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사설] 의혹만 키운 민경찬 펀드 수사

[중앙일보] 입력 2004.02.08 18:20   수정 2004.02.09 08:54

노무현 대통령의 사돈 민경찬씨의 거액 모금 의혹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이 엊그제 閔씨를 단순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그가 종합병원 건립을 추진하면서 식당 운영권 등을 미끼로 부동산업자로부터 5억여원을 받아 가로챘다는 것이다. 6백53억원 모금의 실체엔 손도 대지 못했으니 의문만 더 키웠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번 사건이 어떤 사건인가. 閔씨 스스로가 한 주간지와의 회견에서 "최근 2개월 만에 6백50억원이 넘는 거액의 투자금을 모았다"고 털어놔 세상에 알려졌다. 그가 대통령 친인척이란 점에서 어떻게 그런 거액을 모금할 수 있었으며, 그에게 돈을 맡긴 사람이 누구인지 등에 관심이 쏠렸다. 그런데도 경찰은 이를 밝혀내지 못한 채 "閔씨가 모금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데다 금융계좌 조사에서도 뭉칫돈이 오간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의 진술에만 의존해 모금 진위조차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권력형 비리를 개인 비리로 축소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閔씨가 진술을 번복한 것도 석연치 않다. 그는 "기자 앞에서 과시욕으로 거액을 모금했다고 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고 한다. 물론 그가 어떤 의도를 갖고 그렇게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경찰에 연행될 때도 해명서를 통해 모금 사실을 시인하면서 투자자가 47명이라고까지 밝힌 바 있다. 그가 대형 종합병원 건립을 추진해온 것도 모금 개연성을 뒷받침해 준다. 야당 측에서 제기하고 있는 차관급 인사의 개입설 등도 규명돼야 한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 의혹에 대해선 더욱 엄격한 조사가 필요하다. 과거 정권에서 불거진 크고 작은 친인척 비리에 국민은 넌더리가 나 있다. 이를 뿌리뽑지 않고선 정치개혁이고 새 정치의 실현도 모두 헛구호일 뿐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조속히 송치받아 전면적인 재수사에 나서야 한다. 정밀 계좌추적 등을 통해 6백53억원의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