 중복투표 제한 조처’를 취하려 했으나 이런 요구를 통합진보당 당권파가… 완강하게 거부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일 IP 중복’은 부정의 증거가 될 수 없다. 이는 여러 사람이 하나의 컴퓨터로 투표했다는 뜻도 아니다. 하나의 공유기로 연결되어 있는 컴퓨터들은 모두 같은 IP로 보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ㅅ병원 간호사들은 병원의 여러 컴퓨터로 간호사 출신 후보에게 투표했다. 그런데 이는 ‘동일 IP 중복’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봄 통합진보당 선거 당시 각 계파의 논의를 거쳐 ‘동일 IP 중복은 허용한다’가 만장일치로 의결된 사실이 있다. 노동자들이 몰려 있는 공장, 병원 등의 투표 환경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권파가 완강하게 거부했다”라는 유시민씨의 주장은 허위사실에 불과하다.
최근 정계은퇴를 선언한 유시민씨의 저서. |
사실이 이런데도, 부정 선거의 책임을 지고 비례대표 후보 전원이 사퇴하자는 것은 무엇을 의미했는가? 참여계는 두 가지 이익을 누릴 수 있었다. 하나는 자신들의 부정을 상대편의 부실과 물타기하는 것, 다른 하나는 당권파의 의석을 빼앗아오는 것. 유시민씨는 통합진보당의 다른 정파를 비난하기 전에 자신부터 성찰하고 시민들에게 사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