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야당 대표 최초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
[중앙일보] 입력 2015.02.09 11:02
수정 2015.02.09 22:21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취임 후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이승만ㆍ박정희ㆍ김대중 전 대통령(DJ) 묘역을 참배했다. 야당 지도부가 당대표 자격으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전 7시 55분쯤 국립현충원 현충탑에 도착한 문 대표는 오전 8시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 주승용ㆍ정청래ㆍ오영식 최고위원, 우윤근 원내대표, 조정식 사무총장, 백재현 정책위의장, 안철수 의원 등 50여명과 함께 현충탑을 참배했다. 전병헌ㆍ유승희 최고위원과 박지원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참배를 마친 문 대표는 방명록에 “모든 역사가 대한민국입니다. 진정한 화해와 동행을 꿈꿉니다”라고 썼다.
DJ 묘역을 참배한 문 대표는 20분쯤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이 자리엔 문 전 비대위원장, 우 원내대표, 김성곤 전 비대위원, 윤후덕ㆍ송호창 의원 등 6명만 함께 했다. 오전 8시 25분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도 참배했다. 문 대표가 대표로 분향하고 “박정희 대통령 내외분께 경례”라는 구호에 함께 목례를 했다. “일동 묵념”이라는 구호에 약 10초간 묵념을 마치고 밑으로 내려왔다.
DJ 묘역까지 동행했던 주승용·정청래·오영식 최고위원을 비롯해 안철수 의원 등 대부분의 의원들은 동행하지 않았다. 참배를 거부한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묘소에 참배하는 것보다 백범 김구 선생의 묘소와 인혁당 애국열사들의 묘소를 참배하는게 우선이다. 가해자들이 용서를 구하지 않고 사과를 제대로 하지 않은 마당에 (두 대통령 묘역 참배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참배를 마친 문 대표는 일부 의원들만 동행한 것과 관련해 "어제 전당대회가 늦게 끝나 (참배에 대한) 논의를 할 시간이 없었다. 다들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도부에서 저와 전임대표, 원내대표만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야당 지도부 최초로 이승만ㆍ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에 대해선 "참배 여부를 두고 계속 갈등하는 것은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갈등을 끝내고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배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가 국민 통합에 역행하는 일들이 많다"며 이내 정권을 정면 겨냥했다. 문 대표는 ”가장 대표적인 게 극심한 인사 편중과 인사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명박ㆍ박근혜 정부가 민주 정부 10년의 역사를 부정했다“며 ”그 상징이 6ㆍ15 공동선언과 10ㆍ4 선언을 부정하고 실천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6ㆍ15 공동선언과 10ㆍ4 선언을 실천하는게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통일 대박을 이루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이날 오후엔 서울 용산구에 있는 백범 김구 묘역을 찾은 뒤 윤봉길ㆍ이봉창ㆍ안중근 의사 등 임시정부 요인 묘역을 참배할 예정이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사진 뉴시스]