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이수영 기자] '위안부 문제'로 한국과 일본의 첨예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한 우익 언론이 '물타기'를 시도하는 듯한 보도를 내놨다.

극우 일간지 산케이신문은 지난 9일 '위안부 학살, 강간… 자신들의 범죄를 숨기는 한국, 국정교과서에 피해자처럼, 베트남 격노'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일일이 쓰는 것도 괘씸하지만 예전부터 한국은 일본이 역사교과서를 왜곡한다며 비난하고 있다"며 "정작 한국은 베트남 전쟁 때 한국군이 베트남 여성을 강간하고 위안부로 했다는 사실은 역사교과서에 기술하지 않고 완전히 없던 일인양 무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산케이신문은 "무슨 낯짝으로 일본에 불평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한국은 앞으로도 절대 인정하지 않고 사과할 생각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를 작성한 이는 오카다 토시카즈(岡田敏一)씨로 산케이신문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 1월20일에도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작성한 적이 있다.

지난 9일 '위안부 학살, 강간… 자신들의 범죄를 숨기는 한국, 국정교과서에 피해자처럼, 베트남 격노' 제목의 기사를 송고한 산케이 신문 (사진=산케이신문 웹페이지 갈무리)

문제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이미 일본인에 의해 왜곡된 역사를 토대로한 가짜뉴스 임이 판명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실인마냥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기사에 댓글을 단 일본인들도 대다수가 오카다 편집위원의 기사를 진실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아시아타임즈의 취재 결과 오카타 편집위원의 기사는 '거짓'이다.

10일 기자가 산케이신문 해당 기사의 근거를 추적해보니 지난 2015년 일본 주간지 '주간문춘(週刊文春)'의 당시 도쿄방송(TBS) 워싱턴지국장이었던 야마구치 노리유키(山口敬之)의 기사였다.

야마구치는 당시 기사에서 "지난 2015년 미국 국립문서관리청(NARA)의 공문에서 밝혀졌다시피 한국군은 베트남 여성을 강간한 뿐만 아니라 그녀들을 '터키탕(Turkish Bath)'이라는 이름으로 설치된 위안소에 모아 매춘을 강요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기사 역시 거짓이다.

야마구치는 마치 NARA가 보유한 사료에 이러한 일들이 실제로 기록돼있는 것처럼 '밝혀졌다'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은 야마구치 지국장 개인의 역사왜곡에서 이뤄진 '가짜'다.

또한 NARA의 베트남전 관련 공문서와 참전 미군의 증언을 근거로 대며 이러한 주장을 했지만 이는 나중에 허위로 판명났다. 사실 검증이 어려운 점을 내세워 NARA의 역사 기록을 왜곡해 글을 작성한 것이다.

'터키탕'은 실제로 베트남에 존재했던 곳이지만 야마구치 지국장이 주장처럼 '신광수'라는 한국인이 운영하지 않았다. 신광수(83)씨는 한 언론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터키탕은 나와 전혀 관계없다"고 소문을 일축한 바 있다.

또 당시 터키탕 근처에서 사업을 한 강영남(77)씨는 터키탕에 대해 "그곳을 운영한 사람은 사이공 시장의 다섯번째 부인이었다"며 "신씨와 가까운 관계였기 때문에 한국인이 운영한 것으로 소문이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강 씨는 "당시 베트남에는 한국군 이외에 민간인들도 몇 만명이 있었는데 이 사람들도 터키탕의 고객이었기에 한국군 전용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언론보도조차 없었다"며 "오히려 미군 일부 사단들이 영내에 장병 복지시설로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야마구치의 기사는 사실을 입증할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에 당시 대부분의 일본 매체들도 이를 인용보도하지도 않았다. 또한 허위보도를 한 야마구치는 본사로 소환돼 영업국으로 문책 인사가 나기도 했다.

그런데도 왜 일부 언론들은 한국군이 베트남 전에서 한국군 전용 위안시설을 운영했다고 주장을 하는 것일까? 이는 일본이 한·일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덜기위한 핑계이자 일종의 '물타기' 의도로 추측된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 1277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소녀상 뒤에 우산을 쓴 채 앉아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짜'를 토대로 작성된 야마구치의 기사는 같은 해 미국 FOX사에서 다뤄져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오카다 편집위원은 이것을 FOX사가 최초 보도한 기사인 것처럼 인용해 한·일간 위안부 논쟁의 대한 국제여론을 일본 측에 유리하도록 이용한 것이다.

오카다 편집위원은 미국 비영리단체(NPO)인 '네이션오브체인지'가 운영하는 뉴스 사이트에 지난 2015년 말 올린 '베트남 전쟁 때 한국군이 많은 베트남 여성을 강간하고 위안소에서 일하도록 강요했으며 종종 강간에 의해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도 위안부에서 일하게 했다'는 내용의 기사도 인용했다.

이 기사는 현재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상태로, 주장에 대한 근거를 확인하기 어렵다.

더욱이 네이션오브체인지는 자신들의 사이트에서 '어떠한 컨텐츠의 검열이나 프로모션 또는 왜곡에 대해 제3자와 합의하지 않을 수 있다'고 소개하며 자신들의 기사를 전부 신뢰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2011년에 설립한 네이션오브체인지의 현재 홈페이지의 모습. 문제가 된 기사는 현재 삭제된 상태다. (사진=네이션오브체인지 홈페이지 갈무리)

그러나 오카다 편집위원은 자신의 기사에서 FOX사와 네이션오브체인지의 주장에 대한 근거가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설명은 일체 없다.

오카다 편집위원은 분명 기사 작성 전에 사전조사를 거쳤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보'를 벗어나 역사를 왜곡해 말도 안되는 꼬투리 잡기식으로 연재기사를 쓰고 있는 이유를 묻고 싶다.

이수영 기자  lsy@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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