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군 주민들이 10일 오후 진천읍 백곡천 둔치에 모여 국방부에 미군 훈련장 건설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미군 훈련장 저지 진천군민 결의대회가 열린 10일 오후 충북 진천군 진천읍 백곡천 둔치는 뜨거웠다. 본 대회가 시작된 오후 2시 기온이 20도를 훌쩍 넘겼고, 집회 열기까지 더해 한여름을 방불케 했다. 둔치 땅바닥에 앉은 주민들은 ‘미군 훈련장 반대, 생거진천을 지키자’고 외쳤다. 햇볕을 피해 둔치 옆 계단에 앉거나 선 이들도 있었다. 주최 쪽은 1500여명이 집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집회장에는 얼핏 봐도 검게 그을리고 주름진 얼굴의 촌로들이 많았다. 아이를 업은 주부도 있었다. “내려가서 함께 하고 싶은데 아이가 자꾸 보채네요. 마음은 둔치에 모인 주민들과 함께합니다.”
이날 집회는 국방부 등이 진천군 진천읍 문봉리, 백곡면 사송리 일대 130만㎡에 미군 독도법 훈련장 조성을 추진하자 주민들이 반대해 열렸다. 미군 훈련장 반대 결의대회는 진천지역 시민사회단체 110곳이 참여했다. 진천읍내와 진천지역 289개 모든 마을에는 ‘미군 훈련장 결사반대’ 펼침막과 깃발이 나부꼈다.
집회는 미군과 국방부의 성토장이었다. 유재윤 미군 훈련장 대책위 상임대표는 대회사에서 “원통하고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2014년 국방부와 미군이 합동으로 후보지 조사해 2015년 진천 만뢰산 지역을 확정하고, 지난해 11월 농어촌공사와 용지 매입 위·수탁 협약을 했는데 우리는 올 1월에야 이런 사실을 알았다. 미군과 국방부가 우리를 완전히 무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대표는 “예정지는 김유신 장군의 태실(사적 414호), 천주교 베티성지, 천연기념물이 서식하는 백곡천이 있는 자연 보고다. 훈련장을 철회할 때까지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싸우자”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결의문에서 “기존 훈련장이 있는데도 수백억원을 들여 사유지에 미군 훈련장을 조성하는 것은 혈세 낭비다. 연평균 400건 발생하는 미군 관련 범죄도 문제다. 미군 훈련장 조성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송기섭 진천군수도 “국방부가 사전 협의·조율·검토 없이 진천을 후보지로 정한 것은 심히 유감이다. 법·절차상 하자도 많고 진천에 더는 군사용으로 양여할 땅이 없다”고 밝혔다.
서예가 김종칠 선생이 10일 충북 진천 백곡천 둔치에서 열린 미군 훈련장 저지 진천군민 결의대회에서 서예 행위극을 선보이고 있다.
진천 출신 문화예술인들도 힘을 보탰다. 김종칠 서예가는 ‘생거진천 땅 미군 훈련장 건들지 마라’는 글을 쓰는 행위극을 선보였다. 김 선생은 미군 훈련장 조성 예정지인 백곡면 지구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유재윤 상임대표, 박양규 진천군의회 부의장 등 10명은 삭발을 했다.
충북 진천군 주민들이 10일 오후 진천읍 백곡천 둔치에서 미군 훈련장 조성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미군 훈련장 반대 대책위는 대선 후보 등에게 정책 질의를 하는 등 진천 미군 훈련장 조성 문제를 전국에 알려 나갈 참이다. 장성유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대선 후보들이 등록하는 대로 후보·정당 등에 미군 훈련장 조성 관련 입장을 물어 결과에 따라 유권자 운동도 벌일 계획이다. 사드 반대 운동을 하는 경북 성주 주민들과 연대해 투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